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진이 도입된 것에 대해 “1884년에 김용원과 지운영이 서울 시내에 촬영국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촬영국이 설치되고 사진촬영 영업을 시작하던 시기에, 미국인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고종황제를 촬영하면서 우리나라 사진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로웰은 1883년 12월경 민영익과 만남을 목적으로 처음으로 한국에 온 미국인으로, 처음에 민영익의 비서로 일하다가 이어 고종 측근에서 ‘사서기’라고 불리는 직책으로 근무한 수학자겸 천문학자였다. 그는 최초로 고종의 초상 사진을 촬영한 것뿐만 아니라 고위급 인사들의 사진을 주로 찍었다.
사진기가 도입되던 시기의 기록은 “가까이에서 보자기를 덮어 쓴 카메라를 본 사람들은 됫박 같은 이상한 물건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심한 경우 마법 상자가 둔갑한 것으로 여겨 피했다”고 적고 있다. 그만큼 카메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식되었다. 당시에 카메라는 마법상자나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샤머니즘의 굴레를 쓴 도구로 인식되었으나, 서양문물이 보편화되고, 상류계층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사람들에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특히 사람들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초상화로 오랫동안 보존된다는 가치를 인식하고, 미지의 세계를 찍은 사진들이 다른 문물을 이해하는 도구로 수용되면서 사진문화의 정착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정착한 카메라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작가인 김종세 관장이 지난 6월 신림동에 카메라 박물관을 개관했다. 카메라 박물관은 1850년부터 1990년대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희귀 카메라 700여 점을 비롯해 렌즈, 액세서리, 유리 건판 필름과 사진 등 총 1,500여 점이 넘는 사진과 관련 기자재들이 전시되고 있다.
초기의 사진기는 경제적으로 너무나 부담이 컸기 때문에 대중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요인들이 오히려 사진기의 희귀성을 만들어 냈고, 귀족이나 권력층은 사진을 부의 상징으로 여겨 더욱더 쉽게 수용했다. 이번 전시회는 그런 책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카메라들을 전시하고 있어서, 카메라 마니아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그는 “카메라 한대를 갖게 되면 그 카메라에 맞는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욕심에 렌즈나 주변 기자재들이 더 많이 모아지더군요. 그래서 카메라는 3천대 정도 되는데 렌즈는 4천 개가 넘어요”라면서, 왜 그렇게 많은 사진과 카메라 외에도 확대기, 필름, 필터부터 유리건판 필름, 은염 다게레오 타입 필름 등 총 1만 5천점 가량의 사진 관련 기자재를 수집했는지 말했다.
카메라 박물관은 10월 20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라이카 특별전을 열 예정이고, 그 이후에 군용 카메라, 스파이 카메라, 스트레오 카메라 전시 등 분야별로 다양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의 카메라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카메라 역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제 목 : 세계 역사적인 카메라 특별전
장 소 : 한국카메라 박물관 (관악구 신림동)
기 간 : 6월 15일~10월 15일
연락처 : (02) 874-8743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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