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남긴 말이다. 이처럼 그의 생활에는 예술이 늘 동반했다.
반대로 그가 발표한 상대성이론은 과학계는 물론 문학, 건축, 미술, 음악 등의 예술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영속’ 등 초현실주의 작품에서부터 타임머신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백투더퓨처’, 가상현실의 세계를 그린 영화 ‘매트릭스’ 등은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며칠 후 우리나라 관객들도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한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9월 2일(금)부터 3일(토)까지 양일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한팩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라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멀티미디어 댄스 창작집단인 댄스씨어터 까두가 발표하는 이 작품은 이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석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4차원의 시공간 개념인데, 서로 혼재되어 있는 공간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져 있는 것처럼 시간도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는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통해서 착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상대성이론에 다가가는 실험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절대적이라고 믿어 왔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뒤엎고, 우리가 받아 왔던 교육이나 지식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뒤돌아볼 수 있다.
한팩 아르코 기획 ‘새개념 공연’ 시리즈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1년도 융합문화지원사업의 최종 과제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다. 이 작품의 안무가인 현대무용가 박호빈 씨는 인간의 내면뿐만 아니라 환경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무용을 중심으로 영상 및 과학 등 타 장르와의 융합을 끊임없이 시도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2003년에 창단한 댄스씨어터 까두는 집단 창작을 통해 상호 교류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을 융합하는 멀티미디어 댄스 그룹으로서, 인간과 사물의 본질을 다각적인 방향에서 탐구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유럽에서 연수를 받을 때부터 빛이 인간에게 미치는 파장과 빛이 분할하는 2개 이상의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는 안무가 박호빈 씨를 직접 만나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의 기획 의도와 작품에 숨어 있는 과학적인 요소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 공연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수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때를 뜻하는 수성의 근일점은 100년마다 5천600초 움직여 가는데, 이 중의 5천557초에 대해서는 뉴턴 역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43초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휘어진 시공간을 이용해 이 43초를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든 인간이 이처럼 휘어진 4차원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의미에서 그 같은 제목을 붙였다.”
-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기존의 3차원 공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또 실제로 이처럼 시공간을 거스르는 예술 작품들이 많다. 이를 내 분야인 현대무용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는데, 가장 좋은 소재가 바로 상대성이론이었다. 우리 같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시공간도 실제 체험이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 공연 구성을 보니 블랙홀과 연옥, 천상, 지옥 등이 등장한다. 관객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을 준다면?
“인간의 모든 역사를 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나 전생의 경우 관계가 계속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공간이 바뀔 때 인간의 관계도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선한 만남으로 이어진 관계가 시공간이 바뀌면 악한 만남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시공간이 바뀌면서 계속 그런 식의 관계 바뀜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작품은 남녀 관계도 그처럼 지옥과 연옥, 천국 등으로 뒤죽박죽 바뀔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상징적인 문으로서 게이트라는 소품을 이용했는데, 그것을 넘나들 때마다 작품 속의 시공간이 바뀌게 된다. 남녀 관계가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어떻게 변화하는지 유추하면서 감상하면 관객 나름대로의 멋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관객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면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보면 된다.”
- 상대성이론의 과학적인 요소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평소 무대 메커니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장치나 비주얼 등의 요소가 과학적인 원리와 맞아 떨어지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다. 이 작품에서는 빛의 착시효과로 시공간의 왜곡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사운드를 매우 시끄럽게 틀어놓다가 갑자기 멈춤으로써 시간이 정지되고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보았다.”
- 실제로 과학자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스스로 한 상대성이론의 해석이 어떤지 궁금했다. 또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의 자문을 받았다. 김 회장께 70~80% 완성된 Showing을 보여드렸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무엇보다 우리가 해석한 요소들이 상대성이론의 4차원 시공간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힘이 되었다.”
- 경력을 보니 봉산탈춤 이수자로 되어 있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활동으로 봉산탈춤을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현재 1년에 서너 번씩은 봉산탈춤 공연을 한다. 현대무용은 모든 요소를 재해석하고 변형하여 새롭게 태어나도록 할 수 있는데, 봉산탈춤을 응용할 경우 또 다른 특성 있는 현대무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도 과학을 소재로 한 공연을 계속할 것인가?
“예전부터 심리적인 취향을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다룬 작품이 많다. 작품의 퀄러티를 낮추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중이 흥미를 느낄 만한 과학적인 소재가 있다면 계속 발굴해보고 싶다. 또 창의력과 감수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초등학생 대상의 무용 아카데미를 열어볼 계획도 갖고 있다.”
반대로 그가 발표한 상대성이론은 과학계는 물론 문학, 건축, 미술, 음악 등의 예술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영속’ 등 초현실주의 작품에서부터 타임머신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백투더퓨처’, 가상현실의 세계를 그린 영화 ‘매트릭스’ 등은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며칠 후 우리나라 관객들도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한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9월 2일(금)부터 3일(토)까지 양일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한팩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라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멀티미디어 댄스 창작집단인 댄스씨어터 까두가 발표하는 이 작품은 이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석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4차원의 시공간 개념인데, 서로 혼재되어 있는 공간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져 있는 것처럼 시간도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는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통해서 착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상대성이론에 다가가는 실험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절대적이라고 믿어 왔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뒤엎고, 우리가 받아 왔던 교육이나 지식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뒤돌아볼 수 있다.
한팩 아르코 기획 ‘새개념 공연’ 시리즈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1년도 융합문화지원사업의 최종 과제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다. 이 작품의 안무가인 현대무용가 박호빈 씨는 인간의 내면뿐만 아니라 환경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무용을 중심으로 영상 및 과학 등 타 장르와의 융합을 끊임없이 시도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2003년에 창단한 댄스씨어터 까두는 집단 창작을 통해 상호 교류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을 융합하는 멀티미디어 댄스 그룹으로서, 인간과 사물의 본질을 다각적인 방향에서 탐구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유럽에서 연수를 받을 때부터 빛이 인간에게 미치는 파장과 빛이 분할하는 2개 이상의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는 안무가 박호빈 씨를 직접 만나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의 기획 의도와 작품에 숨어 있는 과학적인 요소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 공연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수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때를 뜻하는 수성의 근일점은 100년마다 5천600초 움직여 가는데, 이 중의 5천557초에 대해서는 뉴턴 역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43초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휘어진 시공간을 이용해 이 43초를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든 인간이 이처럼 휘어진 4차원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의미에서 그 같은 제목을 붙였다.”
- 상대성이론을 소재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기존의 3차원 공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또 실제로 이처럼 시공간을 거스르는 예술 작품들이 많다. 이를 내 분야인 현대무용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는데, 가장 좋은 소재가 바로 상대성이론이었다. 우리 같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시공간도 실제 체험이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 공연 구성을 보니 블랙홀과 연옥, 천상, 지옥 등이 등장한다. 관객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을 준다면?
“인간의 모든 역사를 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나 전생의 경우 관계가 계속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공간이 바뀔 때 인간의 관계도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선한 만남으로 이어진 관계가 시공간이 바뀌면 악한 만남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시공간이 바뀌면서 계속 그런 식의 관계 바뀜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작품은 남녀 관계도 그처럼 지옥과 연옥, 천국 등으로 뒤죽박죽 바뀔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상징적인 문으로서 게이트라는 소품을 이용했는데, 그것을 넘나들 때마다 작품 속의 시공간이 바뀌게 된다. 남녀 관계가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어떻게 변화하는지 유추하면서 감상하면 관객 나름대로의 멋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관객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면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보면 된다.”
- 상대성이론의 과학적인 요소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평소 무대 메커니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장치나 비주얼 등의 요소가 과학적인 원리와 맞아 떨어지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다. 이 작품에서는 빛의 착시효과로 시공간의 왜곡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사운드를 매우 시끄럽게 틀어놓다가 갑자기 멈춤으로써 시간이 정지되고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보았다.”
- 실제로 과학자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스스로 한 상대성이론의 해석이 어떤지 궁금했다. 또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의 자문을 받았다. 김 회장께 70~80% 완성된 Showing을 보여드렸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무엇보다 우리가 해석한 요소들이 상대성이론의 4차원 시공간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힘이 되었다.”
- 경력을 보니 봉산탈춤 이수자로 되어 있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활동으로 봉산탈춤을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현재 1년에 서너 번씩은 봉산탈춤 공연을 한다. 현대무용은 모든 요소를 재해석하고 변형하여 새롭게 태어나도록 할 수 있는데, 봉산탈춤을 응용할 경우 또 다른 특성 있는 현대무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도 과학을 소재로 한 공연을 계속할 것인가?
“예전부터 심리적인 취향을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다룬 작품이 많다. 작품의 퀄러티를 낮추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중이 흥미를 느낄 만한 과학적인 소재가 있다면 계속 발굴해보고 싶다. 또 창의력과 감수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초등학생 대상의 무용 아카데미를 열어볼 계획도 갖고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1-08-3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