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0-11-11

혜성에서 ‘외계 생명체 유입설’ 증거 포착될까 초 근접 촬영에서 혜성 착륙 계획까지, 혜성 탐사의 이유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지난 4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혜성 탐사 우주선 ‘딥 임팩트 호’가 지구를 가깝게 지나가는 하틀리2 혜성의 초 근접 사진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하틀리2 혜성은 6.46년의 주기를 가지고 태양과 목성 사이를 지나가는 지름 1.2~1.6km 정도의 혜성이다. 이 혜성은 최근 지구에 가깝게 접근해 오리온자리와 쌍둥이자리 사이를 지나는 모습이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나사가 공개한 사진에서 하틀리2 혜성은 땅콩모양의 외계 우주선처럼 보인다. 이는 혜성 표면에서 환하게 뻗어 나오는 빛줄기 때문. 사실 이 빛나는 물질의 정체는 얼음덩어리다. 사진을 촬영한 딥 임팩트 호는 하틀리2 혜성에 700km까지 접근했다. 우주 공간에서 이는 바로 코앞이라 할 만한 거리다. 초속 12km로 움직이는 이 혜성의 모습을 촬영해 지구로 보내온 것. 또한 딥 임팩트 호는 적외선 분광계를 이용, 혜성의 성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혜성은 보통 ‘혜성의 꼬리’라 불리는 얼음과 먼지들에 쌓여 있기 때문에 발달한 관측기술로도 정확한 모습을 알아내기가 힘들다. 이에 이번 근접 촬영은 큰 의미가 있다. 학자들은 이 사진과 조사 결과들을 분석해 우주의 진화에 대한 연구에 사용할 것이라 한다.

충돌을 통한 먼지, 파편 수집으로 혜성 연구

이 외에도 혜성탐사를 위한 노력은 많았다. 사실 이번 하틀리2 혜성을 촬영한 딥 임팩트 호는 재활용한 우주선이다. 혜성과의 충돌로 종말 위기에 처한 지구를 인류가 구해내는 내용의 영화와 같은 이름이다. 실제로 영화 제목에서 이름을 딴 딥 임팩트 호의 임무도 이와 비슷했다. 단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탐사선을 혜성에 충돌시켰다는 점이 다르다.


2005년에 발사된 딥 임팩트 호의 주 임무이자 첫 임무는 ‘템펠1’이란 이름의 혜성에 충돌 체를 발사해 정면으로 부딫히게 한 뒤, 튀어오른 파편과 먼지 등을 수집하고 조사하는 것이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후 재사용이 가능함으로 판단, 두 번째 탐사 목표를 ‘뵈틴’ 혜성으로 잡았지만 혜성이 우주공간에서 부서져 버려 이번 지구에 접근했던 하틀리2 혜성을 탐사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이전에 활동한 스타더스트 호는 ‘와일드2' 라는 혜성에 접근해 얼음과 먼지를 채취, 캡슐을 이용해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런 임무들에는 많은 학자와 기술자들의 노력은 물론 천문학적인 자금도 들어간다. 딥 임팩트 호의 경우 이번 하틀리2 혜성 탐사에 약 374억 원이 들었으며 템펠1 혜성 충돌실험 시 든 비용은 3천여억 원이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혜성 탐사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운 방랑자가 전해주는 먼 우주이야기

혜성은 우주의 수많은 정보는 물론, 생명체 탄생의 비밀까지 풀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혜성들은 그 주기가 매우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핼리 혜성 같은 경우는 약 75년으로 매우 짧은 쪽에 속한다. 일평생 한 번, 운이 좋아야 두 번밖에 볼 수 없는 혜성이 짧은 주기라면 긴 혜성들은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것.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을 주기로 하는 혜성들도 있다.

즉 이들은 엄청나게 넓은 우주공간을 돌아다니고 있는 방랑자다.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천체들을 관찰할 수 없지만 매우 먼 우주로부터 날아온 혜성에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의 정보들이 묻어있을 수 있는 것이다. 행성들과 충돌하기도 하며 소행성대를 지나온다든가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항성계를 지나쳐 올 수도 있다.

이 혜성들의 성분 조사로 관측조차 힘든 먼 곳의 정보도 미약하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혜성을 탐사하게 된다. 또한 오래된 혜성의 경우엔 우주 초기의 구성 물질 등을 토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과 그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혜성으로부터 생명체가 발생했다는 ‘외계 생명체 유입설’

혜성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엔 인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것이 있다. 바로 혜성을 통해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날 수 있었다는 학설이다. 그 과정이나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선 여러 종류의 가설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을 통틀어 ‘외계 생명체 유입설(Panspermia)’이라 한다.

이는 생명체 구성의 기본이 되는 유기물질들이 혜성을 통해 지구로 유입됐다는 학설이다.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생명체나 유기물질이 혜성에 붙은 채로 날아와 지구에 충돌하면서 물과 유기물을 전달해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외계 생명체 유입설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8월, 앞서 말했던 와일드2 혜성을 탐사한 스타더스트 호가 캡슐을 통해 지구로 보내온 혜성의 먼지들 속에서 그 근거가 될 만한 물질의 흔적이 나타났다. 미세입자들 사이에서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리신(glycine)의 흔적이 발견된 것.

글리신은 단맛이 나는 아미노산으로 동물 단백질에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생명체가 이와같은 유기화합물의 합성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학설에 따르면 글리신의 흔적은 충분히 생명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발견이 지구상에서 혜성의 잔해를 옮기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흔적이라 볼 수도 있어 아직 외계생명체 유입설의 근거라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행성과 같은 천체가 탄생한 후 서로 수많은 충돌이 있던 것은 분명하기에 이와 같은 가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런 발견은 또 하나의 재밌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혜성을 통해 유기물 전파가 가능하고 이로부터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엔 더욱 다양하고 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지구도 이런 ‘생명체 전파(?)’에 한 몫을 했을 수도 있다. 지구는 이미 탄생과 함께 수많은 소행성이나 혜성들의 공격을 받은 과거가 있다. 공룡의 멸종도 운석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는 학설이 있을 만큼 생명체가 존재했던 때도 마찬가지 외계 천체의 유입이 있었다는 것. 이런 과정에서 지구상의 유기물도 우주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을 수 있다.

2014년, 혜성에 직접 착륙 후 조사 예정

아직 혜성에 대한 탐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설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까지는 혜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파편이나 먼지를 조사하고 근접 촬영을 성공시키는 것 정도로, 직접적인 탐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할 수 있다. 이런 혜성 탐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유럽항공우주국의 계획으로 혜성에 직접 착륙해 조사를 하기 위한 ‘로제타 호’가 발사됐다.

로제타 호는 현재도 외로운 비행을 계속 하고 있으며 2014년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파일리(Philae)’라는 소형 착륙선을 보내 직접 혜성에 내려 앉아 조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70억km의 거리를 비행해 혜성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발사 후로도 10년이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여행 도중 어떤 위험 요소를 만날지도 모르기에 매우 어려운 계획이다. 이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비록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아마겟돈’에서나 봤던 엄청난 먼지와 얼음파편들을 헤치고 혜성에 착륙하는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영화에선 지구를 구하기 위해 혜성을 파괴하지만 로제타 호는 혜성의 구성 물질과 형태 분석 등을 통해 혜성의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1-11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