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표적치료 현실화에 한걸음 다가서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

나노입자를 이용한 바이오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핵심은 결국 원하는 물질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기술을 적절하게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표적치료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못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원하는 물질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개폐식 나노채널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팀이 나노 주름을 잡아당겼다 놨다 함으로써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개폐식 나노 채널을 개발한 것이다.

나노 크기 바이오 물질 포집·저장 가능

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 ⓒ KIST

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 ⓒ KIST

문명운 박사팀은 나노 크기의 주름을 잡아 당겼다 혹은 놨다 하면서 구현할 수 있는 개폐식 나노채널 기술을 개발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의 연구로 진행된 이번 결과는 나노 크기의 약물이나 기능성 나노 입자를 원하는 위치에 전달하고 또 이동시킬 수 있어 향후 약물전달 장치나 생체 센서, DNA나 단백질 정밀 분석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가 가능할 수 있던 것은 나노 주름 형상을 제어해 변형의 크기에 따라 주름(wrinkle)과 접힘(folding)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문명운 박사는 “이러한 기술을 개폐식 나노채널에 적용했다”며 “나노 채널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까지 변화시킴으로써 DNA나 단백질, 혹은 금나노입자나 은나노입자와 같은 작은 바이오 혹은 나노 물질을 포집·저장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분야에 응용할 수 있기에 앞으로 나노·바이오 분석 분야에 획기적인 기술 발달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알다시피 피부와 같이 단단한 표피와 말랑한 속피 구조로 이뤄진 물질을 압축하면 주름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 몸의 주름은 표피와 속피(속살)의 물성(물질의 특성) 차이와 줄였다 늘렸다 하는 압축률에 의해 발생한 큰 변형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긴 주름에 조금 더 압축과 변형을 주게 되면 만들어진 주름 구조가 접힘 구조로 전이 됩니다. 이때 압축힘을 제거하게 되면 접힘 구조가 다시 주름 구조로 돌아가게 되죠. 접힘 상태에서 주름으로 돌아가는 과정 중에 주름은 열린 채널을, 접힘은 닫힌 채널을 만들게 되며 표피의 두께가 수십에서 수나노미터가 되면 나노주름과 나노접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문명운 박사팀은 나노 주름이 형성되는 원리와 ‘주름-접힘 구조’ 사이의 변형을 고려해 나노 스케일 채널을 일렬로 배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나노 채널의 폭이 수십 나노미터에 이르는 작은 개폐식 채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폐식 나노 채널의 경우 채널의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까지 변화시킴으로써 DNA나 단백질 같은 작은 바이오 물질을 포집 혹은 저장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노 형광 입자 등을 배열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나노 크기의 물질 전달과 배열이 필요한 응용 분야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죠.”

기존 타 연구팀에 의해서도 이러한 연구는 진행된 바 있다. 기존의 연구는 나노채널 혹은 마이크로 채널을 오픈 채널로 만든 후 그 위에 유리 같은 투명 구조체를 붙여 사용했다. 때문에 한 번 채널을 만들면 쉽게 열었다 닫았다 하는 개폐 제어가 불가능했고, 재사용이 어려웠으며 또한 만들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나노 채널의 경우 수십에서 수백나노미터 크기로 만들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했듯, 저희 연구팀은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말랑말랑한 고무와 같은 플라스틱 표면에 나노 크기의 딱딱한 피부를 만든 후 압축힘을 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름과 굽힘 구조를 만들었죠. 주름의 형상은 열린 채널이 되고 굽힘 구조의 형상은 닫힌 구조의 채널이 됩니다. 이렇게 열린 채널과 닫힌 채널을 만들게 되면 채널의 크기도 수십에서 수백나노미터 스케일의 나노 채널을 만들 수 있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인 만큼 특정 바이오 혹은 나노 물질을 잡았다 내놓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어 문명운 박사는 “우리팀의 연구는 나노 혹은 마이크로 크기를 갖는 주름에 대한 내용”이라며 “주름을 말랑말랑한 고무와 같은 표면에 만드는 연구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정도 진행해 오고 있다. 나노 주름을 응용하려고 할 때 문제점은 주름의 폭은 쉽게 제어 되지만, 주름의 높이는 폭에 비해서 높지 않으므로 나노 패턴 혹은 나노 터널로 사용하기엔 한계를 가진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팀의 이번 연구는 주름의 폭 뿐만 아니라 높이를 높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주름을 폈다 접어다하면서 원하는 대로(on-demand) 나노 채널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는 게 장점이고 나노 주름을 수십‧수백 개의 연속 배열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피부의 주름을 나노 기술에

주름(Wrinkle, open channel)과 접힘(fold, closed channel)을 이용한 개폐식 나노 채널 단면 SEM 이미지 (위) 나노 접힘 구조 속에 포집되어있는 금 나노입자 (노란색 화살표) ⓒ KIST

주름(Wrinkle, open channel)과 접힘(fold, closed channel)을 이용한 개폐식 나노 채널 단면 SEM 이미지 (위) 나노 접힘 구조 속에 포집되어있는 금 나노입자 (노란색 화살표) ⓒ KIST

이러한 나노 주름 아이디어는 문명운 박사팀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문명운 박사는 “앞서 말씀드렸듯 주름은 우리 피부에도 있고 산맥과 같은 거대한 크기로도 존재한다. 심지어 그래핀(graphene)에서도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표면이 단단한 층이고 내면이 상대적으로 물렁한 구조라면 주름이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나노 크기의 주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노 크기의 단단한 층을 만들면 됩니다. 특히 압축력을 변화시키면 주름에서 접힘 구조로 전이가 가능합니다. 헌데 이를 정확히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이를 이용해 나노 채널을 구현하기도 하고 나노 물질을 잡기도 하며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 사례는 저희가 처음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연구결과는 나노 채널을 개폐식으로 구현하는 기술에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금 나노 입자가 담지된 채널을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현재 문명운 박사팀은 DNA를 포획해 닫힌 나노 채널 내에서 DNA 나노선(nanowire)을 만들었으며 여기에 DNA 나노선을 가진 채널을 열어 다른 물질과 반응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름 연구는 10년 정도 진행해 오고 있는 만큼, 나노 주름과 같은 구조체를 만드는 일은 아주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일입니다. 다만 주름의 응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기존의 주름 형태에서 벗어난 주름-굽힘 구조를 제어함으로써 의미 있는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구 과정 중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나노 주름과 나노 굽힘 구조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PDMS(말랑말랑한 고무와 같은 물질)를 상당히 많이 당겨 놓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 물질 자체가 고무줄 같이 쉽게 당겨지기는 하지만 이를 너무 세게 당기면 찢어지기도 해서 PDMS 합성 기술 및 당기는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문명운 박사팀의 해당 연구는 ‘나노주름’ 과 ‘나노굽힘’의 구조를 압축한 것으로, 제어를 통해 열린 채널과 닫힌 채널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더불어 나노 채널 내부에 나노 물질이나 바이오 물질을 넣었다 뺐다할 수 있는 ‘on-demand’ 성격을 가진 채널인 만큼 다양한 나노‧바이오 물질을 분석하고 합성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

“주름과 굽힘 구조를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압축하는 힘이 상당히 커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연구 내용으로 아주 작은 압축힘에서도 제어가 가능할 것 같아요. 이는 기술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죠. 적은 힘으로 바이오 혹은 나노물질 포집이나 전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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