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중에는 혀를 U자 형으로 둥글게 말아서 내밀 수 있는 사람과 혀를 둥글게 말지 못하고 수평으로 내미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형질은 유전에 의하여 결정되며, 혀를 말수 있는 형질이 우성이다. 그렇다고 혀 말기가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보통의 평범한 형질이기 때문이다.
혀 자체를 구성하는 근육을 내설근이라 하고, 두개골에서 나와 혀와 연결된 근육을 외설근이라 한다. 내설근은 혀의 섬세한 운동에 도움을 주고, 외설근은 혀의 돌출/후퇴/굴곡 등의 운동을 관장한다.
혀는 내설근과 외설근의 작용으로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음식물을 받아들이거나 섞는다. 혓바닥은 그 느낌이 까슬까슬하다. 왜냐하면 가는 작은 돌기인 유두가 많이 분포하고 있어서 그러하다. 유두의 상피 내에 있는 미뢰가 맛을 수용한다.
혀의 점막에는 설선이라고 하는 작은 샘이 있는데, 이 곳에서 분비되는 액체가 혀의 표면을 끊임없이 적시고 있으므로 건강한 사람의 혀는 윤이 나며 촉촉하다. 그러나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영양이 부족하게 되면 혓바늘이 단골 손님처럼 찾아온다.
혓바늘은 유두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염증 부위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상당히 귀찮을 정도의 통증이 유발된다. 영양부족에 의한 혓바늘의 경우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여 비타민 A와 C를 공급해 주면 좋다.
안면신경은 입/눈/코 주위의 얼굴 근육뿐만 아니라 혀의 미각과 침샘/눈물샘/콧물샘의 분비를 조절한다. 따라서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혀 밑에 침이 고이고 기분이 좋은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안면신경의 작용 때문이다.
음식이 대단히 맛이 좋으면 눈물 콧물까지 나온다. 그런데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자기가 숨기려고 해도 안면신경이 얼굴 근육에 작용하기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혀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스어 glssa, 라틴어 lingua, 영어 tongue, 독일어 Zunge 등 많은 말에 ‘혀’ 와 ‘언어’ 라는 2가지의 뜻이 있고, 또한 ‘혀(가) 꼬부라지다’, ‘혀가 (잘) 돌아가다’, ‘혀가 짧다’, ‘혀를 굴리다’, ‘혀를 놀리다’ 등의 표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의 혀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민족이 상대에 대한 우롱이나 경멸의 표시로 혀를 입 밖으로 내민다. 다만 티베트에서는 존경의 인사가 되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서는 환영의 표시가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망할 때에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민다. 더운 여름철에 개가 혀를 내밀어서 헐떡이는 것은 혀를 통하여 몸 속의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에게는 땀샘이 없기 때문이다.
벌겋게 고추장 범벅이 된 무교동 낙지볶음! 군침이 돌아 먹다보면 입안의 혀와 피부가 얼얼해지고 뜨거워지며 어느새 얼굴에선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린다. 운동을 심하게 한 것도 아니고, 음식이 뜨겁지도 않은데 땀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왜 그러할까?
혀는 단맛, 신맛, 짠맛, 단맛만을 느낀다. 매운 맛은 혀와 입 속의 피부에 있는 통각세포가 감지하는 통증이다. 아주 매운 고추 음식을 먹으면 처음엔 따갑다가 조금 있으면 입안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통각세포가 통각을 두 단계에 걸쳐 대뇌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매운 맛(통증)을 느끼자마자 위급한 상황에 대한 경보를 순식간에 대뇌로 보내고, 그 뒤에 자연통각이라 해서 얼얼해지는 것이다.
또한 통증이 강해지면서 입 속의 혈관이 확장되어 갑자기 많은 혈액이 밀려오기 때문에 뜨겁다고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입안에서뿐만 아니라 고추나 마늘 같은 것을 짓이겨서 살갗에 묻혀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묻힌 부분의 살갗이 뜨거워지고 심하면 부어 오르기까지 한다. 이렇게 매운 것을 먹어서 너무 괴로울 때는 즉시 입안에 찬물을 물고 있으면 매운 맛(통증)이 덜하여진다.
매운 맛을 지닌 고추는 가지과의 한해살이풀로서, 줄기의 높이는 60㎝에 달하며 잎은 어긋나고 양끝이 좁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꽃은 흰색으로 여름에 핀다.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한국에 17세기 초엽에 전래되었다.
조선 중기 실학자 이수광 선생님의 ‘지봉유설’ 에 고추가 왜겨자[倭芥子]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고추의 매운 맛(통증)은 캅사이신(capsycin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씨가 붙어 있는 흰 부분에는 고추껍질보다 캅사이신이 몇 배나 많으나, 씨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김장용 고추는 다른 품종보다 캅사이신이 1/3, 당분이 2배정도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고추의 붉은 색은 카로틴과 크산토필 계통의 색소가 어우러져 나타나는 것으로서, 이들 색소는 우리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 또 고추에는 비타민 C의 함량이 매우 풍부한데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우리나라의 고추 음식 문화는 고추 속의 비타민이라는 영양소와 입안의 매운 맛이라는 통증의 관계를 잘 조화시키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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