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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하린 객원기자
2007-08-30

화려한 물감의 비밀, 불포화지방산 예술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 한국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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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과서에 나온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우리들은 이 그림을 실제로 본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세계 명화의 보고,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 한국 특별전>은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을 실타래 풀 듯 풀어주고 있다. 막바지에 이른 이번 전시장에서 세계 명화 속 한 장면들을 만나보자.



1986년 파리의 오르세 기차역 건물을 개축한 오르세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오르세 역 부지는 원래 1804년 최고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오르세궁이라 불렸지만 불타버렸다. 이후 국가는 오르세 궁을 다시 짓는 대신에 철도회사에 이곳을 불하했다. 철도회사는 당시에 각국의 산업화와 경제력을 자랑하는 장소였던 박람회, 즉 파리 만국박람회를 축하하기 위해 파리국립미술학교 건축학 교수였던 빅토르 랄루의 설계로 오르세 역을 건설했다. 랄루는 화려한 석조물로 장식한 대담한 철골 구조의 오르세 역을 설계했고, 오르세 역은 2년여의 공사 끝에 1900년 7월 14일 문을 열었다.


철도회사는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오르세 역을 부유한 승객, 고급스러운 시가지에 어울리는 화려한 건물로 장식하기 위해 화가와 조각가들에게 세부 장식을 맡겼고, 오르세 역은 19세기 말 예술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장소로 꾸며졌다. 하지만 철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려함과 위엄을 자랑하던 오르세 역은 그 기능을 다했고, 대신에 영화 촬영장 등 다른 용도로 쓰였다. 1970년대부터 오르세 역을 미술관으로 만들자는 논의와 함께 1986년 12월 마침내 19세기 말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오르세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미술의 중심지로서 인상파, 후기인상파, 신인상파 등의 회화뿐만 아니라 그 그림이 탄생한 당시의 장식품, 조각품, 건축양식, 풍속 등을 보여주는 19세기의 역사관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매년 2백만의 관람객은 이러한 명성은 물론 미술교과서에서 나오는 유명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이곳에 방문한다. 예를 들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밀레의 <만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오르세 미술관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약 4천점의 그림 중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아름다운 색깔을 통해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며 당시에 저렇게 예쁜 색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화려한 색채는 바로 ‘불포화지방산’ 성분 때문에 가능했다. 유화 물감이 널리 사용되기 이전에 화가들은 달걀노른자를 사용하거나 수성물감을 스미게 하는 방법들을 시도하여 색채를 표현했다. 달걀노른자를 이용한 것을 템페라(tempera)라고 한다면, 석고 위에 수성 물감을 스미게 하는 것은 프레스코(fresco) 기법이다. 이 기법들은 정교한 붓질을 표현하기에 좋은 화법이 아니었다. 정교한 붓질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유화’이다.


얀 반 에이크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인 아마인유(linseed oil)를 원료로 유화 기법을 완성했다. 템페라도 불포화지방산인 달걀노른자를 이용했지만, 아마인유를 이용한 기법은 더욱 정교한 붓질을 가능케 했다. 유화물감에 포함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녹는점이 매우 낮아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불포화기가 교차결합을 하며 굳어서 단단한 도막(film of paint)을 형성한다. 불포화지방산인 아마인유는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튜브에 넣을 수 있는 물감으로 만들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물감은 그 이전에 불가능했던 정교한 붓질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광택 효과가 뛰어났던 유화는 인물을 생생한 모습으로 재현하는 효과를 보였고, 이러한 효과는 당시에 회화의 주된 장르로 초상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 마네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특징 없는 텅 빈 배경에 덩그러니 그려진 왕족의 커다란 초상화인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고 그 앞에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마네는 이러한 감흥에 대해 팡탱 라투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벨라스케스의 작품은 아마도 사람들이 전혀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일 것이다. 생기를 띤 남자는 온통 검은색 옷으로 차려 입고 '배경'이 아닌 단지 공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하고 있다.



거장 벨라스케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마네는 자신의 작업실에 돌아와 벨라스케스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의 초상화를 몇 점 완성했다. 그 작품들 중에 유화 기법을 사용한 아름다운 색깔을 자랑하고 있는 <피리 부는 소년>이 있었다. 그 작품에서 황실 근위군의 소년 병사 하나가 마네의 그림을 위해 군복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네는 회색 바탕을 사용했고 당시에 사람들이 선호했던 풍속화 화법 대신에 극도로 단순하고 간결한 구도를 선택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초상화에 충격을 받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붉은 바지를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사랑을 하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아름다운 빛과 색을 자랑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 작품들은 자연에서 나온 산물들을 이용한 여러 가지 미술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그 재료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과학적 비밀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전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빛깔의 작품뿐만 아니라 빛과 색의 조합을 통해 미적 세계를 추구한 작품들을 마음껏 보는 호사를 누렸으면 한다.



전 시 명 : 오르세 미술관 한국 특별전

전시기간 : 2007. 4. 21 - 2007. 9. 2

전 시 장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00~오후 08:00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사 이 트 : http://www.orsay2007.co.kr

공하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7-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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