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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편집위원
2006-11-12

“한국 수학계, 미래 밝아” 1994년 필즈상 수상자 젤마노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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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강력한 수학자 세대가 성장하고 있어”


“한국의 수학계 위상이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지난 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수학자총회(ICM)에서 KIAS(고등과학원) 등의 한국 수학자 3명이 초청강연을 했습니다. 미국의 명문대학이나 연구기관도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수학계가 놀라운 발전을 했고 KIAS의 수준도 대단히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1월 2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원장 김만원)이 개원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기념학술대회’에 초청연사로 한국을 찾은 1994년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인 에핌 젤마노프(Efim I. Zelmanov) 교수는 한국의 수학계를 이같이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 수학계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1996년 고등과학원 개원 때부터 석학교수로 초빙돼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매년 한국을 방문해 두 달 동안 강연을 하고 있는 젤마노프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는 “최근 한국의 기초과학 역량이 매우 발전했다”며 “한국에도 아주 강력한 수학자 세대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고등과학원의 수학부 오용근 교수와 황준묵 교수가 국제적 학술행사인 ICM에 초청 받아 강연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수학계의 잠재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ICM은 4년마다 한 번 개최된다. 이 총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이 수여된다. 세계 수학계는 필즈상을 해마다 수여되는 노벨상보다 더 까다롭고 더 가치가 있는 명예로운 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가 응용과학이 아닌 기초과학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태어난 가정 여건이 좋은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면학의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학문을 하는 과학자는 세속의 이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연구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태생인 젤마노프 교수는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 코스를 밟았다.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두려움도 생기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이 없고 용감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수학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 수 있었고, 또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그는 말했다.


이날 기념학술대회에서 ‘프로 유한군’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젤마노프 교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정부는 기초과학 분야에 연구비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과학원은 정부의 지원에 모든 것을 의존하기 때문에 단점도 있다”며 “연구기관이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처럼 개인 기부금에 의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돈이 많은 기업체나 기업가들이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젤마노프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해결되지 않은 대수학의 군(group)론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Restricted Burnside Problem)’를 해결해 천재적인 수학자로 인정 받았다. 그 공로로 5년 후인 1994년 38세의 나이에 ICM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번사이드 문제’는 1902년 영국의 수학자 번사이드(W. Burnside)가 제시한 문제로 그동안 많은 수학자들이 해결하려고 노력한 문제다.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기부문화가 자리 잡아야”


필즈상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4년마다 한 번 수여되는 것도 그렇고 나이에도 제한이 있다. 40세 미만만 가능하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60대인데 비해 필즈상 수상자는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나이인 30대로 수학이라는 학문의 최고봉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명예가 노벨상보다 더하다.


필즈상은 캐나다 출신의 수학자 존 필즈(John Fields)가 1936년에 제정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필즈는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ICM을 위한 모금에도 크게 성공했다. 죽을 때는 개인재산을 전부 ICM에 기증했다. 1924년 ICM의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필즈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인 1936년, ICM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총회에서 필즈상이라는 명칭으로 수학발전에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상은 메달로 수여돼 필즈 메달(Fields Medal)로 불린다. 필즈상의 금메달에 새겨진 사람은 필즈가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다.


한편 지난 8월 ICM에 초청된 고등과학원의 황준묵 교수는 대수기하 및 복소기하학 분야에 대해 강연했고 오용근 교수는 기하학 분야를 강연했다. 황 교수는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인상’을 수상했고 2001년에는 ‘한국 과학상’을 받았다. 오용근 교수는 2000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 유일의 기초과학 전문 연구기관인 고등과학원은 기초과학의 이론과 창의력 위주의 연구를 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학술행사와 세미나를 개최해 국내외 과학자들의 연구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최첨단 해외 이론을 국내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오용근, 황준묵 교수 이외에도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는 ‘우주 거대구조 탐사사업(SDSS)’ 등과 같은 국제적 프로젝트에 한국을 대표하고 있고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는 양자암호 송신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6-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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