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63빌딩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내원이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 귀가 멍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런 분은 침을 삼키면 괜찮아집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보는 사람들을 위해 안내원이 일러준 것은 바로 이명현상에 대한 주의사항이었다. 아주 높은 산에 올라가도 이런 이명현상이 나타나곤 하는데, 원인은 기압의 차이 때문이다. 산 아래와 산 위의 기압 차이로 인해 귀가 막히는 느낌은 받는 것이다.
그런데 기차가 터널을 지나칠 때도 귀가 멍해지는 이명현상을 느낄 수 있다. 높이가 똑같은 평지를 달리는데도 왜 귀가 멍해지는 걸까. 그건 열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면 터널 내부에 있던 공기가 열차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갑자기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고속철도는 일반 기차보다 두세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므로 터널 속을 지나칠 때 이와 같은 이명현상이 훨씬 심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열차에는 항공기 수준의 첨단 밀폐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고속열차는 출발 후 시속 5km가 넘으면 컴퓨터가 객차의 승강문을 일단 닫아버린다. 객차 출입문을 둘러싸고 있는 속이 빈 고무씰에 공기를 부풀려서 객실의 안의 공기를 차단하는데, 승무원이 아닌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 수 없게 된다.
또 터널에 들어갈 때는 터널 앞에 설치된 장치에서 정보를 받아 열차 내의 컴퓨터가 다시 한 번 자동으로 출입문의 기밀을 확실히 하고 환기장치를 닫는 등 바깥과 완전히 밀폐하여 객실 내의 압력이 내려가지 않게 한다.
고속철도에는 이처럼 우리가 직접 느끼지 못하는 여러 첨단기술도 빠른 속도로 함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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