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현재진행형인 위치 천문학의 끝판왕 미션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1) 가이아(GAIA)

위치 천문학이란?

위치 천문학(Astrometry)은 천문학의 하위 분야로서 별이나 위성 혹은 다른 모든 천체의 위치, 거리, 그리고 그들의 천체 역학, 운동 등을 정확하게 측량 및 조사함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문이다.

따라서 위치 천문학의 최종 목표는 우주 혹은 천체들과의 거리에 관한 정확한 기준이 되는 방법들을 일컫는 ‘우주 거리 사다리(Standard ladder/Cosmic distance ladder, Standard candle이라고도 부름)’를 보다 정확한 수준에서 알고자 함에 있다.

또한 위치 천문학은 천문 관측 등에 필요한 좌표계나 기준점을 정확히 정해주는 기본적인 역할 외에도 시간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의 협정 세계시(UTC)는 국제 원자시(TAI)를 지구의 자전에 동기화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데, 지구의 자전을 위치 천문학을 이용하여 보다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치 천문학은 천문학의 하위 분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학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다. 오래전 고대시대부터 인류는 시간을 해시계로 측정하였기 때문이다. 헬레니즘 시대에 활동한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Ἵππαρχο; Hipparcos)는 태양과 달의 모형을 정확하게 설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수학적으로 지구의 세차 운동을 자세히 파악한 위치 천문학의 조상이자 선구자였다. 그는 그의 계산을 바탕으로 일식과 월식 등을 예측하기도 하였으며, 포괄적인 초기의 성단 표를 완성하면서 그의 천문학적인 발견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위치 천문학을 위한 첫 번째 천문학 미션 ‘히파르코스’

1989년 8월 8일 유럽 우주국(ESA)에 의해 발사되어 1993년까지 운영된 세계 최초의 정밀 위치 관측 천문 위성의 이름은 히파르코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Hipparcos(HIgh Precision PARallax COllecting Satellite)라고 명명되었다.

지구 대기를 통한 관측은 항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기에 대기의 영향이 없는 우주 공간에 뛰어진 이 위성은 아주 정밀하게 천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또한 별들이 움직이는 고유운동(Proper motion)의 정밀도를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들의 정밀도는 대략 1년간 0.001 각 초(1도를 60 등분 한 각도를 또다시 60 등분 한 각도의 크기, 즉 1도의 1/3600) 정도였으니 상당히 정확한 관측 위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93년 6월 히파르코스의 관측 종료까지 11만 8218개 별의 위치와 고유운동이 정밀하게 관측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탈로그가 만들어졌다. 또한 지구의 공전에 따라서 생기는 연주 시차를 정확히 측정하였다.

하지만 히파르코스 위성이 충분히 좋은 정밀도로 관측할 수 있는 한계 거리는 대략 100pc(대략 300광년의 거리)이며, 최고 관측 거리는 1000pc 정도였다. 이는 지구에서 우리 은하까지의 거리인 약 8000pc에 비교하면 매우 짧은 거리이다.

결국 히파르코스 위성의 유례없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보다 정밀한 관측을 위해서는 후속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위치 천문학의 첫번째 미션 히파르코스의 구조 ©ESA/Micharl Perryman

더욱더 진보한 히파르코스의 후계자 ‘가이아(GAIA)’

유럽 우주국은 히파르코스의 후계자이자 호라이즌 2000 플러스(Horizon 2000+)의 첫 번째 미션으로 가이아(Gaia, Global Astrometric Interferometer for Astrophysics) 미션을 선정했다. 가이아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서 유래했다.

가이아 미션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세밀한 정밀도와 상당히 먼 거리의 천체들을 분해해 내는 해상력이었다. 더욱 먼 거리의 천체를 관측함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천체에 관해서 접근한다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가이아 미션은 천문학자들에게도 엄청나게 흥미로운 미션이었다. 가이아 미션의 계획부터, 망원경의 제작, 발사까지 자그마치 6억 5000만 유로의 예산이 들었으니, 이를 통해서 새로운 별들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유럽 우주국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GAIA 미션의 상상도 ©ESA

2013년 12월 19일 소유스 로켓을 이용하여 발사된 가이아 우주선은 2014년 7월 25일부터 과학적인 관측을 시작하였다.

가이아 위성은  L2 라그랑주 점에서 지구 궤도와 가깝게 태양을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별과의 상대적인 각도는 아주 미묘하게 달라진다. 별들의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별들이 내는 빛의 파장도 달라지는데(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지고 가까워지면 파장이 짧아짐), 수많은 가이아 미션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서 별들의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고자 했다.

가이아 미션의 첫 번째 목표는 대략 10억 개가 넘는 항성들에 관한 보다 정밀한 위치 측정과 그들의 고유운동 측량이다. 이는 우리 은하에서 대략 1%를 차지하는 비율이며, 편향되지 않은 샘플을 얻기 위해서 특정 밝기까지의 모든 물체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이아는 그의 전신인 히파르코스 미션보다 최소 100배 정도 정밀한 카메라를 이용하며, 이를 통해서 태양으로부터 5000pc, 즉 최소 5배 이상 멀리 관측할 수 있다.

2013년과 2018년에 공개된 1차와 2차 데이터를 통해 밝혀진 별들은 대략 13억 개가 넘는다. 가이아 우주선에서 지구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크기는 압축해도 자그마치 200TB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들에 관한 정보가 모두 공개된 상태인데, 공개된 데이터들을 다운로드하려면 약 500GB 이상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이 중 90%가 새롭게 밝혀진 별들이며, 이전까지 인류가 전혀 모르던 별들이다.

가이아 미션의 두 번째 목표는 외계 행성들의 궤도와 그들의 궤도 경사각의 측정이다. 이를 통해서 외계 행성들의 질량도 결정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에 의해서 처음 예측되고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에딩턴 경에 의해서 처음 발견된 현상인 ‘아인슈타인 링’ 현상은 태양의 중력장에 의한 별빛이 구부러지는 현상인데, 가이아 미션의 세 번째 목표는 이 ‘아인슈타인 링’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여 시공간의 구조를 더욱 자세히 알고자 함에 있다.

가이아 미션의 마지막 목표는 최대 500만개의 퀘이사 관측에 있다.

가이아 데이터의 분석은 이제 시작

데이터가 공개되자 수많은 천문학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나 우리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별들의 현재 위치와 고유 운동 속도 및 방향을 토대로 계산된 우리 은하의 예전 모습을 알고자 했다.

네덜란드 그로닝언 대학교 연구팀과 프랑스 파리 천문대 연구팀은 약 100억 년 전에 우리 은하 주변의 ‘가이아-엔켈라두스’라고 명명된 작은 위성 은하와 우리 은하가 충돌했다는 예측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약 3만 개의 별들은 위성 은하의 잔해로 발견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관한 연구는 스페인 카나리아 천문대팀과 영국 캐임브릿지 대학교 연구팀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가이아-엔켈라두스 왜소운하와 우리 은하의 충돌 상상도 및 결과에 따른 광도 변화도 <영상확인> ©ESA/Gabriel Perez Díaz (IAC)

가이아-엔켈라두스 왜소운하와 우리 은하의 충돌의 시뮬레이션 결과 ©ESA/Koppelman, Villalobos and Helmi

가이아는 현재 활발한 과학적인 관측을 시행 중이며, 이 미션은 최소 2022년 말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가이아 데이터 분석이나 가이아 데이터를 이용한 과학적인 연구는 이미 수백 편 이상의 논문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걸음마 수준의 시작에 불과하다. 수많은 천문학자와 인류는 앞으로 몇십 년간은 가이아의 데이터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서 우주의 근원적인 수수께끼들에 관한 인류의 갈증도 해소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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