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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9

“축구의 세계는 물리법칙의 연속” 이인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표면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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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끝난 유로 2004는 한 달 동안 유럽 대륙을 축제로 물들였다. 축구의 변방에 머물러있던 그리스는 가뜩이나 아테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자국 팀이 우승하자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또 축구의 매력은 유럽 축구의 잔치로 불리는 유로 2004의 열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특히, 2002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느끼고 싶은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도 밤을 꼬박 새워서 유로 2004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표준과학연구원의 이인호 박사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최근에 새벽 시간대에 중계되는 유로 2004 경기를 보느라 낮에 피곤해서 혼났습니다. 직업상 응집물질 이론의 연구가 주된 업무이지만 저는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매주 한 두 번은 실제로 운동장에서 공을 찹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물리학자이면서도 축구 마니아다. 지난 2002한/일 월드컵이 열릴 당시에 그는 축구경기에서 일어나는 공의 물리적 움직임을 엄밀한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는 글을 ‘축구공 궤적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물리학회지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기고한 바 있다.


이 박사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축구와 물리학은 매우 동떨어져 보이지만 사실상 축구가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운동이면서도 선수 훈련과정이나 관리 측면에서 더 없이 물리를 포함한 과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반인들도 과학적인 지식을 갖고 축구경기를 보면 훨씬 더 재미있으며 축구 지도자들 역시 선수 지도 시에 과학적 분석을 적용하면 매우 놀라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나나킥의 신비는 마그누스 효과 탓


이인호 박사는 “축구공이 움직이면서 보여주는 모든 현상이 물리 법칙의 적용 대상이다”며 “각 항목들을 분석해서 의미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즉, 축구공이 얼마의 각도로 찰 때 가장 멀리 날아갈까? 어떠한 축구공 표면 상태가 공격수들에게 더 유리할까?, PK를 찰 때 골키퍼가 먼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가? 등 축구에서 보이는 모든 물리현상에 이론을 적용할 수 있지만 그 현상을 정확히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박사는 축구를 물리이론으로 설명하기 위해 과거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성공시킨 바나나킥의 예를 들었다. 지난 1997년 6월 브라질과 프랑스의 프레월드컵 당시 브라질 국가대표 카를로스가 해낸 이 바나나킥 장면은 웬만한 축구 팬이라면 기억할 정도로 그 골인 장면은 놀랍고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단순히 브라질 대표선수이자 세계적 스타플레이어인 카를로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 이론을 연구하는 이 박사는 그 공의 궤적에 주목한다. 이 박사에 따르면 선수가 축구공을 찬 다음에 축구공이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축구공 주변에는 공기 소용돌이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즉, 공은 초기에 직진상태로 날아가는 데 이 때는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 때의 공기흐름이 바로 ‘난류(turbulence)'이다. 이에 비해 공기흐름이 매끄럽고 얇은 층을 이룰 때의 공기흐름을 ’층류(laminar flow)'라고 한다. 공은 난류영역에서 스핀이 있다 하더라도 크게 휘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선수가 멋진 바나나킥을 성공시키려면 직진하도록 강하게 공을 차면서 공에 회전을 도입해야 한다. 즉, 공이 난류 영역 내에서 충분히 직진한 다음 층류 영역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층류 영역으로 들어온 공은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서 공의 궤적이 휘어진다. 일반적으로, 바나나킥이라 불리는 공의 궤적은 강한 직진 속도와 함께 많은 회전이 먹힌 것이다. 168cm의 작은 키에도 불구, 허벅지의 둘레가 보통사람의 두 배에 달하는 카를로스는 강한 킥력과 브라질 선수 특유의 정교한 기술로 그러한 멋진 바나나킥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리이론을 축구에 응용하면 효과 커


이 박사는 “공격선수들이 볼을 무조건 강하게 찬다고 해서 골을 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는 정확한 임팩트의 확률이 얼마인가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물리학에 기반을 둔 축구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선수가 의식적으로 너무 발에 힘을 주려고 하다가 보면 축구공을 제대로 못 차는 경우가 생기고 축구 경기 중에 선수는 매우 긴박하고 체력적으로 버거운 상황으로 인해 정확한 자세를 잡기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다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공격선수는 강하게 차는 것보다 골키퍼가 다다를 수 없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시키는 것이 골을 넣는 데 유리합니다. 이는 골키퍼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강하게 볼을 킥해서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는 시간적 한계 영역으로 몰아버리는 것입니다. 2002한/일 월드컵 당시 폴란드와의 첫경기에서 유상철 선수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상황이 여기에 해당됩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항상 강한 킥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골프공처럼 표면에 홈을 만든 축구공을 제시했다. 즉, 축구공이 멀리 날아가려면 공은 회전하면서도 난류영역에서 오래 직진해야 하는 데 그러려면 선수가 매우 강하고 정확하게 찰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카를로스와 같은 신체적 특징을 가진 몇 명의 선수에 국한된다. 국가대표팀의 유상철(128km/h)과 안정환(125km/h) 선수도 카를로스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 박사에 따르면 선수가 강하게 차지 않아도 축구공 주변의 공기흐름을 난류 영역 속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즉, 습도가 낮을수록, 공이 작을수록, 공의 표면이 거칠 을 수록 축구공 주변의 공기흐름은 난류 영역 속으로 쉽게 유도된다. 그 중에서 축구공의 표면을 거칠게 하기 위해 골프공처럼 여러 개의 홈을 파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그는 “골프공에 있는 표면의 홈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 것인 데 축구공도 이와 비슷하게 표면에 홈을 만들면 선수들이 보다 쉽게 멀리 공을 날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외국에 비해 킥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축구공의 표면에 홈을 만들면 카를로스의 바나나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이론일 뿐이다.


최근에 유럽은 공격선수는 경기당 몇 회의 돌파를 했는가?, 한 팀의 세트 피스 당 득점률은 얼마인가? 등 선수들의 운동경기 수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시키는 물리통계학을 축구발전에 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리학자인 이인호 박사 역시 “우리나라도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면 팀 전술을 극대화시키는 전술 개발에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이론과 실현은 경험과 물리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고 말했다.


/조행만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4-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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