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임상혁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

임상혁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낮은 가격에 높은 효율, 더불어 수명까지 긴 새로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란 부도체와 반도체, 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 산화물이다.

임상혁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

임상혁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
ⓒ 임상혁

역발상으로 해결한 문제

대체 에너지를 찾는 문제가 시급한 가운데 태양전지는 가장 주목받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태양전지는 발전 효율이 매우 낮아 상용화를 시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계 태양전지는 20% 이상의 발전효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고순도 결정질 실리콘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단가를 인하하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보편적인 에너지원으로 태양전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초저가 고효율의 태양전지’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곤 했다.

이런 가운데 임상혁 교수팀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히스테리시스’와 ‘장기적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히스테리시스란 태양전지 효율을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측정할 때 발생하는 효율의 차이를 말한다. 임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의 구조를 뒤바꾸는 역발상으로 지금까지 구현하지 못한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에너지 분야 권위지인 ‘에너지·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4월 1일자로 게재되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시장은 세계적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시장은 결정질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어요. 또한 중국의 저가격 정책 때문에 국내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모듈 및 설치비 저감을 통해 발전단가를 줄여 왔지만, 근본적으로 고순도의 결정질 실리콘 생산을 위한 공정단가의 추가적인 인하가 어려워 발생한 현상입니다. ”

임 교수는 연구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확신을 갖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히스테리시스가 없는 평판형 타입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히스테리시스가 없는 고효율, 고내구성 평면(planar)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개요도 ⓒ 한국연구재단

히스테리시스가 없는 고효율, 고내구성 평면(planar)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개요도 ⓒ 한국연구재단

부식성 첨가제 필요 없어

이 연구는 태양전지 소자 중 가장 간단한 형태의 구조인 평판형 타입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고효율의 히스테리시스가 없는 태양전지를 구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상온‧저온 용액 공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식성 첨가제가 필요 없는 역구조의 평판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했다는 점 역시 높은 성과로 손꼽힌다. 그간의 태양전지에서는 히스테리시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가제를 넣었다. 하지만 이 첨가제가 부식을 유도했기에 효율성은 점차 저하됐다.

임상혁 교수팀은 내구성 향상을 위해 역구조 제안을 시도했다. 그동안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역구조를 이용해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역구조에서는 부식성 첨가제 사용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기반도체 및 양자점 감응형 태양전지를 국내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때, 저희팀은 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 때 광검출 소자와 관련한 연구도 같이 하고 있었어요. 당시 물질의 특성과 소자와의 관계에 대한 물리적 이유를 많이 배웠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히스테리시스 해결에 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임상혁 교수는 평소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는 방법을 자주 권유한다.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생각을 유도할 때, 좋은 연구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질문하도록 합니다. 왜 그러한 방법을 이용해 실험을 했는지, 왜 다른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고민하도록 하죠. 이러한 연구 접근 방법들이 새로운 연구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구는 발상의 전환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임상혁 교수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성을 구현하기 위해 유‧무기 하이브리드 나노소재를 설계하고 이를 에너지 및 디스플레이 분야로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물성을 갖는 나노소재를 통해 광전변환, 열전변환, 압전변환 및 이들이 융합된 나노 에너지 융합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지 질문하며 성장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저는 연구자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익혔던 지식은 항상 과거의 것이 돼 버려요. 때문에 항상 배우고 익혀야 하죠. 이러한 과정이 힘들고 고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동료들과 토론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거든요. 이 때 소소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새로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가 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때겠죠. 앞으로 그런 연구자가 되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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