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탐사선을 잡아주는 포수가 달에 있다면?

[달 탐사선 궤적 설계] 5) 달 탐사선의 궤적 설계 요소들

발사장의 위치와 발사 방위각이 결정되면, 궤도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대기 궤도(Parking Orbit)가 결정되고, 달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해 달 전이 투입(Trans-Lunar Injection, TLI) 기동을 수행한다.

야구로 비교하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던져진 공은 투수의 제구력에 따라 다양한 궤적을 형성하지만, 결과적으로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달로 투입된 궤도선은 다양한 궤적(직접 전이 궤적, 위상 전이 궤적, 약 안정 경계 궤적 등)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어떻게 던지든 포수가 그 공을 받아주지만, 달에는 포수가 없기 때문에 달 탐사선은 자신의 힘으로 속도를 줄여 달 궤도에 포획되어야 한다. 투수가 던지는 것과 포수가 받는 것이 야구의 기본이듯, 달 탐사선의 입장에서도 지구에서 달로 보내는 것과 달에 도달한 탐사선을 달 궤도에 안전하게 진입시키는 것이 달 궤적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달 탐사선의 역사

미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958년 8월 17일 파이어니어 0호를 발사하였다. 하지만 발사체의 문제로 탐사선은 고도 16km밖에 오르지 못했다. 약 한 달 후 소련의 루나 E-1 No.1이 발사되었지만, 이 역시 발사 실패로 탐사선은 달에 도달하지 못했다.

두 국가는 계속해서 달 탐사선 발사를 시도했고, 마침내 소련은 1959년 9월 12일 6번의 시도 끝에 인류 최초로 루나 2호를 달에 충돌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달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 일로 소련의 우주기술은 미국을 앞서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련은 바로 한 달 뒤인 10월 4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촬영해서 지구로 전송하기까지 했다.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 소련은 곧바로 임무를 착륙선으로 변경하였지만, 미국은 발사체 또는 위성체 문제로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12번의 시도 끝에 1964년 1월 30일 레인저 6호를 달에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벗어나는 일, 지구에서 달로 가는 일 그리고 달에 충돌 또는 달 궤도에 진입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왼쪽은 루나(Luna) 2호, 오른쪽은 레인저(Ranger) 6호 ⓒ https://www.historytoday.com, https://en.wikipedia.org

지구달 전이 궤적

일반적으로 직접 전이 궤적을 이용하여 탐사선을 달에 보낼 경우 하늘문은 매일 2회 열린다. 나로 우주 센터에서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발사 방위각의 제한으로 탐사선은 경사각이 높은 대기 궤도에 투입됨을 기술한 바 있다.

이로 인하여 하늘문이 열리는 첫 번째 기회는 아래 그림의 연두색 궤적으로 탐사선은 경사각이 매우 높은 ‘상승 출발 궤적’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상승 출발 궤적’이란 달 전이 투입 기동 후 그려지는 전이 궤적이 달의 궤도 평면 위를 지나는 궤적을 의미한다.

두 번째 하늘문은 약 12시간 후에 열리며 아래 그림의 노란색 궤적으로 탐사선은 ‘하강 출발 궤적’을 통해 달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출발 궤적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해당 궤적을 선택했을 때 요구되는 연료량, 통신 요구 조건, 식(eclipse) 요구 조건 등을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발사하고자 하는 탐사선의 요구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궤적이 선택될 수 있다. 미국의 달 착륙선 프로젝트인 아폴로 미션의 경우, 달의 북 위도에 위치한 착륙지에 착륙한다면 ‘상승 출발 궤적’이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탐사선의 지구-달 전이궤적 ⓒ 최수진

달 궤도 진입(Lunar Orbit Insertion, LOI)

지구에서 출발하여 달에 도달한 탐사선은 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달 궤도에 포획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투수가 던진 공은 아무리 약하게 던져도 그 공이 굴러들어오지 않는 한 특정한 속도 이상이 되고, 포수가 그 공을 받게 되면 그 속도만큼의 충격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야구와는 다르게 달에는 탐사선을 잡아줄 포수가 없다. 따라서 탐사선은 탑재된 추진 시스템을 가동하여 자신이 달 중력장에 포획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낮추어야 하며, 이러한 기동을 달 궤도 진입(LOI) 기동이라고 부른다. 달 궤도선의 경우 탑재된 연료의 70∼80%가 달 궤도 진입 기동에 이용되기 때문에 이 기동이 궤도선 임무의 성공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투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궤도선이 달 궤도에 포획되기 위한 포수의 역할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달 궤도 진입 기동은 탐사선이 근월점(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위치한 시점 전후로 수행된다. 다만, 탐사선이 달의 북쪽으로 진입하는 경우 근월점은 북반구에 형성되고, 탐사선이 달의 남쪽으로 진입하는 경우 근월점은 남반구에 형성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날아온 탐사선은 달의 어느 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구 출발 궤적의 선택과 유사하다. 다만, 요구된 연료량의 경우 달의 어느 쪽으로 진입하더라도 차이는 거의 없고, 달 착륙선의 경우 착륙지의 위도에 따라 달에 진입하는 궤적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왼쪽은 북쪽으로 진입하는 궤적, 오른쪽은 남쪽으로 진입하는 궤적 ⓒ 최수진

실제로 달 궤도 진입 기동을 수행하는 시점에는 지구의 지상국에서 탐사선을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동이 진행되기 전후에는 식(eclipse) 구간을 피해 탐사선이 태양으로부터 전력을 연속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궤적을 설계해 주어야 한다.

달 궤도 진입 기동은 발사 이후 탐사선을 운영하는 지상국 입장에서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 되겠지만, 달 탐사의 문을 여는 시작점이라는 큰 의미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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