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만년설에 내린 핏빛 눈은 기후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ALPALGA
7월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알프스 동부지역의 마르몰라다(Marmolada) 봉우리 정상 부근에서 눈사태가 일어났다. 붕괴된 빙하가 등산로를 덮치며 6명이 사망했고 8명이 중태에 빠졌으며 12명이 실종되었다. (이후 추가 사망자 2명, 추가 실종자 3명이 확인되었다.) 빙하 붕괴 사고의 주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 가운데, 이상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알프스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한여름에도 만년설로 뒤덮여있는 장관으로 유명해 산악인들이 자주 찾던 명소였다. 또한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알프스 동부지역 중 가장 높은 봉우리로, 녹지 않는 만년설 빙하를 매년 측정하여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늠하는 ‘자연온도계’로도 활용되어왔다. 이 거대한 자연온도계가 이번에 무너진 것이다.
지난 6월 극심한 폭염이 서유럽과 이탈리아를 강타했다. 특히 이번 참사는 마르몰라다 정상부의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10℃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발생하여 기후재앙이 야기한 사태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 극지과학연구소(CNR)의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이 지역의 빙하가 이미 많이 사라졌고, 25-30년 후엔 빙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이탈리아 파도바 대 연구팀은 2031년 즈음에는 마르몰라다 봉우리에서 더는 만년설과 빙하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1954년부터 2020년까지 수십 년 동안 이미 85% 가량의 빙하가 사라졌고, 특히 최근 빙하가 녹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2배 가량 빨라졌다는 것이다.
알프스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 후퇴 현상과 눈사태는 이전부터 꾸준히 관찰되었다. 2017년 미국 지질학회에 발표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각지 빙하의 모습을 관찰한 자료는 10여 년의 시간동안 빙하 후퇴 현상이 얼마나 두드러지게 나타났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각각 알래스카 멘덴홀 빙하, 스위스 슈타인 빙하, 스위스 트리프트 빙하, 페루 코리 칼리스 빙하의 2005년과 2017년의 모습이다.
곳곳에서 관찰된 빙하 후퇴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좌)2007년부터 (우)2015년까지 10여 년 동안 두드러진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The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 대 연구센터의 연구책임자 에릭 마샬 박사는 연구를 위해 알프스 산에 올랐을 때의 광경을 “새하얀 만년설이 1년 내내 쌓여있던 알프스 산꼭대기 눈밭 수 km가 붉게 변해서, 마치 피가 흩뿌려진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알프스 현지인들은 이 눈을 워터멜론 스노우, 핑크 스노우, 레드 스노우, 블러드 스노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나, 확실한 것은 어떤 명칭으로 불리든 간에 알프스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색의 눈이라는 것이다.
새하얀 만년설에 피처럼 붉은 눈이 흩뿌려져 있다. 알프스 만년설의 ‘블러드 스노우’의 모습과 연구팀이 샘플을 채취한 모습이다. ©ALPALGA
알프스 내린 핏빛 눈의 정체는 바로 ‘조류’다. 온도가 올라간 바다에서 적조현상이 일어나듯, ‘블러드 스노우’ 현상 역시 따뜻해진 얼음 안에서 조류가 증가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만년설과 빙하의 미세조류가 최근 번성한 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대기오염 물질의 유입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마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핏빛 눈의 원인인 산구이나(Sanguina) 속 조류는 눈과 얼음 표면에 사는 광합성 미생물로 본래 녹색을 띤다. 이 조류는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는 ‘카로티노이드’라는 붉은색 색소를 축적하기에 ‘블러드 스노우’ 현상이 관찰되는 것이다. 카로티노이드는 당근과 토마토, 새우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 색소이다.
만년설 위 ‘핏빛 눈’의 정체는 조류이다. 연구팀이 채취한 ‘블러드 스노우’ 샘플의 조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모습이다. ©ALPALGA
블러드 스노우 현상은 그 자체로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지구 전체의 온도 조절하는 중요한 요인은 지구 표면의 빙하와 바다 등의 ‘반사율(알베도)’다. 바다의 햇빛 반사율이 6%인 데 비해 빙하의 반사율은 무려 80%에 육박해 지구 시스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블러드 스노우는 빙하의 반사율을 떨어뜨려 빙하가 녹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이상 기후로 인해 일어난 현상이 기후 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다.
그르노블 알프스 대 연구팀의 알베르토 아마토 박사는 “시간이 지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할수록 붉은 눈은 더욱 자주 발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지 과학연구소 또한 알프스에 닥친 이상 기후위기로 인해 산사태 등의 재난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핏빛으로 물든 알프스는 본래의 새하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Wikimedia commons
새하얀 눈 위로 내리는 블러드 스노우 현상 자체는 과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블러드 스노우 조류의 생태에 대해 아는 바가 부족하다. 특히, 생태계의 먹이사슬 기초를 차지하는 조류가 알프스 산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현재 유럽의 여러 연구팀은 ALPALGA(MICROALGUES DES ALPES)라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분야의 생물학자와 생태학자, 빙하학자 등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며 미세 조류를 연구하고 있다. 블러드 스노우의 급증이 생태계에 일으킬 파동과 함께, 블러드 스노우의 정량화를 통해 기후변화 및 생태계 변화의 표지로서 제시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는 빙하에 방수포를 덮어 낮아진 반사율을 끌어올리고 해빙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임시 방편이나, 스위스 전역의 빙하를 모두 방수포로 덮는다고 해도 연간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연구팀은 “새하얀 알프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기후변화 속도에 제동을 거는 조치가 더 늦기 전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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