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파라오의 별자리라 불리는 ‘사자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2월 넷째 주 별자리

조금씩 부풀어 오른 달이 어느새 상현을 넘어서 보름달에 가까워지고 있다. 달은 이번 주 중반까지 1등성들로 이루어진 겨울철 별자리 속을 통과하면서 점점 더 밝아져서 금요일 밤에는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의미하는 정월대보름달이 된다. 음력 1월의 보름달에만 유독 대보름달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일 년 중 처음 뜨는 보름달이 가장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정월대보름달이 위치하는 사자자리이다. 금요일 밤 대보름달 바로 아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1등성이 바로 ‘왕의 별’로 불렸던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이다. 고대 이집트의 왕인 파라오들은 사자자리의 힘을 빌려 백성들에게 왕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파라오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를 만들어 피라미드를 지키게 했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파라오의 별자리로 알려진 사자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일년 중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

이번 주 금요일인 2월 26일은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일 년 중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이날 보름달은 서울 기준 저녁 5시 5분에 뜨고 다음날 아침 7시 18분에 진다. 해지는 시간이 저녁 6시 23분이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이미 동쪽 하늘에 달이 뜬다.

천문 달력. Ⓒ 천문우주기획

이번 정월대보름달은 완전히 둥근 달은 아니다. 달이 완전히 둥글게 되는 때는 해와 지구, 그리고 달이 일직선이 되는 망(望)일 때로 27일 오후 5시 17분이다. 따라서 정월대보름달보다는 토요일 저녁 6시 16분에 뜨는 달이 조금 더 둥글다. 하지만 보름달은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음력 날짜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달 모양과 상관없이 금요일 밤에 뜨는 달이 정월대보름달이다.

살짝 덜 찬 보름달. 자세히 보면 왼쪽 아래에 크레이터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소은

정월대보름날은 서양의 밸런타인데이처럼 젊은 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었다. 가로등이 없던 시절에는 달이 밝게 빛나는 보름날이 저녁 약속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특히 통행금지가 있었던 조선시대에는 정월대보름날만큼은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젊은 남녀들이 둥근 달빛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면서 밤새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윤복의 월야밀회. ⓒ 간송미술관

정월대보름날은 보름달과 관련된 세시 풍속이 가장 많은 날이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달맞이’, 보름달이 떠오를 때에 맞춰 솔가지와 나무더미로 만든 달집을 태워서 질병과 근심이 모두 없어지기를 바라는 ‘달집태우기’, 여인들이 치마폭으로 달의 기운을 받는 ‘삼신달받기’ 등은 잘 알려진 정월대보름 풍속이었다.

정월대보름달을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치는 ‘달점’도 있었는데 달이 뜰 때의 색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질 징조로 보았다. 물론 달이 뜰 때 색이 붉은 이유는 달이 뜨는 지평선 근처에 먼지나 안개가 많을 경우이기 때문에 그 해의 농사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

달이 뜨는 위치에 따라서도 점을 쳤는데 달이 남쪽으로 치우쳐 뜨면 해변에 풍년이 들고, 북쪽으로 치우쳐 뜨면 산촌에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해석했다. 보름달이 뜨는 위치는 동지에 가까울수록 북쪽으로 치우쳐 뜨고, 동지에서 멀어질수록 남쪽으로 치우쳐 뜬다. 따라서 올해처럼 2월 중순에 설이 들은 해에는 평소보다 남쪽으로 치우친 보름달이 뜨게 된다. 물론 산촌이나 해변의 풍년과는 무관하다.

또한 올해처럼 해가 있을 때 달이 뜨면 흉년이 들고, 해가 지고 난 후에 달이 뜨면 풍년이 온다고 해석했는데 이 역시 달의 공전 궤도와 관련된 일로 우리나라의 농사와는 관련이 없다.

정월대보름달과 관련된 풍속이 많았던 것은 한 해의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이 그만큼 중요했고, 한 해의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달을 통해 표현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목성과 수성의 만남

3월 5일 새벽 6시경 남동쪽 지평선 위로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과 가장 작은 수성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날 둘 사이의 거리는 약 0.4도로 보름달의 지름인 0.5도보다도 가깝다. 이날 5시 30분경 토성이 먼저 뜨고, 이어서 6시 전에 수성과 목성이 거의 동시에 떠오른다.

이날 해 뜨는 시간이 오전 6시 58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 행성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채 30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목성의 밝기가 -2등급 정도이고, 수성도 0등급에 가깝기 때문에 지평선 위에 장애물만 없다면 이 두 행성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 목성과 토성이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토성보다 현재의 수성이 조금 더 밝다. 물론 두 행성을 맨눈으로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작은 망원경이라도 있다면 목성의 위성들과 수성을 한 시야에서 볼 수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오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중 가장 보기 힘든 행성이 바로 수성이다. 수성이 태양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다른 별과 수성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가 더 크다. 이날 새벽에는 수성이 목성과 붙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수성을 확인하기 좋은 기회이다. 수성을 보면 운이 좋아 장수한다는 말도 있다.

2021년 3월 5일 새벽 6시경 남동쪽 하늘. Ⓒ 천문우주기획

파라오의 별자리 사자자리

2월 22일 밤 10시경 남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저녁 하늘에 사자자리가 떠오른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신호이다. 화려한 겨울철 별자리들이 남쪽 하늘을 가득 채울 무렵 봄철 별자리들을 이끌고 동쪽 하늘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1등성이 바로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이기 때문이다.

사자자리 속에는 낫과 곡괭이가 숨어 있다. 농사철이라서 그렇게 보였을지는 모르나 옛 서양 사람들은 물음표(?)를 옆으로 돌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사자자리의 앞부분을 ‘낫(sickle)’이라고불렀다. 사자자리의 뒷부분에서 곡괭이를 찾는 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사자는 땅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도 왕의 별자리로 알려져 왔다. 특히 사자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으뜸별 레굴루스는 ‘남쪽의 황제별’로 불리기도 했다. 레굴루스가 남쪽의 황제별로 불린 이유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 태양이 한 여름에 가장 높이 위치하던 곳이 바로 레굴루스 근처였기 때문이다.

레굴루스 옆에 태양이 오면 여름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태양의 열기에 레굴루스의 별빛이 더해져서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레굴루스를 왕의 별로 여겼던 고대의 서양 점성가들은 이 별 아래서 태어난 사람은 명예와 부, 권력을 모두 가지게 된다고 믿었다. 또한,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신 스핑크스가 사자의 몸에 이집트 왕 파라오의 머리를 가지게 된 것도 이집트의 왕들이 사자자리의 힘을 빌려 백성들에게 왕의 위대함을 과시하고자 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자자리를 찾는 가장 좋은 길잡이별은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에서 국자의 손잡이가 시작되는 델타(δ)별과 감마(γ)별을 연결하여 계속 나아가면 사자자리의 감마(γ)별인 알기에바(Algieba)를 지나 1등성인 알파(α)별 레굴루스(Regulus)에 이른다.

사자자리에 얽힌 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아주 먼 옛날 하늘이 온통 혼란 속에 빠져 별들이 그들의 자리를 떠나고 혜성이 하늘을 뒤덮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 달에서 불타는 유성 하나가 황금 사자의 모습으로 그리스의 네메아 골짜기에 떨어졌다. 이 사자는 지구의 사자보다 몸집이 훨씬 컸고 성질 또한 포악하여 네메아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결국 그리스의 왕 에우리테우스는 당대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시켜 이 괴물 사자를 처치하게 했다.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골짜기에서 이 사자와 목숨을 건 대 격투를 벌이게 되었고, 신의 아들답게 사자를 목졸라 죽이게 된다. 이 승리의 대가로 헤라클레스는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자의 가죽을 얻었고, 신의 제왕 제우스는 아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이 사자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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