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소리가 큰 만큼 펙 교수님이 재미있게 강연해 주시는 것 아시죠? 힘찬 박수와 함께 함성!”
10일 열린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남극의 생명체들’은 고려대 인촌홀을 가득 채운 1천여 명 청소년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학생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극지 전문가 로이드 펙 교수는 “남극바다는 거대한 생명체의 놀이터”라며 “다양한 생명체들이 남극을 자신의 서식지로 만들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 등장한 생명체는 바다 거미. “냉혈동물인 남극 바다 거미는 영하 2도 이하에서 8개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말한 펙 교수는 “그렇다면 인간과 같은 온혈동물은 남극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온혈동물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표면적을 최소화하기 때문. 표면적과 추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펙 교수는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안에 자르지 않은 메론 한 통과 먹기 좋게 자른 메론 한 통을 각각 넣었다. 잠시 후 통째로 넣은 메론이 겉 표면만 언 것과 달리 표면적이 넓어 속까지 딱딱하게 언 잘라진 메론을 들어올리며 “추위를 이기기 위해 남극의 온혈동물들은 몸을 원추형으로 구부리는 등 표면적을 최소화 한다”고 설명했다.
온 몸을 감싼 절연체도 온혈동물이 남극의 거센 추위를 이겨내는 좋은 방법이다. 깃털과 두꺼운 지방층은 체온유지에 효과적이다. 밀도가 높고 촘촘한 펭귄의 깃털은 외부적으로는 방수효과, 내부적으로는 단열효과가 크다.
특히 지방의 단열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펙 교수의 설명이다. 학생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장갑을 낀 한 손을 지방 덩어리 안에 넣고 열탐지카메라로 양 손의 온도를 비교한 실험에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지방 안에 넣은 손은 찬 물에 넣어도 체온에 큰 변화가 없다”며 “남극의 온혈동물인 코끼리바다표범은 몸의 35%, 펭귄은 40%가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어 추운 남극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펙 교수는 남극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소개하며 “그러나 최근 들어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남극의 먹이사슬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극의 먹이사슬은 단순하고 집약도가 높아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크릴새우 수가 25년 전에 비해 1/5로 감소해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에 들은 정지원(성신초등학교ㆍ5)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게 됐다”며 “남극에 살고 있는 온혈동물, 특히 펭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신기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과학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재현(신월초등학교ㆍ4)군은 “실제로 무대로 나가 교수님과 함께 실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번 열리는 크리스마스 강연에도 꼭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혜미 인턴기자
- wind-bell7@hanmail.net
- 저작권자 2005-08-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