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타이탄의 대기와 지형을 밝힌다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6) 하위헌스호

토성과 위성 탐사 목적으로 발사된 ‘하위헌스호’

1997년 10월 지구를 출발해서 금성, 지구, 그리고 목성에서 차례대로 스윙바이를 거친 후 2004년에 성공적으로 토성 궤도에 진입한 카시니-하위헌스(Cassini Huygens)호는 토성과 그 위성들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된 미 항공 우주국(NASA)과 유럽 우주국(ESA), 그리고 이탈리아 우주국(ASI)의 무인 우주선 미션이다.

카시니-하위헌스(Cassini Huygens)호와 토성의 상상도 (궤도선 카시니호와 착륙선 하위헌스호) ©NASA/JPL/ESA/ASI

궤도선인 카시니는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 천문학자 지오반니 도메니코 카시니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반면 착륙선인 하위헌스는 토성의 대표적인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에 기반하여 명명되었다.

하위헌스 호는 바로 타이탄을 탐사할 예정이었다.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큰 위성이며 위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지니고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신비한 위성 중 하나이다. 타이탄은 우리 태양계의 첫 번째 행성인 수성보다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태양계에서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를 이어서 두 번째로 큰 위성이다.

카시니-하위헌스호의 착륙선인 하위헌스호가 바로 유럽 우주국 호라이즌 2000의 중간 규모 미션(Medium-sized missions) 중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이 미션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태양계 바깥쪽 천체에 인류 역사상 첫 번째로 착륙했던 미션이기 때문이었다.

착륙선 하위헌스호의 상상도 ©NASA/ESA

토성에 관한 정보를 업데이트해준 카시니호

카시니-하위헌스호의 궤도선 카시니호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토성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업데이트했을 만큼 맹활약을 했다. 토성 궤도에 진입한 이후로는 토성뿐 아니라 여러 위성을 근접 탐사하면서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활동을 했다.

카시니호의 주된 목적은 토성 고리의 3차원적 구조를 조사하고 근원을 밝혀냄과 동시에 토성의 여러 위성 성질과 지질학적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또한 토성 자기권의 구조와 근원을 밝혀내면서 대기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했다.

카시니-하위헌스호의 가장 큰 성과라면, 베일에 싸여있던 토성의 고리에 관해서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점이다. 토성의 고리에 틈(카시니 간극, 토성의 A 고리와 B 고리 사이에 검게 보이는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냄과 동시에 4개의 토성 위성들을 추가로 발견했다는 점이다.

카시니 간극의 모습 ©NASA/JPL/ESA

두 번째 주요 성과는 토성의 또 다른 위성인 엔켈라두스에 관한 과학적 발견이다. 엔켈라두스는 토성의 E 고리에 있으며 규모는 타이탄의 1/10 정도이다. 발견된 지 200년이 넘은 위성이지만, 카시니호의 관심을 받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위성 중 하나였을 뿐이다. 카시니호는 엔켈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의 모습을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토성의 남극 부분에는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성 고리의 위치 엔켈라두스는 고리 E에 위치해 있다. ©NASA/JPL/ESA

엔켈라두스의 표면은 얼음으로 완전히 뒤덮여있다고 파악되는데, 남극 부분에서는 적도 지방보다 대략 50도 이상 높은 열원이 발견되었다. 이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두꺼운 빙하 아래에 화산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시니호의 마지막은 토성의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토성의 일부가 되는 ‘그랜드 피날레’를 택했는데, 이는 또 다른 과학적인 연구의 일부분이었다. 이를 통해서 토성의 대기권에 진입하기 직전까지 고리의 중력 데이터와 전체 질량에 관한 정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엔켈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의 모습 ©NASA/JPL/ESA

아쉬운 하위헌스호

반면 하위헌스호는 상당히 아쉬운 미션이었다. 하위헌스의 주된 목적은 타이탄의 대기권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비롯한 타이탄의 표면에 관한 자세한 탐사였다.

이 때문에 HASI라고 불리는 타이탄의 대기와 기류를 분석하는 장비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타이탄에서의 바람 속도를 정확히 탐구하는 DWE라는 장비가 장착되었다. 가장 중요한 장비인 DISR는 하위헌스호가 타이탄에 낙하할 때 촬영할 카메라와 분광기를 포함한 장비였는데, 이를 통해서 타이탄의 대기를 고도 약 150km부터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타이탄 표면의 물질을 조사할 GC/MS 그리고 ACP 등이 있었다.

착륙선 하위헌스호는 지구에서 출발하여 8년이나 긴 여행을 한 후 2005년 1월 카시니호에서 분리된 후 타이탄에서 착륙을 시도했다.

하위헌스호가 착륙하면서 촬영한 타이탄의 지형 ©ESA

안개가 낀 타이탄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대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낙하산을 펼쳐서 속도를 줄이면서 2시간에 걸쳐서 얼음 알갱이와 진흙 또는 모래로 이루어진 비교적 평탄한 표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열심히 타이탄의 토양과 대기를 연구하던 하위헌스호는 착륙했던 장소의 온도가 매우 낮았던 탓에 (대략 -177도) 그만 통신 장치가 얼어버리고 말았고 이로 인해서 지구와의 통신은 끊겨버렸다.

하위헌스호가 착륙 직후 보내온 타이탄의 토양과 지형 정보 ©ESA

2015년 후속으로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타이탄은 원시 지구와 유사한 환경 및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지진 활동이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하위헌스호가 착륙할 때 액체 메탄이 비처럼 내림과 동시에 나타난 번개 현상도 확인했으며, 대기 중의 질소, 탄소 그리고 아르곤의 동위원소가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타이탄의 메탄이 생물 활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결론이 나면서 아쉽게도 생명체에 관한 증거는 얻을 수 없었다.

단 타이탄의 구름 내에는 탄소와 질소를 포함하는 유기 분자 복합체로부터 만들어진 고체 핵이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되면서 다음 세대의 타이탄 연구에 관한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2019년 미항공 우주국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장담하면서 뉴프런티어 프로그램의 네 번째 프로그램으로 타이탄 탐사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드래건플라이(Dragongfly)’로 명명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화성에서 지난 로버들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지상을 이동하는 로버와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의 형태를 갖춘 프로젝트가 진행될 전망이다.

하위헌스호의 실패 아닌 실패를 통해 타이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이 어느 정도 모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드래건플라이는 타이탄 상공을 날아다니면서 타이탄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줄 예정이기에, 드래건플라이가 펼칠 타이탄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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