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가 초식동물로 변한 이유 밝혀져

中 연구팀, 셀룰로오스 소화시키는 장내 미생물 발견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대나무 잎만을 먹고사는 판다는 성격이 온순하고 동작이 애교스러운 동물이다. 검은 몸에 흰 머리, 눈 가장자리의 검은 둘레가 특징인 이 깜찍한 동물은 중국의 외교 친선대사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1972년 4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판다 1쌍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영국, 스페인, 멕시코,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도 친선 사절로 파견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판다가 위장관 속에 있는 미생물의 도움으로 대나무를 먹고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지난 5월 중국 무한동물원에서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5살 난 자이언트 판다 한 마리가 운동을 하러 우리 밖으로 나갔다가 공작 한 마리를 물어 죽인 것. 그 공작은 판다 바로 옆의 우리에 살던 개체로서, 먹이를 찾아 판다 우리로 날아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 광경을 목격한 사육사에 의하면 판다는 마치 사자가 가젤을 잡는 것처럼 앞발로 공작을 누르고 이빨로 맹렬하게 목을 물어서 죽였다고 한다. 채식만을 하는 판다가 왜 그처럼 무서운 사냥 실력을 선보인 것일까.

사실 판다는 먹이의 99% 가량을 대나무로 채우는 채식동물이지만, 소화기관이나 치아 구조, 유전자 등은 육식동물의 형태 그대로이다. 또 옛날 조상이 사냥하던 습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경우 생존 본거지인 숲이 크게 줄어들어 초식 외에도 육식을 할 수 있는 잡식동물로 진화했지만, 판다는 그와 반대로 육식동물에서 초식동물로 진화했다. 그에 대해서는 판다가 살던 곳이 대나무 숲으로 무성해지면서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감칠맛 느끼는 미각 손실로 육류 포기

지난해 미국 미시건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이언트 판다의 미각 유전자 중 제5의 맛인 감칠맛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약 420만 년 전부터 기능이 정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시기는 판다가 육식을 포기하고 대나무를 선택한 시대와 상당히 근접한다.

감칠맛은 주로 단백질 음식에 많이 함유된 글루탐산이 결정하는데, 이 같은 미각의 손실로 인해 육류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게끔 진화한 셈이다. 또 판다는 다섯 개의 손가락 외에 손목 부분에 특수한 엄지손가락 같은 손목뼈 구조가 더해져 있어 대나무 가지를 단단히 붙잡을 수 있다.

감칠맛을 느낄 수 없는 판다는 식성이 매우 까다로워 매일 12㎏ 이상의 대나무 외에 다른 것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판다가 이처럼 대나무를 많이 먹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나무는 단백질, 당분, 지방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음에도 단단한 셀룰로오스 섬유 때문에 소화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판다는 대나무에 포함된 셀룰로오스의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대변으로 배설하므로 많은 양을 먹어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겨우 얻을 수 있다.

소 같은 반추동물의 경우 미생물로 가득 찬 여러 개의 위로 식물을 여러 번 처리하여 가능한 한 최대량의 영양분을 추출해낼 수 있다. 그밖에 다른 초식동물들도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하는 나름의 방법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육식동물인 곰에 속하는 판다는 반추동물과 같은 장내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는 효소를 분비하지 못한다. 그간의 연구에 의하면 판다가 보유하고 있는 장내 미생물은 흑곰이나 북극곰을 비롯한 육식동물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판다도 위장관 속에 있는 미생물의 도움으로 대나무를 먹고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학술원 산하 동물학연구소의 푸웬 웨이 박사는 야생 판다 7마리와 동물원에 사는 판다 8마리 등 총 15마리의 판다를 대상으로 위장관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7가지 독특한 장내 미생물 발견돼

그 결과 연구진은 판다의 대변 속에서 13가지의 상이한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는데, 그 중 7가지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판다만의 독특한 장내 미생물임을 밝혀냈다.

또 야생 판다의 경우 대나무만을 편식하고 동물원의 판다는 과일과 우유를 비롯해 보다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지만, 연구 결과 두 그룹의 위장관 안에는 유사한 종의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두 그룹의 대변 모두에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 3가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모두 셀룰로오스 소화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자이언트 판다가 대나무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해낼 수 있는 것은 미생물의 효소 덕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판다가 대나무라는 열량이 낮은 먹이를 먹고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를 처음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판다가 보유하고 있는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의 양이 초식동물은커녕 잡식동물인 인간보다도 적다는 점을 들어 이번 연구의 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즉, 위장관 세균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판다는 환경 적응도가 매우 낮은 동물이라는 것.

때문에 판다가 대나무처럼 열량이 낮은 먹이에 적응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나름대로 진화시킨 위장관 세균 때문이 아니라 먹는 데에만 하루에 15시간씩 소비하는 엄청난 식성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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