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끌린 과학자들…그 패배의 역사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번역 출간

화성은 오랫동안 신비한 존재였다. 플라톤은 화성의 변칙적인 이동 궤적을 보고, “이 행성에 영혼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반사 망원경을 만든 영국의 윌리엄 허셜은 1784년 왕립학회 연설에서 화성은 지구의 복사본이며 화성인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미국의 과학자 퍼시벨 로웰은 한 발 더 나갔다. 천체망원경으로 화성을 조사한 끝에 화성인이 만든 운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운하 물길은 실재하는 문명의 명확한 증거였다. 20세기 초까지 화성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면, 화성에는 화성인이 살고, 그들은 독자적인 문명도 구축했다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하지만 융 심리학을 받아들인 과학계 일각에선 이런 의구심이 싹텄다. 화성에서 거대한 운하가 보이는 것은 사실 운하가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바람 아닐까?

미국 조지타운대 행성과학 담당 교수인 세라 스튜어트 존슨이 쓴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을유문화사)는 화성 연구에 매진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주 시대 태동기부터 시작된 인류의 화성을 향한 탐구와 도전 정신을 흥미로운 일화로 엮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화성에 사람과 같은 정주 동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우주로 날아간 마리너 4호가 1965년 7월 화성 분화구 사진을 지구로 송출하면서, 화성인에 대한 인간의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진 분석 결과, 화성의 공기는 너무 희박했다. 기압도 지구의 몇천 분의 일 수준이었다. 지표면의 온도는 영하 100도가 넘었다. 행성을 보호할만한 자기장의 증거도 없었다. 화성은 생명이 살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화성에서 생물체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대상은 커다란 정주 동물이 아닌 미생물이었다. 지구상에서도 도저히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소에 여러 미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과 미생물학자였던 울프 비슈니악이 연구의 선봉에 나섰다. 세이건은 화성 사진과 지구 사진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화성과 지구를 구석구석 훑어보며 생명체의 신호를 찾기 위해 애썼다. 비슈니악은 생명체가 극심하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남극으로 향했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슬라이드를 회수하던 중 절벽에 떨어져 숨졌다.

책에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의 열정과 영혼이 깊이 새겨져 있다. 화성 생명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과학자도 아니다”라는 비아냥을 감내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갔다. 비슈니악은 장인의 조롱까지 견뎌야 했다. 얼 슬라이퍼는 20대 초반부터 80대가 될 때까지 화성에서 생명을 찾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화성을 연구했던 세이건은 믿었던 지도교수에게 배신을 당해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자리에 잇따라 낙방했다. 그렇게 많은 과학자가 화성 연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즉, 연구에서 패배했다. 유사 과학이라는 조롱과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까지 당하면서도, 그렇게 수없이 패배하면서도, 그들은 왜 화성 연구를 그만둘 수 없었을까?

그건 화성이 과학자들을 계속 유혹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화성은 미지를 탐험하는 과학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원제가 ‘더 사이렌스 오브 마스'(The Sirens of Mars), 즉 ‘화성의 세이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화성에서 미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대부분 밝혀졌지만, 저자도 비슈니악이 갔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비슈니악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가 연구했던, 생명이 살기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서 생명을 탐지하는 연구를 지금도 하고 있다.”(310쪽)

388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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