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취침 전에 복용하라

아침 투약에 비해 심장질환과 사망률 낮춰

새로운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 때 한 번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아침에 혈압약을 먹는 환자들보다 혈압 조절이 더 잘 되고, 심장 또는 혈관 문제로 인한 질병과 사망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혈압약은 통상 아침에 복용하도록 권장돼 왔다. 그 이유는 아침에 화장실에 가거나 운동 등 활동을 하기에 앞서 혈압 상승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은 현재 전 세계 사망 위험요인 1위에 올라있다. 우리나라도 30세 이상 인구 네 명 중 한 명 이상(26.9%,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따라서 혈압약의 복약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은 수많은 혈압 환자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의 취침 전 복약 권장은 ‘유럽 심장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23일 자에 발표된 ‘하이지아 시간요법 시험(The Hygia Chronotherapy Trial)’ 조사 보고에서 나온 것이다.

하이지아 프로젝트는 스페인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 때문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약 복용 시간에 따른 효과를 조사한 최대 규모의 연구다.

통상 잠에서 깨어난 뒤나 아침에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압약을 잠 자기 전에 먹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과 사망률을 크게 줄인다는 조사 연구가 나왔다.  CREDIT: Pixabay / HeungSoon

통상 잠에서 깨어난 뒤나 아침에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압약을 잠자기 전에 먹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과 사망률을 크게 줄인다는 조사 연구가 나왔다. ⓒ Pixabay / HeungSoon

1만 9000여 명 6년 이상 추적 조사

연구팀은 낮에 깨어있을 때나 혹은 취침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 1만 9084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긴 시간인 평균 6년 이상을 추적 조사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1년에 한 번 이상 48시간 동안의 활동 시 혈압(ambulatory blood pressure)을 측정했다.

스페인 비고(Vigo)대 라몬 에르미다(Ramón C. Hermida) 교수(생물공학 및 시간 생물학 연구소장)가 이끈 하이지아 프로젝트 연구원들은, 잠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깨어있을 때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 비해 심장마비와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으로 고통받거나 사망할 위험 및 좁아진 동맥의 확장술이 필요한 비율이 거의 반(45% 감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분석은 참여 환자들의 나이와 성별, 2형 당뇨병과 신장병, 흡연과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영향 요인을 조정한 것이다.

고협압 치료 시간(깨어있을 때나 취침 전의 약 복용)의 함수로서 각종 심혈관 관련 질환의 조정된 위험 비율(95% CI).  CREDIT: European Heart Journal

고혈압 치료 시간(깨어있을 때나 취침 전의 약 복용)의 함수로서 각종 심혈관 관련 질환의 조정된 위험 비율(95% CI). ⓒ European Heart Journal

심혈관 사망 위험 66% 줄여

개별 결과로는 혈관이나 심장 문제로 인한 사망 위험이 66% 감소하고, 심근경색 위험은 44%, 관상동맥 재건술 40%, 심부전 위험 42%, 뇌졸중 위험이 4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미다 교수는 “현재의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은 권장하는 복약 시간이 없고, 의사들은 아침 혈압치를 줄인다는 잘못된 목표에 기반해 대부분 아침 복약을 추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지아 프로젝트에서는 낮에 깨어있을 때 혹은 의사를 방문해 측정하는 혈압치와 관계없이 잠잘 때의 평균 수축기 혈압이 심혈관 질환 위험의 가장 중요하고 독립적인 지표라고 이전에 보고한 바 있다”고 에르미다 교수는 설명했다.

더욱이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어떤 연구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통상 잠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 비해 혈압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고, 특히 가장 중요한 점으로 심장과 혈관 문제로 인한 발병과 사망 위험을 현저하게 줄인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에르미다 교수는 “제대로 동맥 고혈압을 진단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REDIT: Pixabay / rawpixel

연구를 이끈 에르미다 교수는 “제대로 동맥 고혈압을 진단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Pixabay / rawpixel

48시간 동안 일정 간격으로 혈압 측정

하이지아 프로젝트는 북부 스페인 갈리시아 사회보장 보건서비스 내의 40개 1차 진료센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활동 시의 혈압 측정 훈련을 받은 292명의 의사가 참여해 낮과 밤 내내 일정한 간격으로 혈압을 기록하는 특수 혈압계 착용 환자들을 관리한다.

이번에 발표한 하이지아 시간 요법 시험은 통상적인 24시간 혈압 측정이 아닌 48시간 측정을 택해 48시간 동안의 평균 혈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험에는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활동 혈압 측정으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18세 이상의 스페인 토착 백인 남성 1만 614명과 여성 8470명이 시험 대상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낮에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도록 되어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주야간 교대 근무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새로운 고혈압 치료 목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평균 6.3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1752명의 환자가 심장 및 혈관 문제로 사망하거나,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및 관상동맥 재건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 시 혈압측정 자료에 따르면 취침 전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는 밤과 낮에 평균 혈압이 현저하게 낮았고, 깨어있을 때 혈압약을 먹는 환자들에 비해 밤에 혈압이 더 낮았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야간 수축기 혈압의 점진적인 감소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예측 인자였다.

에르미다 교수는 “이번의 하이지아 시간 요법 시험과 이전의 하이지아 프로젝트 조사 보고를 보면, 잠잘 때의 평균 혈압과 저녁 시간대의 혈압이 떨어지고 낮 시간 혈압과 클리닉에서 측정한 혈압은 그렇지 않다면 심혈관 질환 위험의 중요한 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따라서 제대로 동맥 고혈압을 진단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잘 잘 때 평균 수축기 혈압을 감소시키고 더 낮은 정상 혈압 패턴을 유지하도록 수면 시 상대적인 혈압 저하를 지속시키는 것은 모두 중요한 보호작용을 하며, 따라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공동의 새로운 치료 목표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이지아 프로젝트팀은 현재 타데우스 시험(THADEUS Trial; Treatment of Hypertension During Sleep)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수면 시의 가장 좋은 혈압치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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