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수놓는 역동성의 미학 ‘테니스’

[스포츠 속 과학] 한계치에 근접한 관절가동이 약이면서 독

무결점 사나이는 흙신을 제치고 새로운 황제로 즉위할 것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3명이 동시대에 등장해 지난 10여년 간 코트에서 벌였던 혈전이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다.

7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1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랭킹 1위)가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 9위)를 3대 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생애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8위)와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 3위)이 보유한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기록인 20회와 동률을 이루게 됐다. 조코비치는 가장 늦게 메이저 20회 우승 고지에 올랐지만 가장 어리기 때문에 향후 기록 경신이 가장 유리하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 이어 윔블던 대회까지 연거푸 제패한 조코비치는 마지막 US 오픈까지 우승하면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Calendar Grand Slam)’을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남자 테니스 선수는 돈 버지(미국, 1962년)와 로드 레이버(호주, 1962년과 1969년) 단 두 명뿐이다.

만약 조코비치가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 금메달을 독식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남자 테니스 선수는 없었으며, 여자 선수 가운데는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1988년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데 이어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게 유일한 기록이다.

2021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우승하면서 메이저대회 최다우승 공동 1위에 올라선 노박 조코비치. ⓒ AELTC(Jonathan Nackstrand)

다양한 소재가 만드는 코트의 물리학

테니스는 두 명의 선수 또는 두 명의 선수로 이루어진 두 팀이 가로 10.97m(단식의 경우 안쪽 8.23m만 사용한다), 세로 23.77m인 직사각형 코트의 중앙에 높이가 0.914m인 네트를 쳐놓고 라켓으로 상대방 코트 안쪽으로 공을 쳐 보내서 승부를 가리는 라켓 스포츠이다. 라켓으로 친 공이 상대방 코트 안에 떨어졌는데 받지 못하면 득점하고, 공이 상대방 코트 밖으로 나가면 실점하게 된다.

테니스는 공격과 수비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빠른 속도로 공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단연 매력이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활약하는 엘리트 스포츠면서 일반 사람들도 즐기는 생활 스포츠로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켓으로 공을 치는 스트로크를 구사할 능력만 있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사실 스트로크를 제대로 구사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며 전체적인 난도가 상당해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로부터 레슨을 1년 정도는 받아야 어느정도 폼을 갖췄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테니스의 시초는 중세시대 프랑스의 귀족들과 성직자들 사이에서 성행하던 ‘라뽐므(La paum)’라는 공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뽐므는 손바닥으로 공을 치는 경기였는데, 지금과 같은 테니스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의 일이었으며 윔블던 테니스 첫 대회가 1877년에 열렸다.

테니스 경기는 5세트 경기에서는 3세트를, 3세트 경기에서는 2세트를 먼저 얻으면 승리한다. 세트를 얻기 위해서는 6게임을 먼저 이겨야 하는데, 게임은 15, 30, 40 순으로 점수가 올라가 4번째 포인트를 얻으면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양쪽이 40대 40으로 동점일 경우에는 어드밴티지(Advantage) 룰이 적용돼 2포인트를 연속으로 따야 게임을 가져갈 수 있다.

테니스 코트의 종류에 따라 공이 바운드 하는 높이와 속도가 다르다. ⓒ BBC Sport

테니스 코트는 표면 소재에 따라 진흙으로 된 클레이코트, 짧은 잔디로 된 잔디코트, 아크릴 등 합성재질로 된 하드코트로 나눌 수 있다. 세 코트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코트의 재질에 따라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클레이코트는 메이저대회 중 프랑스 오픈에서 사용하는데, 라켓으로 친 공이 흙바닥과 충돌하면서 클레이층에 약간 파고들어 운동에너지가 줄어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바운드 된 공의 속도가 많이 줄어들지만, 바닥의 반발력으로 공의 바운드는 높게 형성된다. 다른 재질의 코트에 비해 공을 받아치기 상대적으로 쉬운데, 흙먼지를 날리며 계속되는 랠리가 볼거리이며 체력이 좋은 선수가 유리한 코트이다.

반면 잔디 코트는 메이저 중 윔블던 대회에서 사용하는데,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에 공의 바운드가 스치듯이 낮고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을 갖는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선수들이 수없이 뛰어다니면 잔디가 파헤쳐져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강서브를 가진 공격적인 선수들에게 유리한 코트로 선수들은 공을 받아내기 위해서 더 빠른 속도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메이저 중 US 오프과 호주 오픈에서는 하드코트가 사용된다. 아크릴 등 인공소재로 된 하드코트는 클레이코트와 잔디 코트와 비교했을 때 공이 바운드되는 속도가 중간 정도이고 바운드되는 높이도 중간 정도가 된다. 여러모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한 무난한 코트인데, 선수들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코트 표면의 단단함이 선수의 하반신에 충격을 가해 부상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몸의 꼬임이 강력한 스트로크의 원천

테니스공은 안에는 고무공이 들어있고 바깥 부분은 노란색의 펠트로 쌓여있는 형태다. 공의 지름은 6.35~6.67cm이고 무게는 56.7~58.5g 정도가 된다. 테니스 공 내부는 1.8기압의 질소가스가 충전돼 있는데, 공 내부의 압력을 동일하게 유지해야 균질하게 공이 바운드되기 때문에 맥주캔과 같은 형태로 밀봉 포장돼 있다.

테니스에서 라켓으로 공을 치는 타구 동작을 스트로크(Stroke)라 부른다. 스트로크는 땅에 한번 튀긴 볼을 치는 그라운드 스트로크(Ground Stroke)와 노 바운드의 볼을 치는 발리(Volley), 높이 뜬 공을 강력한 힘으로 내리 꽂는 스매시(Smash), 반대로 수비할 때 공을 높이 띄우는 로브(Lob), 경기가 시작될 때 상대편으로 날리는 서브(Serve) 등의 기술이 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테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으로 포핸드 스트로크와 백핸드 스트로크로 구분한다. 라켓을 든 손 쪽으로 공이 올 때 라켓을 약간 뒤로 보냈다고 앞으로 휘두르는 ‘포핸드 스트로크’는 선운동과 회전운동이 조합으로 이뤄진다. 선운동을 통해 무게중심을 볼 방향으로 보내어 체중을 싣는다. 그리고 회전운동을 통해 체중이 옮겨진 발을 기준으로 무릎과 골반, 어깨 순으로 몸통의 회전력을 생성해 강력한 힘으로 공을 타격한다. 연구에 따르면 몸통 꼬임 차이 각도가 클수록 탄성에너지의 축적이 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테니스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는 예전에는 한손으로 하는 경우(왼쪽)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양손(오른쪽)이 대세가 됐다. ⓒ C. Genevois et al 『Performance Factors Related to the Different Tennis Backhand Groundstrokes』

라켓을 손 반대쪽으로 공이 올 때 공이 오는 방향으로 몸통을 꼬았다가 회전하며 구사하는 ‘백핸드 스트로크’는 근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기술이다. 예전에는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회전반경을 더 크게 하기 위해 한손 백핸드 스트로크가 주류였고, 양손 백핸드는 여성이나 근력이 약한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로 생각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손 백핸드 스트로크는 한손보다 더 정확하며 스윙반경이 작은 대신 스윙속도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빠른 발을 활용해 양손 백핸드의 단점을 보완하고 공을 더 강력하게 타격해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제는 한 손 백핸드를 구사하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발리는 테니스의 응용기술로 상대방이 친 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다시 쳐 보내는 스트로크를 총칭한다. 발리는 스피드와 파워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공격기술로, 선수가 전진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네트 플레이의 기초가 되며 특히 복식경기에서는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진다. 강한 서브를 날린 후 네트로 전진하고 상대방은 받아치는 순간이 테니스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이 된다. 발리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빠른 발과 순발력, 반사 신경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스매시는 어깨보다 높이 날아오는 볼을 전신의 힘을 다해 직선으로 상대 코트에 때려 꽂는 가장 파괴적인 스트로크다. 상대방이 로브를 구사해 공중으로 공을 띄울 때 반격의 수단으로 스매시를 활용한다. 서브와 상당히 비슷한 스트로크로, 라켓을 머리 위로 최대한 뻗은 상태에서 공을 타격하기 때문에 오버헤드 스매시라고 부른다.

서브는 경기시작을 위한 스트로크로, 동사인 서브 대신 명사인 서비스(Service)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테니스 스트로크 중 유일하게 상대의 볼을 치지 않고 자기의 의사와 타이밍, 기술로써 치는 스트로크인데, 이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데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무기가 된다. 경기에서는 두 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보통 첫 번째 서브는 온 힘을 공에 실어 일직선으로 날려 보내는 플랫 서브를 구사한다. 정상급 선수의 경우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좌우 구석구석을 찔러 보내기 때문에 받기가 쉽지 않은데, 상대방이 공을 건드리지도 못한 채 서비스 에이스로 득점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도에 중점을 두고 힘을 최대로 싣다보니 정상급 선수들도 실패 확률이 높다. 두 번째 서브는 실패하면 바로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기 때문에 힘을 낮춘 대신 받기 까다롭도록 공에 회전을 거는 스핀 서브를 많이 사용한다.

엘리트 선수도 피할 수 없는 부상 위험

테니스는 공을 받아 넘기고 공격적으로 공을 치기 위해 코트의 전후좌우를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지구력, 순발력, 민첩성, 유연성 등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테니스 선수의 경우 신장이 크면 더 높은 위치에서 강력한 서비스를 내리꽂을 수 있고,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스트로크와 발리 등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서 신체적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적 요인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테니스 경기에서 유산소성 능력은 23%, 무산소성 능력은 77%가 관여한다고 한다. 지속적인 풋워크와 순간적인 대시 및 타구 동작을 몇 시간 동안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무산소성 에너지계 비율이 높은 유무산성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테니스를 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부상이다. 테니스는 다른 구기와 비교할 때 속도와 방향의 변화가 심한 경기이다. 라켓을 사용하는 스포츠로서 관절의 가동범위가 크고, 수시로 점프하고 착지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공을 치기 위해서 몸이 한계치 수준에 근접할 때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손목과 팔꿈치, 어깨, 무릎, 허리, 목 등의 근육과 인대에 지속적으로 긴장을 불러온다. 경기 중 신체를 좌우로 이동하거나 급하게 방향을 전환하여 폭발적으로 힘을 내는 동안 잠깐이라도 한계치를 넘게 되면 부상이 찾아온다.

사실 테니스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2018년 호주 오픈에서 4강에 올라 우리나라에 테니스 열풍을 몰고 왔던 정현은 올해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골든 그랜드스램을 노리는 노박 조코비치도 2017년 팔꿈치 수술 후 6개월 넘게 공백을 가져야 했고, 로저 패더러도 지난해 두 차례나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쉬어야 했다. 라파엘 나달은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손목부상까지 심해지면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테니스로 인한 부상은 전문적인 선수뿐만 아니라 재미로 즐기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동호인들은 공을 쫓기 위해 무리한 동작을 취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는 응답이 많은데, 발목과 어깨, 손목, 무릎, 팔꿈치 순으로 부상 빈도가 높다.

테니스 라켓의 스트링에 댐퍼를 달면 스트링의 진동이 감소해 손목이나 팔꿈치로 전달되는 충격이 줄어든다. ⓒ M. Porramatikul et al『Button damper reduces the impact force during tennis flat serve』

테니스 경기 중 입을 수 있는 부상 중 가장 유명한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는 팔 관절과 손목에 무리한 힘이 주어져 팔꿈치 관절 주위에 생기는 통증이다. 라켓으로 공을 강하게 칠 때 충격이 그대로 전달돼 손목 근육과 팔꿈치 인대 등이 손상돼 나타난다. 테니스에 어원을 두고 있지만 배드민턴 등 다른 운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테니스 엘보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을 최대한 라켓 중앙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테니스 라켓은 야구방망이와 비교했을 때 타격이 가능한 부분의 면적이 상당히 넓은 편인데, 라켓 중앙에 큰 힘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 부른다. 이 스윙 스팟에 공이 정확히 맞아야 타격으로 인한 진동이 적어 손목이나 팔꿈치에 전해질 수 있는 충격이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손목이나 팔꿈치에 전달되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라켓의 스트링에 댐퍼 혹은 엘보링이라 부르는 고무링 또는 고무줄을 묶는 경우도 많다. 테니스 엘보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댐퍼를 사용하면 스트링의 진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목과 팔꿈치로 전달되는 충격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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