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대학원생 기본생활비 보장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 설명회 열려

지난해 8월 정부는 ‘청년연구원 권익강화 및 처우개선 정책’에 따라 카이스트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대학원생의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사제(師弟) 관계가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규정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 속에서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가 제기되었다.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는 대학원생에게 기본생활비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2019년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의 과기원도 입시요강에 학연장려금(Stipend) 금액을 명시해놓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대전 카이스트 본원에서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됐다. 대학원생의 인권 이슈가 지속해서 떠오르는 시점에서 이번 설명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25일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 설명회가 열렸다. 통로에도 학생들이 앉아있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 ScienceTimes

25일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개최된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 설명회. 통로를 메워앉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 최혜원 / ScienceTimes

카이스트의 김보원 기획처장은 카이스트 이공계 학과에 재학 중인 석·박사과정생의 장학금 수령액 분포(2017년 3월 ~ 2018년 2월 기준)를 공개했다. 분포도에 따르면 석사과정 학생의 약 26%가 월 70만원이 안되는 금액을 지급받았고,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약 26%의 학생이 월 100만원 이하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정부가 최초에 제안한 학연장려금(Stipend)의 금액은 석사과정 기준 월 80만원, 박사과정 기준 월 100만원이다.

김 처장은 “현재 카이스트 이공계 대학원생의 70% 이상은 스타이펜드 기준액 이상의 돈을 받고 있으므로, 이 제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4분의 1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최근 수년간 지급된 인건비 수준을 고려하여 가능한 재원 규모를 파악하고 스타이펜드 금액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에 따르면 현재 카이스트의 학연장려금(Stipend) 재원은 약 595억(2017년 3월 ~ 2018년 2월 기준)이다. 정부 출연금 155억원, 정부 R&D 394억원, 민간 R&D 46억원으로 구성된다. 그는 학연장려금(Stipend) 기준액 설정에 따른 연간부족액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석사과정 학생에게 월 70만원을, 박사과정 학생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현 재원을 기준으로 연간 약 52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을 줄여 석사과정생에게 월 60만원, 박사과정생에게 90만원을 매달 지급할 때는 연 41억원 정도가 부족하다.

김 처장은 풀링 제도(pooling system)를 통해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일부 금액은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학교 풀링제(학교 자체에서 학생 인건비를 흡수해서 일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다.

하지만 그는 “학교 풀링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교수님들의 연구의욕이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때문에 기획처에서는 학과 차원의 풀링이 가능한 ‘강화된 교수 풀링 제도’를 고안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강화된 교수 풀링제도’는 현행대로 교수 풀링제(교수의 연구비를 본인의 지도 학생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를 기본으로 하되, 학과 단위 풀링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방식이다. 그는 “현재까지 연구비가 교수의 자율성에 맡겨 운영됐다면, 앞으로는 학과장과 소속학과 교수 간의 협약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학과 차원에서 학과 소속 학생에 대한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개념이다.

김 처장은 이러한 풀링 방식이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의 우려 점인 학생 인건비의 평균이 기준액에 맞춰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비의 운영 주체가 학과 단위로 확대됨으로써 교수 간 피어 모니터링(peer-monitoring)이 가능하다”라며 “인건비 집행비율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강제성 없이 학과의 자율에 의존하는 풀링제인 만큼 학과의 재원이 그 학과의 학생들에게 고루 돌아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 처장은 이를 고려해 “학교 차원에서는 대응 재원(buffer fund)을 마련하여 교수가 지도 학생의 학비 및 학연장려금(Stipend)를 적시에 부담하지 못하는 경우 학과 혹은 학교가 선지급하고 교수가 추후 상환하는 방식의 선지급금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가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의 보장 주체가 됨으로써 대외적 보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 차원에서도 강화된 교수 풀링이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비 장학생과 KAIST 장학생의 적절한 TO 배정’을 통해서다. (*국비 장학생은 교육 경비의 일부를 정부 출연금으로 보조, KAIST 장학생은 카이스트로부터 직접 보조)

즉,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가 시행될 경우 지도 교수는 국비 장학생에게 학연장려금(Stipend)을, 카이스트 장학생에게는 학연장려금(Stipend) 및 학비를 부담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김 처장은 “강화된 교수 풀링을 통한 학과-교수 간 피드백 메커니즘이 국비 및 KAIST 장학생의 TO 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학연장려금(Stipend)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는 학교-학과 간 피드백 메커니즘을 통해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는 올해 9월부터 시범 단계를 거쳐 2019년 9월 이후 학교 구성원 합의를 전제로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라며 “제도의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구체적인 사례에 기반한 질의부터 제도 시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제시한 기본 금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26%의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한 학생의 발언처럼 현재 연구비에서 인건비 재원은 과연 한정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학연장려금(Stipend)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학교도, 교수도, 학생도 지속적인 고민과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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