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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6-19

치매환자 관리, 리빙랩으로 해결한다 포럼서 한국형 스마트에이징 모델 구축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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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길을 가다가 치매에 걸린 것 같은 할아버지가 정처 없이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 만약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하루 종일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창밖만 바라본다면 무엇으로 위안을 삼으시도록 해야 할까?

치매환자 관리가 더 이상 개인이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한국리빙랩네트워크가 주최하는 ‘2020 리빙랩 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리빙랩으로 풀어가는 스마트에이징을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리빙랩으로 풀어가는 스마트에이징(smart aging)’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ICT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 전략을 모색하여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한국형 스마트에이징 모델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리빙랩(Living Lab)이란 실제 생활 현장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을 의미한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과 전문가, 그리고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고민하는 민·산·학·연 간 협력의 장이자, 사회적 혁신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치매노인의 효율적 관리 방안 모색

‘ICT를 활용한 나주시 사회문제 해결 리빙랩’을 주제로 행사의 발제를 맡은 나형진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나주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리빙랩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공모해 본 결과, 치매환자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밝혔다.

나 책임의 설명에 따르면 나주시가 추진했던 사회문제 해결 리빙랩의 프로젝트명은 ‘함께하는 치매안심 리빙랩’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 및 비즈니스를 주도할 기업이 주체가 되어 과제를 수행했다.

나주시가 속해 있는 전라남도는 치매관리와 관련한 리빙랩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나주시 리빙랩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에도 이미 인근 지역인 장성군에서는 노인 치매환자를 관리하는 리빙랩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치매 안심마을 서비스 개발 관련 리빙랩 진행과정 ⓒ 한국리빙랩네트워크

지난 2018년 장성군 주민들은 ‘스스로 해결단’이라는 리빙랩 연구팀을 조직해서 독거노인 및 치매환자의 가정에 일명 ‘안심지키미 박스’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장성군이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6.8%로서, 생산 가능 인구 100명 당 노인이 무려 43.5명이나 되는 심각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급하는 안심지키미 박스에는 온도와 습도는 물론 화재 감지도 가능하며, 긴급상황 버튼과 LED 시계 등이 내장되어 있어서 독거노인과 치매환자들이 비상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연구팀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인 비콘(beacon)을 내장한 웨어러블 기기도 보급해 노인들의 위치를 수시로 파악하고 심박 체크도 가능하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만약 노인이나 환자 중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웨어러블 기기가 마을 이장과 복지업무 담당자, 그리고 타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전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 달 동안 인터넷 서비스와 설루션 프로그램 개발 성과

나주시의 '함께하는 치매 안심 리빙랩'은 사업단이 지역 기관과 공동으로 치매 노인의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을 위해 ICT를 활용하여 해결책을 제시한 프로그램이다. 리빙랩 활동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비록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ICT를 활용한 치매관리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리빙투게더팀의 경우 치매노인의 상태와 여가 생활 방식 등을 조사하여 다른 연구팀과 치매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다. 특히 배회 및 실종 문제 개선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나 책임은 “목걸이 형태의 음성인식 배회 설루션 디바이스나 스마트 TV 형태의 여가 설루션 등은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이런 아이디어와 실천들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및 마을공동체 기반의 치매노인 돌봄서비스인 ‘치매 안심마을’을 개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치매 안심마을 서비스는 PC 기반의 포털 사이트와 모바일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물론 치매노인이 배회하거나 실종되었을 때 이를 빠르게 확인하여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기능 등이 마련되어 있다.

치매 안심마을 서비스의 포털과 애플리케이션 ⓒ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반면에 리빙랩의 또 다른 연구팀인 안심e팀은 치매환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활동 기간 동안 치매 안심 설루션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는 박수를 통해 DDR 게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나 책임은 “리빙랩은 현장 중심으로 R&D가 이루어지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가 바로 반영된다는 점이 가장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강조하며 “예를 들어 목걸이 형태의 음성인식 배회 설루션 디바이스도 처음에는 손목에 차는 형태로 개발되다가 활동하는 데 있어 걸리적거린다는 지적이 나와서 디자인이 개선됐다”라고 밝혔다.

나 책임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디어 도출부터 제품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볼 때 리빙랩은 다른 R&D 방식보다도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시니어리빙랩에서 개발한 ‘자동 기립형 비데’는 개발 당시 60~70대 노인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비데 기능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노인들이 사용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데에 승하강 리프트 기능을 추가하여 볼일을 마치고 나면 비데 안쪽이 서서히 올라와 다리 힘이 부족한 노인들도 쉽게 일어서도록 한 것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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