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물체에 포함된 가소제(plasticizer)가 인간의 중요한 뇌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독일 연구팀이 발표했다. 바이로이트대학(University of Bayreuth) 생물학자는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 저널에 지난 4월 12일 발표한 논문에서 가소제의 하나인 비스페놀 A(BPA)와 비스페놀S(BPS)가 물고기 뇌에서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유사한 간섭이 성인 인간의 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중추신경계에 위험을 주지 않는 대체 가소제의 빠른 개발을 요청했다.
비스페놀은 식품 포장, 플라스틱 식기, 음료수병, 장난감, 치아 충전재 및 아기 인형과 같이 전 세계의 많은 플라스틱 제품에서 발견되는 가소제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비스페놀 A(BPA)와 관련된 수많은 건강상의 위험이 이미 밝혀져 왔다.

바이로이트 대학 동물생리학 연구단의 피터 마흐니크(Peter Machnik)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에 가소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이 연구는 BPA 뿐만 아니라 종종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는 비스페놀 S(BPS)도 다루고 있다. 그 결과 두 가소제 모두 뇌의 신경세포 사이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금붕어의 마우트너 세포에 손상 입혀
가소제로 인한 피해의 발견은 살아있는 금붕어에 대한 상세한 연구에서 나왔다. 피해의 중심에는 물고기 뇌에서 가장 큰 신경 세포인 마우트너 세포(Mauthner cell)에 있었다. 여러 감각 자극을 통합하는 기능을 갖는 마우트너 세포는 포식자가 접근할 때 여러 자극을 빠르고 정확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마우트너 세포는 생명을 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이 기능 때문에, 마우트너 세포는 진화 과정에서 특히 강력해졌다. 마우트너 세포는 어느 정도 해로운 영향을 막아낼 수 있고, 그 후에 손상을 보상할 수 있다. 가소제가 이같이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마우트너 세포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뇌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은 주로 다른 신경 기능들 사이의 미묘한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뇌세포가 하류세포에게 흥분상태를 유발하는 신호를 전송하는 반면, 다른 뇌세포는 하류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흥분과 억제 두 가지 조정기능은 온전한 중추신경계에 필수적이다.

마흐니크 박사는 "척추동물의 신경계통에 수많은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흥분 신호와 억제 신호가 제대로 조정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조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소제 BPA와 BPS가 이러한 조율을 손상시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연구팀은 물고기의 중요한 뇌 기능이 수많은 산업에서 사용되는 가소제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물론 이같은 손상이 당장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뇌세포가 한 달 동안 소량의 BPA나 BPS에 노출되면 피해는 틀림없이 나타난다”라고 바이로이트의 박사과정 학생이자 이 연구의 제1저자인 엘리자베스 쉬르머가 말했다.
가소제는 뇌세포의 시냅스를 통해 전달되는 화학적, 전기적 전송을 변화시킨다. 또한 음향 및 시각적 자극의 인식과 처리에 중요한 회로를 교란시킨다.
사람의 뇌세포에도 심각한 손상 입힐 듯
생선 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볼 때 BPA와 BPS가 성인 인간의 뇌에도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과학계와 산업계는 인간의 건강에 안전하면서도 비스페놀을 대체할 새로운 가소제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마흐니크 박사는 강조한다.
비스페놀은 플라스틱 제품의 첨가제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비스페놀은 환경으로 배출되고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소제인 비스페놀A(BPA)는 매년 수백만 톤이 방출된다. BPA를 대체하는 비스페놀S(BPS)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두 비스페놀이 성숙한 뇌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심재율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1-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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