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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상주 객원기자
2009-10-09

함께 커온 의학과 미술, 다시 만나다 제7회 융합카페, '의학과 예술의 만남' 주제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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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그림 등 의학 지식은 미술을 통해 발전, 전달돼 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두 분야가 현대들어 융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지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문화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제7회 융합카페가 8일 서울 연세대 치과대학 서병인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융합카페의 주제는 '의학과 예술의 만남 - 미술에 나타난 인체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다.

해부학의 발전에 큰 도움받은 인물화

'해부그림(Medical Illustration)의 소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연세대 치과대학 메드아트팀(Medart Team) 윤관현 교수는 해부그림을 중심으로 의학과 미술이 어떤 연관을 가지고 상호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했다.

윤 교수는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해부그림은 아트 아나토미, 현대 미술, 메디컬 아트로 분화됐다"며 "해부학은 보다 정밀한 묘사술을 통한 그림 등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 인쇄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다 정밀한 해부그림들이 더 많은 의학자들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과거부터 누드작품을 그릴 때는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화가들에게는 해부학 공부가 권고됐었다. 미켈란젤로나 네오나르도 다빈치 등도 그런 맥락에서 해부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인체를 정확하게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해 해부학을 익혔다면, 다빈치는 의학자로서 인체 자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부학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소개하면서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동판화가 개발되면서 해부학 지식은 보다 정확하고 풍부하게 전파됐다. 또 17~18세기에는 입체 모델을 통해 해부학 모델이 등장하는 등 의학과 미술은 상호보완적인 발전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메디컬 아트에 대해 윤교수는 "한국은 동양의학의 관점에서 보인 그림 외에 아직 현대적인 의미의 해부학 그림들을 아직 뚜렷하게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사진과 결합된 형태의 일러스트가 만들어지면서 디지털화를 통해 해부학 그림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르네상스 그림 속에 드러난 의사들의 모습

이한순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는 '르네상스 시대의 해부학과 미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수업>을 분석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시대 의사의 생활상을 분석했다.

16세기부터 유행한 그룹초상화의 일환인 렘브란트의 작품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자유로운 구도로 해부학 수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교수는 "당시 외과의사 길드가 요청해 그린 것으로, 사회적 신분이 낮았던 외과의사들이 자신들도 무엇인가 지적인 활동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점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해부학 전임강사였던 튈프 박사와 그 수강생들을 담은 이 그림을 통해 당대 의사의 지위와 입장, 위치 등을 자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초상화를 분석해서 질병을 알아낸다

문국진 고려대 법의학과 명예교수는 '질병으로 보는 명화'를 제목으로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겪었을 병력을 작품을 통해 읽어냈다.

문  교수는 "의학과 미술은 대단히 밀접하다"고 전제하면서 "사람의 사인을 해부학으로 알아내곤 하는데, 사람이 죽고 없다면 그들이 남긴 예술작품 등을 통해 사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술가들 중에는 고흐를 제외하곤 작품을 통해 사인을 대부분 밝히는데, 이를 병적학(Pathography)라고 한다. 또 명화, 명곡을 남긴 천재 예술가들은 집착을 가지고 작품에 매달리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머리가 멍하고 잠이 안오는 증상이 있고, 환청, 환상을 겪고, 신과의 교류가 생기는 등, 창조병(Creative disease)이 생긴다.

문 교수는 몇몇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병력을 분석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화가 드가는 망막색소변성과 중심성 환반변성을 겪었다. 눈의 망막중 황반에 병이 생겨 주변은 잘 보이지만 중심은 잘 안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오페라 하우스의 오케스트라, 1870>는 중앙이 뚜렷한 그림이지만, 드가가 군에 갔다온 후 눈이 나빠지자 중앙 공간이 비어있는 그림들이 그려지게 됐다는 해설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통합실조증, 비문증을 겪었다. 뭉크의 아버지는 의사였는데, 어머니와 딸을 결핵으로 잃게 된다. 뭉크는 의학이 허무하다며 그림에 매진하게 됐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를 보면서 정신분열증을 겪게 된다. 1893년의 <절규>를 보면, 그의 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뭉크 역시 그림 안에 자신의 병력을 적어넣기도 했다. 또 비문증을 겪은 뭉크는 언제나 눈에 무엇인가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끼는데, 그의 그림에는 그가 겪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프랑스 화가 모네는 백내장, 청시증을 가지고 있었다. 백내장을 가진 모네는 시력때문에 모든 그림을 밖에서 재빠르게 그려야 했다. <수련연못, 1889>은 백내장이 덜할 때 그린 것이였는데, 1923년 그린 <연못의 일본식 징검다리>를 보면 사물의 형상이 흐릿하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네는 백내장 수술 후에 청시증을 겪게 된다. 그 후 모네의 그림은 모두 파랗게 보인 것 그대로를 그려 푸른 빛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프랑스 화가 마티스는 결장암에 의한 장폐쇄증, 담성에 의한 담낭염을 앓았다. <춤, 1909-10>을 보면 마티스는 색을 섞지 않는데, 질병으로 허리나 몸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이 더 나빠진 마티스는 결국 붓을 놓고 색종이를 오려 붙인 <푸른 누드 III> 등으로 새로운 차원의 그림을 만들게 된다.

인사말에 나선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문화사업실장은 "과학시각화사업이 추진되면서 연세대 메드아트팀이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번 융합카페를 연세대 치과대학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문규 연세대 치과대학장은 이 자리에서 "과학, 문화, 의학이 결국에는 만나겠지만, 융합카페를 통해 이런 자리가 만들어 지게 돼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상주 객원기자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10-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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