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미생물이 나무 멸종 막는다

제주 서식하는 분비나무·구상나무에서 내생균 발견

일반적으로 미생물은 바이러스(virus)와 박테리아(bacteria), 그리고 곰팡이라고 부르는 진균(Fungi) 등의 3종류로 구분한다. 그중 건강한 식물체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서식하고 있는 세균이나 곰팡이를 내생균(內生菌)이라고 한다.

내생균은 곤충이나 동물 등이 식물을 공격할 때, 식물이 저항할 수 물질을 만들어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병원균이 외부에서 침투할 때, 이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반면에 식물은 내생균이 자랄 수 있는 공간과 양분을 제공하므로, 식물과 내생균은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공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식물과 내생균의 공생은 단순히 자신들의 생존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익하다.

내생균과 식물의 공생관계 개요 ⓒ KOBIC

식물과 내생균의 공생 관계가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주목나무(taxus brevifolia)를 꼽을 수 있다.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taxol)은 유방암 등에 효과가 있는 항암제로서 예전에는 이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많은 주목나무를 베어내어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암제의 단가도 무척 높았고, 환경파괴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주목나무에 공생하고 있는 내생균이 동일한 택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급량도 많아지고 단가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식물과 내생균의 공생을 통한 의약품 생산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내생균을 활용한 연구가 멸종 위기에 몰린 식물의 복원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분비나무 개체수 감소로 아고산대 생태계 파괴

멸종 위기에 몰린 식물들 중 내생균에 의한 복원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나무로는 아고산대 침엽수종인 분비나무(Abies nephrolepis)를 꼽을 수 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침엽수종인 분비나무는 아고산대 생태계의 대표적 수종으로서,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 환경의 변화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고산대(subalpine zone)란 고산지대와 산지대의 사이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서, 분비나무는 통상 제주도나 강원도의 해발 1500m∼2500m 정도의 산림에서 자라고 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발견한 내생균이 분비나무의 생존율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산림과학원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발견한 2종의 내생균은 ‘페지쿨라 스포룰로사(Pezicula sporulosa)’와 ‘플릭테마 바가분다(Phlyctema vagabunda)’으로서, 아고산대에서 자라는 침엽수림의 집단 고사와 쇠퇴 현상을 방지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이들 내생균은 아고산대에서 자라는 분비나무에서 발견된 만큼,  아고산대에 대한 적응도가 다른 내생균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생균 2종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면 분비나무의 환경 변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종 내생균 발견으로 구상나무 생존율 높여

내생균을 활용하여 멸종 위기에 몰린 식물을 복원하는 또 다른 사례로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발견한 구상나무(Abies koreana)와 내생균의 공생 관계가 있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 수종이다. 생장이 느려서 숲을 이루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구상나무는 나무가 어린 단계에서 생존율이 낮아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구상나무가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산림청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유전자원 보존과 자생지 복원이 가장 시급한 수종으로 발표된 바 있다.

실제로 구상나무의 대규모 분포지인 한라산과 지리산의 군락 지역을 살펴보면, 분포 면적이 많이 감소한 상황이며, 쇠퇴율도 약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최근 제주도 한라산에서 발견한 내생균인 ‘토종 균근균(oidiodendron maius)’은 구상나무 복원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구상나무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 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구상나무 복원을 위해 균근균을 접종한 결과, 생존율이 평균 97%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수치는 내생균을 접종하지 않은 무처리 구상나무의 생존율인 67%보다 약 1.5배 정도 높은 것이다.

이처럼 균근균을 활용한 생존율 증진 결과가 기대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면서 연구진은 내생균인 균근균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구상나무숲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멸종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건강한 개체 증식을 위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복원시험지를 조성하는 등의 보전 및 복원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도 구상나무를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해 식물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구상나무 배아줄기세포의 배양에 주력하고 있어 산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종자 발달이 충분할 때도 발아율이 50%로 낮고 미성숙한 종자 발아율은 10% 내외에 그쳤기 때문에 그동안 생태적 복원에 필요한 종자 및 묘목 등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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