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패혈증 치료,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이연숙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한 번 몸 속에 염증이 발생하면 평균 치사율이 40%가 넘을 만큼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진 패혈증. 패혈증은 세균이 몸 안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을 통해 전신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병이다. 혈액을 통해 반응이 일어나는 만큼 속도도 빠를 뿐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이연숙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연숙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 ‘스매듀신-6’

“혈액이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혈액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굉장히 치명적일 뿐 아니라 치료하는 데도 커다란 어려움이 있습니다. 패혈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염증반응을 억제해야 해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패혈증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

이연숙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패혈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펩타이드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한 물질은 ‘스매듀신-6(Smaducin-6)’. 염증을 억제하는 신호전달 단백질(TGF-beta)의 기능을 조절하는 ‘스매드-6(Smad6) 단백질’을 특정 세포 내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타깃 단백질인 펠리노-1과 결합하는 형태를 갖고 있는 신개념 물질이다.

패혈증은 국내에서만 매년 약 4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쇼크를 동반한 경우 사망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이연숙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난치성 질환으로만 알려진 패혈증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해당 연구 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분자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엠보 몰레큘 메디슨(EMBO Molecular Medicine)’지 3월 12일자 온라인에 발표되기도 했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물질은 실험 결과 패혈증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규명됐습니다. 염증반응을 매개하는 물질(톨유사수용체, TLR4)이 전달되는 경로, 펠리노-1(Pellino-1)의 활성화를 저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던 성과였죠. 톨유사수용체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일컫습니다. 즉, 세포막에 존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인지하는 단백질이죠. 저희팀은 이 단백질이 전달되는 경로의 활성화를 낮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패혈증 제어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몸 안에서의 반응이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패혈증은 다른 질병보다 더욱 더 빠른 진단을 필요로 한다. 조기에 치료가 진행돼야만 생존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연숙 교수는 “현재 전 세계 유일한 치료제였던 릴리사의 자이그리스(Xigris)가 효능성 논란으로 지난 2011년 제약시장에서 퇴출된 후 2014년 휴온스가 세계 유일의 중증패혈증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의 임상1상 시험을 마쳤다”고 말했다.

“저희팀의 연구는 8년 전부터 계속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패혈증과 연관된 염증반응 신호전달 중 TLR4 신호전달 기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즉, 이번 연구는 스매드6 단백질, 여기서 유래된 아미노산 20개로 이뤄진 펩타이드인 스매듀신6가 패혈증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분자수준과 동물모델에서 증명한 사례입니다. 스매듀신-6는 펠리노-1 단백질을 타깃으로 개발된, 패혈증 치료를 위한 최초의 펩타이드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던 핵심에는 스매드 단백질에서 유래된 아미노산 20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개의 아미노산을 세포 내로 이동시키는 게 중요했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연숙 교수는 “여러 가지 세포 내 이동방법을 이용해 실험해 한 결과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팔미톨레이션’ 이라는 방법으로, 스매드6 단백질의 20개 아미노산을 세포막 근처에 머무르게 해줌으로써 펠리노-1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여주고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톨유사수용체4번 신호전달 활성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스매듀신6와 펠리노1 단백질의 결합에 의한 TLR4 신호전달 기전의 억제를 보여주는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스매듀신6와 펠리노1 단백질의 결합에 의한 TLR4 신호전달 기전의 억제를 보여주는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개발한 물질, 국내 바이오 산업에 큰 영향

이렇게 개발한 물질은 마우스 실험 결과 쥐 조직 내 염증수치를 낮추고 패혈증에 걸린 쥐의 생존율을 높이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스매드-6 단백질을 세포 내로 이동시키는 기존의 방법(TAT)은 단백질이 세포 전체에 퍼져 타깃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낮았지만, 연구팀은 단백질을 세포막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도록 조절해 타깃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여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번 연구는 난치성 질환인 패혈증에 대한 새로운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또한 펠리노-1이라는 새로운 패혈증 치료의 타깃 단백질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연구 성과의 의미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만성 염증성질환 치료제가 제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국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거죠.”

이연숙 교수팀이 개발한 스매듀신-6는 현재 상용화를 위한 최적화 작업에 진행 중에 있다. 추후 전임상 및 임상 실험을 고려할 때 6~8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연숙 교수는 “패혈증은 환자마다 질환 특성이 다양하므로 임상실험을 위해 주의 깊은 디자인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의학‧화학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함으로써 개발된 펩타이드의 효능 향상과 최적화 작업을 심도 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약 8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기초분야인 만큼 보통의 다른 연구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순간이 많지만 이연숙 교수는 “그럼에도 저희가 만들어낸 결과가 퍼즐조각 맞춰지듯 하나씩 모양을 갖춰 나갈 때는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보람이 있기에 지금까지 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해당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펠리노-1과 결합하는 스매듀신-6를 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으로 만들어 내자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순수하게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이용하고 인체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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