[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NASA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12) 인사이트
화성에는 이미 수많은 인류 흔적들이 존재한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으로는 위기와 고난을 수차례 이겨내면서 인류에게 수많은 감동을 주었던 쌍둥이 로봇과 혼자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곤 하는 큐리오시티 로버 등의 이동식 탐사선(로버)들이 있다. 하지만 화성에 이동식 탐사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피닉스 탐사선 같은 고정식 탐사선(랜더)도 있다.
그동안 화성에 착륙한(할) 인류의 착륙선 및 이동선들 ©The Planetary Society
피닉스 고정 탐사선은 화성의 북극, 즉 물과 얼음이 풍부한 지역에 착륙한 미 항공 우주국(NASA)의 고정식 화성탐사선으로서 화성의 샘플을 직접 채취한 최초의 탐사선이다. 피닉스는 착륙 후 화성에 있는 물의 흔적을 찾아서, 궁극적으로 화성이 생명체 혹은 미생물이 살기에 적당한 환경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얼어붙은 토양 표본을 가열해 수증기를 발견하는 데에 성공했다.
피닉스의 성공을 토대로 NASA는 12번째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으로 역시 화성 지질 고정 탐사선인 인사이트(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인사이트의 이름은 ‘지진파 조사, 측지학, 그리고 열전달을 이용하는 화성 내부 탐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탐사선의 주목적은 화성의 지질 탐사였다.
인사이트 탐사선의 당초 발사 계획은 2016년 3월 예정이었지만, SEIS(Seismic Experiment for Interior Structure) 지진계의 결함 발생으로 인하여 다소 연기된 후 결국 2018년 5월에 발사되었다. 4억 8400만 km의 거리를 여행한 인사이트 탐사선은 2018년 11월 27일 착륙 후 첫 신호를 보내왔다.
화성의 착륙은 총 ‘진입’, ‘하강’, ‘착륙’의 3단계로 이루어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먼저 고도 100km가 넘는 화성 대기의 최상층에 도착했을 시 탐사선의 속도를 급격히 줄여야 한다. 또한 대기와의 마찰로 인한 엄청난 온도의 열을 방열판으로 견뎌내야 한다. 이어 상공 10km에 도달했을 시에 낙하산을 펼쳐서 속도를 낮추며 마침내 조심스러운 착륙을 마무리하게 된다. 착륙 후 인사이트 탐사선은 곧바로 전력을 공급할 두 개의 태양광 패널을 배치하였고 화성 탐사를 시작하였다.
화성 착륙 후 인사이트의 모습 ©NASA/JPL
인사이트가 착륙한 곳은 화성 적도 부근 엘리시움 평원인데, 이곳은 화성에서 가장 평평한 곳 중 하나이다. 착륙지가 이곳으로 선택된 데에는 인사이트 탐사선이 이동 탐사선이 아닌 만큼 태양전지의 자유로운 가동 여부와도 관계가 있다.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최대한 적은 외부 환경 방해 요인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다.
주목적이 화성의 지질 탐사인 만큼 인사이트의 장비들은 마스 큐브원(Mars Cube One: MarCO-A/MarCO-B)이라고 불리는 SEIS 지진계, 굴착장비/온도 측정 장치 (Heat Flow and Physical Properties Package) 등의 2개의 큐브를 비롯해서 자전/공전 주기 관측 장비 (Rotation and Interior Structure Experiment), 대기와 날씨 관측 장비 (Temperature and Winds for InSight), 레이저 거리 측정기 (Laser RetroReflector for InSight), 그리고 2개의 카메라(Instrument Deployment Camera/Instrument Context Camera)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로봇팔 (Instrument Deployment Arm)은 인사이트 탐사선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SEIS 지진계와 온도 측정 장치 등을 설치시킬 목적으로 탑재되었다.
특히, 이중 로봇 팔이 설치한 2개의 큐브들은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이다. 첫 번째 큐브(MarCO-A)인 SEIS 지진계는 50hz 이하의 지진과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로서 설계와 제조에만도 4개 이상의 큰 국가 차원의 연구소들이 참여했던 장비이다. 지구의 지진(Earthquakes)을 통해서 지구 내부 예측이 가능해진 것처럼 화성의 지진(Marsquakes) 역시 화성의 내부 추적을 위한 중요한 정보이다. 화성에서 지진이 발생할 시에 파동의 변화에 따라서 화성의 내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두 번째 큐브(MarCO-B)인 굴착장비/온도 측정 장치를 이용해서 현재 화성 핵의 열을 측정한 후 화성 내부의 활동 정도를 알 수 있다. 내부 온도 측정 역시 행성의 진화에 중요한 힌트를 제공해 주는데, 화성의 냉각 정도를 통해서 화성의 전반적인 정보와 행성 수명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탐사선의 화성 착륙 상상도. 왼쪽의 장비가 첫 번째 큐브인 SEIS 지진계이고 오른쪽의 장비가 두 번째 큐브인 굴착장비/온도 측정 장치. © NASA/JPL
지구와 화성은 형제 행성같이 닮은 시절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화성 역시 따스한 기온에 두꺼운 대기층을 가진 적이 있다고 예측되지만, 달라진 내부가 야기한 약한 자기장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현재는 매우 얇은 대기를 비롯해서 완전히 다른 행성의 모습을 띠고 있다. 베일에 싸여있는 화성의 내부 그리고 대기 등을 탐험하는 것은 지구형 행성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NASA의 행성 과학부의 총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 (Lori Glaze) 박사는 2019년 4월 최초의 화성 지진을 포착했다고 알려왔다. 예상외로 화성의 지진 활동이 활발하며 이는 아폴로 임무 중 달 표면에서 감지된 고주파 활동의 달지진(moonquakes)과 상당히 비슷하지만 화성 내부의 보다 정확한 탐사를 하기에는 미약하다고 밝혔다. 2019년 9월 30일 기준으로 총 450여 건의 크고 작은 지진 신호를 포착하여 화성이 지질학적으로 살아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들은 대부분 화성 내부 지진 활동이거나 운석 등의 화성 충돌에 의한 것들이었다.
ESA(유럽 항공 우주국)의 화성 미션 Mars Express 탐사선에 의해서 포착된 화성의 케르베로스 수로(Cerberus Fossae)의 모습, 인사이트 탐사선이 전해온 바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아직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다. © ESA/DLR/FU Berlin
인사이트는 또 다른 놀라운 결과를 알려왔다. 인사이트 탐사선의 부책임자 중 한 명인 캐서린 존슨(Catherine Johnson) 박사는 위성으로의 관측보다 10배 정도 강한 화성의 자기장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화성 내부의 금속들은 오래전부터 냉각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결국 화성의 약한 자기장과 이로 인해서 태양풍으로부터 보호해 줄 대기의 부재를 야기했다. 때문에 이러한 발견은 국소적인 발견이라고 예측되며 이는 인사이트 탐사선이 착륙한 곳 부근 지하에 자기화된 고대 암석이 있음을 암시한다.
2020년 6월 인사이트 탐사선의 장비 중 탐사선에 실린 굴착장비/온도 측정 장치 (Heat Flow and Physical Properties Package)가 드디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두더지(Mole)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장비는 드릴 모양의 장비로 지하 5미터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열감지센서가 포함되어 있기에 땅을 파고 들어가면서 화성의 내부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더지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했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내던 과학자 및 공학자들은 결국 로봇 팔을 이용해서 두더지 장비를 땅속으로 밀어 넣기로 결정했다. 이에 두더지는 2020년 6월 9일부터 화성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5미터까지 내려갈 두더지의 활동 상상도 ©NASA/DLR
인사이트 탐사선은 올해 미션이 종료될 예정이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화성 북반구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에 곧 먼지 폭풍의 계절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사이트 탐사선이 쌍둥이 로버가 겪었던 모래 폭풍 등의 위기와 같은 위험에 처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두더지의 굴착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인사이트 탐사선은 고정 탐사선이기에 온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화성은 지구형 행성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는지 배울 수 있는 완벽한 장소이다.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줄 두더지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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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행성'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로버가 활동 중이지만 이를 찾아내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버들은 약 5㎝를 드릴로 뚫고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하는데, 화성 표면에 내리쬐는 우주선(線)으로 고대 생명체 흔적이 있었다고 해도 모두 분해돼 적어도 2m 이상 파고들어야 하는 것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알렉산더 파블로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성 환경 조건을 만들어 고대 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아미노산의 분해를 실험한 결과를 과학저널 '우주생물학'(Astrobiology)에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억제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오르면 절정을 찍고 다시 떨어진다고 해도 이후에도 수십년에 걸쳐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지구촌이 합의한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최종적으로 달성해도 중간 과정에서 이를 넘어서면 파괴적 영향이 이어지는 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이를 넘어서지 않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종합캠프인 '제1회 청소년과학대장정'에 참가할 중학생 100명을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 과학대장정은 우주·항공 분야와 기후·에너지 분야 등 2개 주제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8월 9일부터 13일까지 4박 5일간 전국 출연연, 대학, 기업, 과학관, 공공기관 등을 탐방한다.
전남대학교는 허민 교수(지구환경과학부·한국공룡연구센터장)연구팀이 익룡의 군집 생활을 증명해 주는 발자국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전남 화순군 서유리 공룡 화석지에서 2∼6㎝ 크기의 익룡 발자국 350여개가 무더기로 남아있는 화석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익룡 발자국들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돼 있으며, 앞·뒷발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스테르크폰테인(Sterkfontein) 동굴'은 인류의 공통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 화석이 가장 많이 발굴돼 '인류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1936년 첫 발굴이후 '미시즈 플레스'(Mrs. Ples)와 '리틀 풋'(Little Foot) 등 인류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된 화석들이 잇달아 나왔으며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하는 '백색 지방세포'를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갈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이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 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