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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편집위원
2011-05-13

특허괴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피하기보다 이길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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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미국의 특허관련 조사회사인 ‘페이턴트 프리덤(Patent Freedom)’은 흥미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2010년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회사는 애플이었으며 피소건수가 20건에 달했다는 것.

같은 기간 LG전자도 15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는 2009년 7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2009년 6건의 두 배인 12건의 소송을 당했는데, 이는 한국 업체들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1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CEO 조찬집담회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심영택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이 특허괴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당부했다.

제조업체들 특허괴물식으로 맞대응

한국에서 특허괴물이라고 번역된 ‘Patent Troll’은 인텔사의 변리사였던 피터 뎃킨(Peter Detkin)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소유하고 있는 특허를 상품 제조현장에서 적용하지 않고 기술이전 또는 소송을 하고 다니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불량한’ 개인이나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이용해 제조업체와 협상을 하거나 협상이 불가능하면 소송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제조업체들의 사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있어서는 안 될 불량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의 경멸 대상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특허괴물들의 공세에 맞서 제조업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맞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09년 미국의 특허방어기업인 RPX의 회원사로 가입했다. RPX에는 이미 시스코, 소니, 노키아, HP, IBM 등 10여개 글로벌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심영택 교수는 “최근의 변화는 특허괴물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발명가들로부터 특허를 사서 모은 다음 제조업체들과 협상을 하거나 소송을 걸었던 1세대 특허괴물이 지금은 제조업체의 대리인으로 나서 다른 특허괴물과 대리전쟁을 치루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때문에 특허괴물의 명칭도 공격적 개념의 ‘Patent Troll’에서 방어적 개념의 ‘Non-Practicing Entity(NPE)’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또 다른 특허괴물로 등장해 다른 특허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품위 있는 용어가 필요했고, NPE는 과거 ‘Patent Troll’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전쟁에 중국 정부 직접 관여

최근의 특허전쟁에는 각국 정부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허괴물의 횡포에 맞서 자체적으로 특허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허권자가 특허를 출원한 후 실시치 않은 상황에서 타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과거처럼 고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 특허괴물도 등장했다. 지난 2010년 9월16일 국내 최초의 창의자본회사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공식 출범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5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인 이 회사의 1차 임무는 특허괴물에 대한 방어 및 공격이다. 다양한 특허와 아이디어, 기술 등을 사들인 후 특허괴물들의 출몰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특허괴물과 관련된 별도 지침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에서 특허권자의 특허침해소송이 20%에 불과하고, 법리나 제도가 특허괴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치 않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비슷한 입장이다. 현재 특허괴물 규제와 관련된 법이 상원을 통과해 하원에 계류돼 있지만 실질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법안이라고 심 교수는 말했다. 전체적으로 기술 선진국들은 특허괴물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다.

심영택 교수는 “지금 세계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자본시대에서 지식 중심의 지식기반시대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의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통계를 예로 들었다.

500대 기업의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의 비율이 1982년 38%였는데, 10년 후인 1992년에는 62%, 다시 10년이 지난 2002년에는 80%로 계속 늘고 있는데, 이는 곧 기업들이 소유한 지적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의 증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

선진국 제조업체들 지적재산(IP) 공세

이 같은 변화는 선진국 기업들이 점차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해가면서 생기는 특징적인 현상이다. 심 교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던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없는 지적재산을 다수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좋은 예다. 지난해 상반기 애플의 휴대폰 판매대수는 전체 시장의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익 점유율은 39%에 달했는데 이는 지적재산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특허괴물의 등장은 필연적인 결과”라며, “한국의 입장에서 특허괴물의 공세를 피하기보다 이길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허괴물을 단순히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덫으로 보지 말고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심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한국에는 지적재산 시장이 부재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 지식재산에 대해 홀대한 결과 법원에서는 지적재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발명가들의 재산인 지적재산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시장을 형성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그러나 이미 다가온 지적재산 시대에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원이 극히 부족한 한국 상황에서 지적재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더 많은 지적재산을 확보하고 미래 국가경쟁력으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기본법은 정부로 이송된 뒤 15일 이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되며, 7월 중순부터 시행된다.

기본법은 주요 지식재산 정책의 심의·조정과 점검·평가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식재산 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 정부가 5년마다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5-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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