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지식재산권 더 강화된다”

징벌적 보호제도 연이어 시행…특허 거래 시장 활성화 전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웬만해서는 쓰지 않았던 마스크가 이제는 외출 시 착용해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고, 한 공간에서 얼굴을 보며 일을 하던 대면 방식은 어느새 비대면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주목할 부분은 삶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하자 관심 기술도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협업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고, 보건소 같은 곳에서 소량으로 사용하던 진단키트는 매일 수십만 개씩 소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가 첨단 기술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지식재산권의 변화상을 전망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 김준래/ScienceTimes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가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이끌 기술들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7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는 ‘국제 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관심이 모아졌다.

‘대한민국 지식재산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주제로 특허청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펼쳐질 시대의 현상을 조망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기술들의 지식재산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강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식재산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발제를 맡은 이광형 KAIST 석좌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백신과 치료제를 먼저 개발하고자 하는 선진국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개발이 완료되면 시장 선점을 위한 지식재산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중심 국가로 거듭나려면 과감하면서도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바라는 지식재산 중심 국가로의 도약은 바로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분야의 허브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가 중심이 되어 지난 2014년에 출범시킨 지식재산 허브추진위원회는 선순환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초가 되는 지식재산 보호의 핵심적 어젠다들을 제시해왔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차이 ⓒ KAIST

그동안 허브추진위원회가 추진했던 성과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현실화 △특허소송 국제재판부 설치 △증거 제출 명령 확대 △특허소송 관할집중제 같은 새로운 법안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제도의 경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펼쳐질 새로운 시장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이 제도는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말 그대로 타인의 기술을 몰래 도용했을 때 내려지는 징벌로서, 특히 기업과 기업 간의 특허침해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인력 및 제도 등의 보완 필요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시킨 ‘특허 침해품 전부 배상 책임제도’도 강력한 보호 제도 중 하나다.

사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시행이 개발자의 권리를 모두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다. 손해배상액의 산정기준이 되는 ‘1배’의 기준이 개발자의 실질적 피해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의 제품이 연간 1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에 침해자는 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제도는 100만 개에 대해서만 배상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배상 제도는 개발자가 미래에 판매할 제품의 매출 가능액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한 제도가 바로 ‘특허 침해품 전부 배상 책임제’다. 개발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침해자의 제품 판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특허를 침해한 모든 제품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묻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식재산 분야 환경 변화 ⓒ KAIST

두 제도 모두 타인의 지식재산을 침해한 징벌적 성격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벌을 주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벌보다는 개발자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특허 침해품 전부 배상 책임제를 통해 타인의 지식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던 관례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지식재산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거래되는 바람직한 현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물론 제도만 강화된다고 해서 운영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원활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 지식재산 전문 인력의 양성과 지식재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의 구축을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이 전문가 집단에서만 머물러서는 전체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며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에 지식재산 강좌가 포함되어야 하고, 금융 분야에도 지식재산을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어야 지식재산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을 넘어 사이버 상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비즈니스 시장이 열리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신기술과 지식재산권, 그리고 시장과 제품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지식재산 생태계를 이루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402)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