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을 구별하는 눈을 지닌 동물은?

[과학기술 넘나들기] 동물의 광학적 특성들(4)

얼핏 보기에 인간의 눈은 다른 동물의 눈에 비해 대단히 우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유류 중에서도 원숭이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동물만이 색채를 구별할 수 있고, 다른 동물은 대부분 색맹이다. 또한 인간의 카메라 눈은 곤충이 지닌 겹눈에 비해 이미지를 보다 뚜렷하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눈이 모든 측면에서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의 새들은 높은 상공을 날면서 아주 작게 보이는 지상의 먹이를 정확하게 포착해서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매우 뛰어나다. 마치 고배율로 확대할 수 있는 원격 렌즈를 장착한 고성능 카메라처럼, 인간의 시력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그리고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이외의 파장 대역, 즉 근적외선이나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겹눈을 가진 갑각류나 곤충 일부는 편광(Polarization)도 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독특한 능력의 눈을 가진 갯가재 ⓒ 위키미디어

갯가재(Mantis shrimp)는 갑각류 중에서 구각목 갯가재과에 속하는 야행성의 해양동물로서, 바닷가재(Lobster)와는 전혀 다른 동물이다. 갯가재의 눈은 매우 독특해서 인간이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들을 충분히 감지하고 구별해낼 수 있다. 즉 인간의 눈은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빛의 삼원색에 기반한 시각 요소를 지니고 있고, 이 세 가지 색을 조합하여 다른 색상들을 인식할 수 있다. 반면에 갯가재는 무려 16개의 시각 채널을 가지고 있어서 근적외선과 자외선도 보고 인간보다 훨씬 많은 색을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빛의 편광마저도 구별해낼 수가 있다. 또한 눈을 통하여 시각이 전달되는 갯가재의 뇌에서는 여섯 개의 이미지가 동시에 생성된다.

몸 밖으로 눈이 돌출되어 있는 갯가재는 두 눈을 각각 따로 굴릴 수가 있는데, 빛의 특정 편광 각도에 맞도록 눈 안의 광수용체를 정렬함으로써 편광을 감지할 수 있다. 갯가재는 편광을 인식함으로써, 빛이 부족한 심해에서도 물체를 보다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갯가재는 이런 능력으로 바닷속에서 먹이를 찾고 다른 개체들과 소통할 수 있다.

돌출된 눈으로 편광도 감지하는 갯가재 ⓒ Alexander Vasenin

갯가재의 독특한 눈과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에 갯가재처럼 편광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하면, 어두운 밤길에서도 도로와 전방의 상황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카메라에 이 기능을 추가하면 밝기 측면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 있을지라도, 물체에서 반사된 빛의 편광을 감지하여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은 이런 방식의 자율주행차량용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구팀은 갯가재 눈에서 힌트를 얻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였다. 육안이나 보통의 현미경으로 보면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암세포는 빛의 산란 패턴이 정상 세포와 다른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특수한 편광 필터를 장착한 카메라로 암세포를 보면 정상 세포와 다른 색으로 보이게 된다.

국내의 연구진도 갯가재 눈의 원리를 응용하여, 독특한 반사색을 지니는 액정 소재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원편광 물질을 이용하여 회전 방향에 따라 특정 빛이 나타나거나 사라지게 하는 다층의 액정입자 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갯가재의 눈은 바닷속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중 GPS 카메라에도 응용될 수 있는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과학자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는 GPS 신호가 약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GPS를 통한 위치 확인이 어렵다.

햇빛이 물 표면에서 반사하고 투과하면 바닷물 속에서는 편광 패턴이 변화하게 되는데, 수중 GPS 카메라가 편광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아직은 오차가 큰 편이라 실용화하기는 어려운 수준인데, 연구진들은 앞으로 오차를 줄여서 해저를 자동으로 탐사하는 로봇이나 잠수정 등에 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페로문 대신 다른 방법으로 길을 찾는 사하라사막개미 ⓒ April Nobile

갯가재처럼 편광을 인식할 수 있는 또 다른 동물로서 사막 개미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미들은 페로몬을 분비하여 냄새를 통하여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길 찾기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뜨거운 사막에서는 페로몬이 곧 증발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기가 곤란하고, 먹이를 찾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사하라 사막개미(학명 Cataglyphis bicolor)는 먹이를 찾으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발걸음의 수를 세어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방향은 하늘을 보고 햇빛의 편광 패턴을 감지하여 알아낼 수 있어서, 이동 거리와 방향을 조합하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사막개미의 겹눈이 일종의 센서나 편광필터처럼 작용하여, 햇빛의 편광 패턴을 측정하여 감지해 내는 것이다.

사막개미의 눈 역시 기존의 GPS를 채용하지 않는 내비게이션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도심이나 일부 지역에서 GPS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 방식을 적용하면 저렴하고 효율적인 길찾기가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연구진들은 사막개미를 모방하여 GPS 신호 없이도 위치 확인이 가능한 보행 로봇, 편광 인식 센서 및 내비게이션 등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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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한얼 2021년 4월 13일10:59 오후

    사람은 가시광선만 보지만 새들은 자외선범위에서도 색을 본다고 하니 우리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네요. 그런 카메라를 자율주행 차에 응용한다면 대단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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