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에 풀이 죽은 아이를 보면 누구나 측은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등수나 성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온다면 아이들도 좋아할까. ‘평등’에 대한 아이들의 시각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노르웨이 경제경영대학교(Norwegian School of Economics and Business Administration) 연구팀이 최근 사이언스지(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아이일수록 각자의 몫을 공평하게 나누는 ‘평등주의적’ 관점을 옹호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서열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달 28일 ‘서열주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How Children Learn to Survive in a Meritocracy)’이라는 기사를 통해, 평등과 서열에 대한 관점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이 들수록 불평등한 분배도 인정해
연구팀은 11세에서 19세까지의 노르웨이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을 실시했다. ‘독재자 게임’은 공정함에 대한 기준과 태도를 평가하는 고전적인 실험방법으로, 무리의 대표가 어느 구성원에서 얼마의 몫을 나눠줄 것인지를 마음대로 결정한다.
자기 마음대로 돈을 나눠가질 수 있고 결과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데도, 의외로 아이들은 돈을 공평하게 나눴다. 무작위로 선택되어 독재자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평균 45%의 몫을 떼어 준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공정하다’는 기준에 대한 관점이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동저자인 베르틸 툰고덴(Bertil Tungodden)은 “아이들은 ‘수입을 공평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개인의 성과에 따라 돈을 분배하도록 ‘생산 단계(production phase)’라는 새로운 과정을 첨가하자 결과가 약간 달라졌다. 학생들은 45분 동안 컴퓨터 앞에서 화면 가득히 펼쳐진 숫자 중 특정 숫자를 체크해야 했다. 결과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옵션이 있다. 지루한 숫자 실험 대신에, 만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도 된다. 대신에 점수는 얻을 수 없다.
이어진 ‘분배 단계(distribution phase)’에서는 파트너가 얼마나 오래 작업했는지 몇 점을 얻었는지 독재자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자 나이든 아이들은 돈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인 성과를 참고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산력의 차이에 따른 ‘소득의 불평등’을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은 5학년에서 7학년 사이 쯤이었다.
논문은 “5학년생들은 서열주의자가 거의 없고 대부분 엄격한 평등주의자”라면서도 “청소년기 후반에는 그와 반대로 평등주의자 비율이 급강하하면서 서열주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논문 저자인 알렉산데르 카펠렌(Alexander Cappelen)은 가치관이 변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 “스포츠나 단체시험처럼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아주 어릴 때는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지는 않습니다. 노르웨이의 초등학교에서는 평등주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죠.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서열주의에 더 노출되는 바람에 평등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게 아닐까 합니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차이 이해해야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어릴수록 평등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면, 인간은 ‘공산주의자’로 태어나는 것일까. 이번 연구는 아이들이 공산주의 수준의 엄격한 평등주의 성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났다가, 시장 중심의 가치관을 경험했을 때에만 서열주의에 동조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카펠렌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며, “무조건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해 성숙하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답하며, 서열주의적인 측면이 강해지는 것은 ‘중요한 정보’와 ‘관련없는 정보’를 구별하는 인지능력이 청소년기를 지나며 성숙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엄격한 평등주의자로 남는 것은 다양한 불평등 요소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수록 ‘불평등’과 ‘불공정’은 다르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에서는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인 사람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공공기금을 분배할 때 구성원 전체에게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프로젝트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필요 있어
이런 의문도 있다. 평등을 중시하는 노르웨이가 아닌 소득 차이를 쉽게 인정하는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카펠렌은 “총체젹인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몇 살에 가치관 변화가 일어나는지,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등은 노르웨이와 미국의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경제이론은 ‘인간은 언제나 욕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원칙에 근거해 발전해왔다. 그러므로 “개인의 성과에 따른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공정함’에 대한 기준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교육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펠렌은 “성급한 결론으로 교육정책이 영향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경계하며, “아이들의 기준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와 교육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가치관이 계속 변합니다. 학부모나 일반인들도 이 사실에 깨닫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노르웨이 경제경영대학교(Norwegian School of Economics and Business Administration) 연구팀이 최근 사이언스지(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아이일수록 각자의 몫을 공평하게 나누는 ‘평등주의적’ 관점을 옹호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서열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달 28일 ‘서열주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How Children Learn to Survive in a Meritocracy)’이라는 기사를 통해, 평등과 서열에 대한 관점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이 들수록 불평등한 분배도 인정해
자기 마음대로 돈을 나눠가질 수 있고 결과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데도, 의외로 아이들은 돈을 공평하게 나눴다. 무작위로 선택되어 독재자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평균 45%의 몫을 떼어 준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공정하다’는 기준에 대한 관점이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동저자인 베르틸 툰고덴(Bertil Tungodden)은 “아이들은 ‘수입을 공평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개인의 성과에 따라 돈을 분배하도록 ‘생산 단계(production phase)’라는 새로운 과정을 첨가하자 결과가 약간 달라졌다. 학생들은 45분 동안 컴퓨터 앞에서 화면 가득히 펼쳐진 숫자 중 특정 숫자를 체크해야 했다. 결과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옵션이 있다. 지루한 숫자 실험 대신에, 만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도 된다. 대신에 점수는 얻을 수 없다.
이어진 ‘분배 단계(distribution phase)’에서는 파트너가 얼마나 오래 작업했는지 몇 점을 얻었는지 독재자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자 나이든 아이들은 돈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인 성과를 참고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산력의 차이에 따른 ‘소득의 불평등’을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은 5학년에서 7학년 사이 쯤이었다.
논문은 “5학년생들은 서열주의자가 거의 없고 대부분 엄격한 평등주의자”라면서도 “청소년기 후반에는 그와 반대로 평등주의자 비율이 급강하하면서 서열주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논문 저자인 알렉산데르 카펠렌(Alexander Cappelen)은 가치관이 변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 “스포츠나 단체시험처럼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아주 어릴 때는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지는 않습니다. 노르웨이의 초등학교에서는 평등주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죠.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서열주의에 더 노출되는 바람에 평등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게 아닐까 합니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차이 이해해야
카펠렌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며, “무조건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해 성숙하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답하며, 서열주의적인 측면이 강해지는 것은 ‘중요한 정보’와 ‘관련없는 정보’를 구별하는 인지능력이 청소년기를 지나며 성숙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엄격한 평등주의자로 남는 것은 다양한 불평등 요소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수록 ‘불평등’과 ‘불공정’은 다르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에서는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인 사람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공공기금을 분배할 때 구성원 전체에게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프로젝트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필요 있어
이런 의문도 있다. 평등을 중시하는 노르웨이가 아닌 소득 차이를 쉽게 인정하는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카펠렌은 “총체젹인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몇 살에 가치관 변화가 일어나는지,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등은 노르웨이와 미국의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경제이론은 ‘인간은 언제나 욕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원칙에 근거해 발전해왔다. 그러므로 “개인의 성과에 따른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공정함’에 대한 기준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교육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펠렌은 “성급한 결론으로 교육정책이 영향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경계하며, “아이들의 기준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와 교육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가치관이 계속 변합니다. 학부모나 일반인들도 이 사실에 깨닫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 저작권자 2010-06-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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