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책 못지않게 개인 대응 중요”

정부는 감염병 완화 위한 주 목표 선택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조치 못지않게 개인들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학자들의 발표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및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연구원과 유트레히트대 연구진은 영국의 ‘코로나19’ 국면이 지연(delay) 단계로 접어들면서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 6일 자에 지금까지 알려진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평에서 감염병의 확산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다.

이 논평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인 로이 앤더슨(Roy Anderson) 경과 옥스퍼드대 빅데이터 연구원 디어드리 홀링스워드(Deirdre Hollingsworth) 교수가 주도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을 일으키는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SARS-CoV-2, 노란색)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 Wikimedia / NIAID Rocky Mountain Laboratories (RML), U.S. NIH

‘사회적 거리 두기’ 가장 중요

홀링스워드 교수는 논평에서 ‘코로나19 감염과 이로 인한 사망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번 제언도 감염병의 완화에 관한 것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것이고 그에 따른 대응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품질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감염병 통제에 필수적이며, 정부와 대중 간의 의사소통 전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이 이미 진행 중이지만 모든 실험이 성공했다 가정하더라도 대량 생산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저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개인행동수칙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

여기에는 조기 자가격리와 검역, 원격 진료 자문, 대규모 집회나 혼잡한 장소 출입 자제 등이 포함된다. 이번 바이러스는 특히 노인들과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장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월)에 따른 감염자 수를 나타낸 도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감염 곡선이 점차 완만해지지만, 개입을 중단하면 감염률이 다시 솟아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Reprinted from The Lancet / Elsevier

“정부는 전염병 완화 주 목표를 선택해야”

광범위한 정부 조치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관중이 많이 모이는 운동경기 같은 대형 이벤트 금지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직장과 학교 및 기관의 폐쇄, 양질의 진단 시설과 전화 상담 같은 원격 의료자문 확보 등이 포함된다. 전문 의료서비스의 확보도 필수사항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이런 대규모 조치들이 취해져도 개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모든 조치들은 물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국 우한에서와 같이 도시 전체를 폐쇄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조치들은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목표는 위 도표의 녹색 곡선에서와 같이 감염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어(flatten)’ 확산을 늦추고 새로운 감염자 수가 치솟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곡선을 완만하게 하면 의료서비스가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을 피하고, 경제적 충격을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유지하는 한편,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법 및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로이 경은 ‘정부는 감염병 완화를 위한 주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목표에는 ‘감염률과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것, 의료서비스의 한계를 넘는 전염병 절정을 피하는 것, 경제를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 그리고 충분한 양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 제조될 때까지 전염병 곡선을 완만하게 유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로이 경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증상들. © Wikimedia / Mikael Häggström, M.D.

감염자의 재생산 지수를 1이하로 유지해야

연구팀은 2014~15년 에볼라가 기승을 부렸을 때의 상황을 교훈 삼아 보건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보건 의료가 한계를 넘어서면서 에볼라보다 말라리아나 출산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볼라 자체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에볼라가 간접적으로 초래한 사망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개인 감염자가 무심코 많은 다수를 전염시키는 여러 ‘슈퍼 전파(superspreading)’ 사례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 저자들은 모든 전염병에는 이런 슈퍼 전파 현상이 존재한다고 경고하고,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염병의 억제 여부는 각 감염자에 의해 전염되는 사람 수를 뜻하는 ‘재생산 지수(reproduction number)’인 R0를 병원체가 궁극적으로 사라지는 1 이하로 유지하는 것에 달려있다.

R0가 1보다 높아지면, 즉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한 명 이상 감염시키면 병원체가 퍼지게 된다. 중국의 초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R0는 2.5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병이 억제되지 않을 때 인구의 60%가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감염자가 자신이 감염된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나서 다른 이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감염자의 감염력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이 병의 정확한 치사율, 그리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원이 될 수 있는지, 그럴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감염력을 지닐 수 있는지 등도 현재로선 명확지 않다.

신체 부위별 증상 발생률. © Wikimedia / WHO

“몇 개월 뒤 ‘사회적 거리 두기’ 중단하면 다시 창궐 우려”

연구팀은 계절성 독감인 인플루엔자 A 및 사스(SARS)와 비교할 때 이번 코로나19는 좀 더 느리게 퍼지지만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계절성 독감은 일반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따뜻한 기온이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저자들은 남반구에서의 확산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수행하고 있듯,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이 해야 할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는 ‘접촉 추적’으로 꼽힌다. 모델에 따르면 질병의 조기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접촉한 사람들의 70%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우선순위로는 증상 발병에서 격리까지의 시간 단축, 재택 치료와 진단 지원, 연장된 업무 공백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들었다.

논평 저자인 유트레히트대 인구보건과학과 한스 히스터빅(Hans Heesterbeek)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지장을 초래하므로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히스터빅 교수는 ‘모델에 따르면 몇 개월 뒤 이 조치들을 해제하면 올해 안에 감염이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이에 관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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