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용기도 첨단기술로 만든다

나노코팅으로 내용물 남기지 않는 용기… 종이로 된 튜브도 개발

지난 2009년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는 사용 후 버려지는 용기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화장품 용기의 경우 25%, 그리고 케첩 같은 소스 용기의 경우 15% 정도의 내용물이 다 사용이 안 된 채 용기와 함께 버려진다는 내용이었다.

컨슈머리포트의 연구원들은 상당한 양의 내용물이 그냥 버려지는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잘못된 소비 습관보다는 용기가 가진 구조적 결함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내용물이 얼마 남지 않은 용기에서 남은 내용물을 빼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나노코팅이 된 용기(우)는 점도가 높아도 모두 배출할 수 있다. ⓒ LiquiGlide

이같은 문제는 화장품이나 소스를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사안이다. 특히 내용물의 점도가 높을수록 용기 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에 배출이 쉽지 않은 문제가 나타난다.

내용물을 남김없이 뺄 수 있는 비결은 나노코팅

미 MIT공대 기계공학과의 ‘크리파 바라나시(Kripa Varanasi)’ 교수는 수년 전 꿀병에서 꿀을 빼내려고 애쓰던 아내로부터 푸념 섞인 잔소리를 들었다. 점도가 높은 꿀을 빼내기 위해 병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꿀이 나오지 않자 남편에게 꿀이 잘 나오지 않는 문제나 해결해 달라고 조른 것이다.

아내의 흔한 잔소리였지만 그 순간, 바라나시 교수의 머릿속에는 번개 같은 영감이 떠올랐다. 바로 점도가 높은 내용물이라도 잘 빠져나오는 용기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이후 바라나시 교수는 연구진과 함께 내용물이 잘 빠져나오는 용기 개발에 착수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끈적한 액체도 잘 미끄러질 수 있는 표면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해당 소재에 대해 ‘리퀴글라이드(LiquiGlide)’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퀴글라이드는 번들거리고 매끄러운 코팅 소재이고, 성분도 안전하다. 따라서 내용물이 식품이어도 문제가 없다. 플라스틱은 물론 유리 같은 소재에도 코팅 처리를 할 수 있어 다양한 용기에 적용할 수 있다.

리퀴글라이드에 내용물이 들러붙지 않고 미끄러질 수 있는 이유는 소재 표면 위에 미세한 다공성 돌기가 형성되어 있고, 미끄러운 액체층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표면처리가 가능한 이유는 모두 첨단 나노코팅 기술 덕분이다.

리퀴글라이드의 구조 및 개요 ⓒ LiquiGlide

나노코팅은 용기 내부에 형성되어 있는 미세한 구멍이나 틈을 특수물질로 영구적으로 메워버리는 기술이다. 용기 안 내용물의 일정량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같은 구멍이나 틈에 의해 생긴 마찰력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나노코팅 기술로 메움으로써 내용물을 마찰 없이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바라나시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리퀴글라이드가 코팅된 용기는 두 가지의 친환경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용기 내에 남아있는 내용물을 깨끗하게 배출시켜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용물을 더 강하게 농축시켜 용기 크기를 줄임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바라나시 교수의 생각이다.

현재 리퀴드글라이드는 화장품업체 외에도 여러 소스업체들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포장 전문가들은 리퀴글라이드가 단순한 코팅 소재가 아니라 포장용기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라나시 교수는 “리퀴드글라이드는 화장품이나 식품 같은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겠지만, 이 외에도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라고 언급하며 “대표적으로는 석유나 연료를 운반하는 파이프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내부에 내용물이 달라붙는 경우가 많은데, 리퀴글라이드를 적용하면 이런 문제가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수기술 적용된 여러 겹의 방수막으로 내용물 누출 문제 해결

리퀴글라이드 만큼이나 획기적인 포장용기로는 국내업체가 개발한 화장품용 종이튜브(paper tube)가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종이같은 소재로 화장품 용기를 대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내구성’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물질이 원래 상태에서 변질되거나 변형됨이 없이 오래 견디는 성질이 내구성인 만큼, 포장 용기도 변형 없이 오랫동안 원래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화장품 용기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인 H사가 오랫동안 사용됐던 화장품 플라스틱 튜브를 대체할 수 있는 종이 튜브를 개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용기가 종이로 된 화장품 종이 튜브가 기존 플라스틱 사용량을 80%나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콜마

화장품용 튜브는 일반적으로 내용물이 나오는 구멍을 막는 마개와 내용물이 담기는 용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H사의 종이튜브는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마개를 제외하고는 용기를 모두 종이로 대체했다.

종이로 만든 튜브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물이 새어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사는 용기 안쪽 면을 여러 겹의 방수막으로 겹쳐 해결했다. 방수막 제작에는 첨단 코팅기술이 적용되었다. 이렇게 용기 전체를 종이로 만들다 보니 기존의 플라스틱 사용량에 비해 약 8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얼마나 내용물을 단단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내구성인데, 종이튜브는 50kg 이상의 무게에도 찢어지거나 터질 염려가 없고, 운송 또는 보관 중에라도 포장용기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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