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기후 변화 멈출까?

경제 위기 끝나면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기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줄었고, 미국 뉴욕주에서는 주로 자동차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후 변화를 늦추거나 호전시킬지 모른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가 정답이다.

최근 글렌 피터스(Glen Peters) 오슬로 ‘국제기후 및 환경연구센터(CICERO)’ 연구실장은 비영리 학술미디어 네트워크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을 통해서 코로나19가 기후 변화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전염병 극복과 함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

코로나19로 인적이 끊긴 벨기에 브뤼셀 도심의 드 브루케르 광장. ⓒ pxhere

글렌 피터스는 수정된 2020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바탕으로 당분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억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활동이 축소되면서 에너지 및 운송과 관련된 다양한 가스의 배출이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중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 활동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연관성은 전염병 대유행으로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둔화로 이어지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터스 실장은 기후 변화 억제 효과가 금융위기 때보다 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경제 위기가 끝나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회복된 경험이 있어서다.

전 세계 CO2 배출량은 경제 활동 규모에 정비례해서 증가해왔다. ⓒ Glen Peters / CICERO

지난해 경기 둔화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어나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지목된다. 특히 값싼 석탄발전은 여타 에너지원보다 많은 이산화탄소와 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그러한 석탄 사용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2019년 12월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 제출된 ‘2019 글로벌 탄소 배출 동향’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 미국 및 유럽의 석탄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선진국들이 친환경 정책으로 화력발전을 감축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신흥국들의 제조업 생산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경기 둔화에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피터스 실장은 “석탄 수요의 감소가 천연가스와 석유 소비의 왕성한 증가세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다”라고 언급했었다.

OECD 예측에 근거해 추정한 미래의 CO2 배출량 증감 추이. 경제성장률(주황색)과 탄소효율개선(녹색)으로 비교 분석했다. ⓒ Glen Peters / CICERO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최근 2주 동안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이 전년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는 2020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가량 줄어들 만한 수치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를 차지하는 항공 산업은 거의 멈춘 상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에 다시 나서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제적 격변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CO2 배출량이 잠시 줄었다가 곧바로 회복되곤 했다. ⓒ Glen Peters / CICERO

경제 위기가 끝나면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

아직까지 주요 경제 기구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그리 낮추지 않았다. 물론 사태의 진전에 따라 더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렇더라도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예상처럼 크게 줄이진 못할 것이다.

오히려 뒤따를 경기부양책이 기후 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각국 정부들이 신속한 경기부양책을 펼쳐서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했던 전례가 있다. 경제 위기는 기껏해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몇 년 늦출 뿐이라는 공식이 그때 성립됐다.

이번에도 전 세계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방식에 따라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피터스는 청정기술의 추가 개발 등 경제 위기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유도하는 구조변화에 경기부양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각국의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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