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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8-03-22

풍부한 향기의 와인, 알고보니 국산? 해외에서 호평받은 청수와인… 유명 제품 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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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의 맛은 얼마나 좋은 고기를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와인의 맛도 포도의 품질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포도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포도 품질이 좋으려면 우선 품종이 뛰어나야 하지만, 그렇다고 품종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같은 품종이라 해도 기후와 토양 특성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국가들은 대표적인 양조용 포도를 자국 내에서만 재배하고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해당 국가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국산 포도 품종인 '청수'와 이를 사용하여 만든 '청수와인'
국산 포도 품종인 '청수'와 이를 사용하여 만든 '청수와인' ⓒ 농촌진흥청

반면에 짧은 와인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용 품종이라고 내세울 만한 포도는 찾기가 힘들다. 본격적인 의미의 와인 양조장이 들어선 것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국산 포도 품종이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녹황색 청포도인 ‘청수’로서,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최초의 와인 제조용 포도 품종이다.

생과용이었던 품종을 와인 양조용으로 변경

청수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3년에 품종 개량이 이루어졌다. 비교적 오래 전에 개량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원래부터 와인 양조용으로 개발된 품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처음 개량을 시도했을 때만 하더라도 씨는 없으면서 포도알은 많이 열리는 품종이 목표였다. 실제로 청수는 추위와 병에 강해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수량이 많이 나오는 품종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무엇보다 포도알이 다른 품종에 비해 일찍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면서 농가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청수를 심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했고, 점차 수확량도 감소하게 되었다.

청수와 샤르도네 및 리슬링의 소믈리에 평가 ⓒ 농촌진흥청
청수와 샤르도네 및 리슬링의 소믈리에 평가 ⓒ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알맹이가 일찍 떨어지는 포도는 씼어서 간식으로 먹는 생과용으로는 상품성이 없다"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200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청수를 생과용으로 기르는 농가는 거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개량 이후 거의 20여년을 농가로부터 외면받았던 청수가 기사회생을 하게 된 데에는 이전과 다른 용도로 접근을 시도한 농촌진흥청의 노력 덕분이다.

애써 개량한 품종이 농가의 호응을 끌지 못하자 연구진은 청수의 새로운 쓰임새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한 와인 전문가로부터 ‘청수로 만든 와인의 풍미가 뛰어나다’라는 말을 듣고는 청수를 생과용이 아닌 와인 양조용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청수를 와인 양조에 사용할 것을 결정했던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그 때는 가격안정 차원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 품종을 와인 양조용으로 사용하던 시기“라고 밝히며 ”국제화 분위기에 맞게 해외에서 질 좋은 와인들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고품질 와인 의 제조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세계 유명 와인들보다 뛰어난 과일향 머금고 있어

청수로 만든 와인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국산 와인 판매량의 9%인 40000병 가량이 생산되어 판매되면서, 양조용 품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 한 것.

판매량 뿐만이 아니라 품질에 있어서도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가 주최하는 3대 와인시상식 중 하나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참가하여 2015년부터 매년 입상하면서, 청수와인의 우수성이 조금씩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청수와인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농촌진흥청은 그 비결이 풍부한 향기에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향기 성분을 분석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과의 비교를 위해 유럽권의 대표 와인용 품종인 ‘샤르도네’와 ‘리슬링’으로 양조한 와인을 대조군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와인의 주요 향기 성분 중에서도 ‘이소아밀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와 ‘에틸옥타노에이트(ethyl octanoate)’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소아밀아세테이트는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향을 내는 물질이고, 에틸옥타노에이트는 파인애플 및 배 등의 향을 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분석 결과 풍부한 과일 향을 결정짓는 주요 물질의 함량이 다른 두 와인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히며 “이소아밀아세테이트와 에틸옥타노에이트가 청수 와인의 풍부한 과일 향을 결정짓는 주요 물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와인의 주요 향기 성분 비교 ⓒ 농촌진흥청
와인의 주요 향기 성분 비교 ⓒ 농촌진흥청

다음은 청수와인의 제조 및 향기 분석 실험의 실무를 담당했던 농촌진흥청 과수과의 정성민 농업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와인으로서의 품질은 우수하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이 청수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원인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생산 및 보급의 주체가 영세한 와인 양조장들이다 보니 홍보 및 마케팅이 따라가 주지를 못하는 것 같다. 또한 유럽처럼 대량으로 수확하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현재로서는 경제성 면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청수와인이 우리나라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와인인 만큼, 외국산 와인과 차별화 할 수 있도록 풍부한 과일향을 머금은 와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품종 및 품질 향상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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