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두 영화에서 설정된 위기 상황의 어느 부분이 다른지 기억이 나십니까? 두 영화 모두 우주의 천체가 지구를 위협한다는 설정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딥 임팩트’에서 등장했던 것은 소행성(Asteroid)이었고 ‘아마겟돈’에 나왔던 것은 혜성(Comet)이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혹시 이 두 천체, 소행성과 혜성이 어떻게 다른지 아십니까?
소행성이나 혜성은 모두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태양계의 식구이며 아주 작은 천체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두 천체의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을 살펴보면 소행성은 주로 바위처럼 단단한 암석질로 되어 있는 반면 혜성은 얼음과 가스와 먼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혜성이 태양 근처로 다가오면 얼어붙어 있었던 가스와 먼지들이 녹아 떨어져 나가면서 기다란 꼬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비슷한 크기의 천체이고 같은 태양계 식구이면서 소행성과 혜성은 왜 다르게 생겨있을까요? 소행성은 어디서 온 것이고 혜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길이 됩니다.
자, 그러면 소행성 탐사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혜성 탐사용 우주선 중에서 대표 주자격인 ‘스타더스트(Star Dust)‘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혜성의 구성 성분과 생성 과정을 알기 위한 우주선 탐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어 왔습니다. 우선 1978년 8월에 자코비니-지너 혜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되었던 아이스(ICE) 우주선이 있었습니다. 아이스 우주선은 1986년에 핼리 혜성 관측에도 사용되었는데 이때에는 유럽의 '지오토', 러시아의 ‘베가’ 1,2호, 일본의 ‘스이세이’, ‘사끼가께’ 등 무려 6대의 탐사선이 핼리 혜성을 탐사하기 위해 동원됐었습니다.
근래에 발사된 혜성 탐사선으로는 2002년 가을에 발사되었다가 행방불명된 컨투어(CONTOUR)라는 탐사선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사된 것으로는 올 해 4월에 발사된 유럽 연합의 ‘로제타’ 탐사선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과 같은 ‘딥 임팩트’라는 우주선이 올 12월 발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로제타는 모선에서 분리된 착륙선이 혜성에 착륙해서 직접 표면을 조사하는 형태로 개발된 탐사선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스타더스트’가 여타 혜성 탐사선들과 다른 점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물질을 직접 채취해서 지구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탐사선의 이름도 Star Dust 즉, ‘별의 먼지’라는 뜻입니다. 스타더스트호에는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채집판이 달려 있어서 이 채집판을 편 채로 혜성의 뒤를 따라 비행하면서 혜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물질들을 잡아서 수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스타더스트호가 다른 탐사선과 크게 다른 점은 혜성의 물질을 직접 채취하는 것이라고 앞서 이야기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탐사선이나 혜성이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속도는 초속 20 내지 30 킬로미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스타더스트호가 혜성과 정면으로 마주친다면 서로의 상대 속도는 초속 40 내지 60 킬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상대 속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스타더스트호는 혜성의 정면이 아니라 뒤 쪽에서, 그것도 곧장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교차하면서 접근하게 됩니다. 예상하는 최고 근접거리는 150 킬로미터입니다. 혜성의 크기가 보통 5킬로미터에서 10 킬로미터 정도이므로 아주 가깝게 접근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다고 해도 상대 속도는 약 초속 5킬로미터에서 6킬로미터가 되는데 이것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환의 10배가 넘는 속도입니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돌가루나 먼지 입자들이 총알의 10배의 속도로 우주선에 충돌해오는 광경을 상상해봅시다. 크기는 얼마 안 되지만 엄청난 속도 때문에 우주선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리고 내부의 전자 장치들은 모두 고장이 날 것입니다. 그래서 스타더스트호의 전면 즉, 혜성을 향하는 방향에는 여러 겹의 두꺼운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더스트호의 채집판에는 에어로겔(Aerogel)이라는 특수한 물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어로겔은 유리의 주 원료인 규소로 만들고 미세한 스펀지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고체 물질입니다. 같은 부피의 유리에 비해 무게는 1000분의 1 정도로 적고 부피의 대부분이 공기(air)로 되어 있습니다. 화학에서 흔히 말하는 겔(gel) 상태에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대신 공기를 채웠다해서 에어로겔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주선에 쓰이는 것 외에도 에어로겔은 놀라운 단열 능력 때문에 방화복이나 내연재 등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단, 휘어짐에는 약해서 가공 시에는 에어로겔이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 스타더스트의 발사부터 캡슐이 지구로 귀환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더스트호는 1995년 가을에 프로젝트 진행이 결정되어 만 4년이 못 되는 단시간에 제작된 우주선입니다. 개발 당시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다른 우주선의 제작 과정에서 남은 부품들을 끌어 모아 사용한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스윙바이란 공전하는 행성을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행성의 중력에 의해 가속을 얻는 기술을 말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행성 곁을 스쳐가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가면 행성의 중력에 끌려 추락하게 되고 너무 멀게 지나치면 가속도를 못 얻기 때문에 궤도 조정을 정확히 해야 하는 어려운 비행 기술입니다. 행성간 우주선들이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가속도를 얻은 스타더스트호는 2004년 즉, 올해 1월 초에 드디어 목표물인 빌트-2 혜성에 240 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해서 혜성이 떨어뜨리는 물질들을 채취하는데 성공합니다. 혜성 물질 채집에 성공한 스타더스트는 이제 약 1년 4개월 후인 2006년 1월에 지구로 접근하여 캡슐만을 분리시켜 지상으로 떨어뜨리게 됩니다. 캡슐을 떨어뜨리고 난 후 스타더스트 모선은 다시 우주 공간으로 비행하게 됩니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입자들의 양이 예상보다 적어서 조금 걱정을 하고는 있지만 나사의 과학자들은 지구로 귀환하는 스타더스트의 캡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그 속에 들어 있는 혜성 가루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상한 바이러스라도 들어 있으면 어떡하죠? 스타더스트가 돌아오는 2006년 1월의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참고 사이트)
http://stardust.jpl.nasa.gov
http://eande.lbl.gov/ECS/aerogels/satoc.htm
다음 주소로 가면 스타더스트호의 종이 모형을 만들 수 있는 밑그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tardust.jpl.nasa.gov/classroom/model/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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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
- 저작권자 2004-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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