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에 대해서 이렇게 실감나게 쓴 책이 얼마나 될까? ‘10퍼센트 인간’(10% HUMAN)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원서가 2015년에 나왔다. 최신 과학 및 건강 정보를 듬뿍 담았다는 암시가 될 것이다. 번역판은 벌써 여러 번 찍었다. 국내 반응이 좋다는 뜻이다.
제목은 ‘인간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90%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90%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미생물총’(microbiota)이다. (포털에 microbiota는 ‘미소생물상’으로 번역되어 나온다. 미생물총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시세균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인간은 100조개의 미생물 왕국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무려 100조! 마리의 체내 미생물이 득시글거린다. 인간은 2만1000개의 유전자 뿐 아니라, 여러 종의 미생물이 모여 있는 수퍼 생물체다. 이렇게 인체에 있는 미생물까지 합치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전체는 440만개 정도로 파악이 된다.
미생물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dome)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인간 게놈을 파악했지만, 질병치료와 원인발견에 생각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인간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들어와 사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2년에 1단계 결과가 발표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로 관심은 적지만 말이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앨러나 콜렌(Alanna Collen)박사는 항생제로 자신이 고생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체내의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80세 안팎으로 늘어난 4대 요인의 첫 번째는 물론 면역주사의 발견이다. 소아마비, 결핵 같은 질병이 거의 근절된 것은 면역주사 덕분이다. 두 번째는 의료환경의 개선이다. 병원에서 병원균을 없애도록 깨끗하게 했더니 사망율이 급격히 줄었다. 세 번째 원인은 집단발병을 예방하는 공공시설의 위생관리 개선이다. 네 번째 원인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의 발견으로 저자는 꼽는다.
1900년 선진국 사망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3대 사망원인은 폐렴, 결핵, 감염성 설사였다. 1940년을 전후해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질병은 과거와는 아주 다르다. 2005년 선진국 전체사망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3대 사망원인은 심장병, 암, 뇌졸중이었다.
그러나 비 서구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사망하는 경우에도 이 3대 질병으로 죽는 일은 별로 없다. 인간의 몸이 단지 늙었다고 해서 심장이 굳고 세포가 통제불능으로 분열하며 혈관이 쉽게 터지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 질병들은 노화 보다 염증으로 인한 병이라는 생각이 과학자들 사이에 새롭게 퍼지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런 현대 부유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인간 몸속의 미생물을 알아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선진국 병이 나타난 원인은 항생제를 많이 쓰고, 모유수유를 안 하고,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상황의 변화로 “인간 내부의 미생물이 파괴됐다”는 것이 총체적인 진단이다. 장내 미생물이 균형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만성질환을 일으킨다고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제시한다.
인간의 비만, 장내 미생물 이식으로 해결
특히 비만을 인체 미생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은 큰 관심을 끈다. 비만 쥐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옮긴 무균 쥐는 비만해졌다. 정상쥐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옮긴 무균쥐는 뚱뚱해지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이 쥐를 살찌게 하는 원인일 뿐 더러, 개체간의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마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채취해 뚱뚱한 사람에게 이식한다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실험을 한 미국 워싱턴 대학 피터 턴보(Peter Turnbaugh) 연구원과 팀원들은 "미생물로 비만을 치료한다"는 아이디어에 특허를 신청했다. 이런 다양한 내용은 독자들에게 인간의 몸과 질병 그리고 건강과 장수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다.
저자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런던동물학회에서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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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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