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고귀한 맛 사라지나

상업적 연구로 고유의 맛 실종

트리니다드섬에 있는 서인도제도대학교(University of the West Indies)의 식품공학자이면서 생물학자인 다린 수카(Darin Sukha) 박사는 카카오나무 전문가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카카오나무를 살펴보는 일이다. 나무에서 건강한 잎과 바싹 마른 잎을 떼어내 가루로 만든 후 어떤 맛과 냄새가 나는지 비교해 초콜릿 제조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수카 박사는 “건강한 잎은 야채에서 나는 냄새를 풍기고, 바싹 마른 잎에서는 묶은 건초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이 미묘한 냄새의 차이가 카카오나무에서 나는 씨앗인 카카오콩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근 초콜릿에 인공 맛과 향이 대거 투입되고, 유전공학으로  원료인 카카오콩 발효과정에 변화가 가해지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Wikipedia

최근 초콜릿에 인공 맛과 향이 대거 투입되고, 유전공학으로 원료인 카카오콩 발효과정에 변화가 가해지면서 카카오콩 본래의 풍미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Wikipedia

“카카오의 놀라운 맛 사라지고 있어”

코코아라고도 하는 카카오(cacao)는 아메리카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다. 줄기는 두껍고 높이가 12m에 달한다. 잎은 긴 타원 모양이며 가죽질이고 끝이 뾰족하지만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수카 박사는 평생을 카카오나무 연구에 바친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31일 ‘스미소니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초콜릿은 좋은 음악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아름다운 것이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카카오나무 안에 있는 고귀한 성분이 초콜릿으로 재탄생한다”고 전했다.

이 맛으로 인해 고대 마야인과 아즈텍인들은 카카오콩을 신들의 음식으로 여겼다.

마야인의 유적을 보면 카카오나무나 카카오열매, 그리고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 음료가 그들이 섬기던 신들과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즈텍인 역시 카카오나무를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신들의 음식으로 생각할 만큼 신비한 맛과 함께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다양한 효능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카 박사는 카카오콩에서 나오는 풍미를 매우 정교하게 분석해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초콜릿 업체들이 원료를 구매하면서 그의 조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그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기는 매우 힘들다. 이유는 풍미가 변질된 초콜릿 제품 때문이다.

수카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케이크와 같은 당과 제품(confection)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순수한 카카오콩 맛을 분별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인기 있는 초콜릿 제품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소비자들 입맛에 맞는 인공적인 맛과 향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수카 박사는 그의 저서 ‘Bread, Wine, Chocolate: The Slow Loss of Foods We Love’을 통해 특히 제조업체들에 의해 초콜릿의 놀라운 맛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해 크게 개탄하고 있는 중이다.

유전공학으로 카카오콩 유전자편집도  

수카 박사에  따르면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콩은 사람이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풍미의 종합판이다. 구운 헤이즐넛에서부터 달콤한 체리, 풋사과 등의 다양한 맛을 모두 합친 것 같은 놀라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가장 좋은 초콜릿은 이 놀라운 풍미를 모두 살린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 맛과 향, 입안에서의 촉감과 함께 카카오가 지닌 약효까지 들어가 있어 중남미 원주민들이 믿었던 것처럼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을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현실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마케팅에 집중된 초콜릿 생산으로 인공 맛과 향이 가미되고, 보존해야할 풍미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유전학자들로 구성된 한 연구팀이 다양한 카카오콩을 대상으로 유전자분석을 실시했다. 그리고 전체 카카오콩에 들어있는 풍미에 따라 카카오콩을 10가지로 분류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카카오콩을 겉모습과 열매의 풍미 두 가지 속성에 따라 분류해왔다. 사람이 3600년 전 카카오나무를 재배한 이후 처음으로 과학적인 방식에 의해 상세한 분류가 이루어졌다.

한편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지나친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콩을 초콜릿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발효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남미 원주민들은 다양한 발효를 위해 카카오콩 위에 바나나 잎을 덮어놓거나 황마로 만든 자루, 혹은 마무 박스, 버들가지 소쿠리 등에 넣어 보통 3~8일 간의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 과정을 거쳐 카카오콩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구조가 방향족 화합물(aroma compounds)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수카 박사는 “이 과정이야말로 새로운 아기가 탄생하는 것 같은 생명현상의 위대한 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년 간 과학자들은 이 발효과정을 통해 창출되는 놀라운 풍미가 카카오콩 유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유전자편집 기술을 통해 이 발효과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수카 박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초콜릿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유전자편집을 통해 가장 많은 초콜릿 고객층인 청소년 입맛에 맞는 초콜릿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수카 박사는 “그러나 이처럼 유전자가 변화된 카카오콩을 사용할 경우 카카오콩의 고유한 맛을 계속 보존해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서인도제도 대학교 카카오연구센터에서는 종 보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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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류숙영 2018년 10월 31일5:34 오후

    재미 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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