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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4-07-01

초거대 망원경의 탄생 알리는 '첫삽' 유럽우주국 주도로 칠레에 E-ELT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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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천체 망원경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광학 망원경의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럽 국가들의 우주국 역할을 맡고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E-ELT(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SO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칠레의 아마조네스산 정상에서 E-ELT의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을 시작했다. 이 망원경이 완공되는 시점인 2020년경에는 현재의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5배나 더 선명한 천체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ELT 의 상상도 ⓒ ESO
E-ELT 의 상상도 ⓒ ESO

세계 최대 규모의 광학 망원경이 될 E-ELT

E-ELT는 반사경 지름이 39.3미터에 달하는 초거대 천체 망원경이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반사경의 지름을 42미터로 설계했으나, 그 동안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39.3미터로 변경됐다. 그래도 현존하는 최대 망원경의 지름보다 네 배나 크다.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E-ELT 반사경의 크기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하나의 거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광학 기술로 제작이 가능한 반사경의 최대 크기는 8미터 급 정도다. 따라서 이 망원경은 1.4미터 크기의 비교적 작은 반사경 800개를 붙여서 한 개의 큰 반사경을 만드는 ‘벌집’ 방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렇게 제작되는 반사경의 전체 면적은 무려 978평방미터에 달한다. 반사경의 면적은 넓으면 넓을수록 빛을 모으는 공간도 커지게 된다. 그만큼 더 강력한 성능의 망원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E-ELT 의 반사경의 모식도. 800개의 작은 육각형 거울이 하나의 큰 거울을 만든다   ⓒ ESO
E-ELT 의 반사경의 모식도. 800개의 작은 육각형 거울이 하나의 큰 거울을 만든다 ⓒ ESO

ESO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E-ELT 사람 눈의 1억 배 이상, 그리고 허블 망원경보다는 15배 이상의 빛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구와 인접한 외계 행성의 경우는 직접적인 이미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목성이나 토성 등 태양계의 행성들도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관측할 수 있다. 때문에, 천문학계는 과거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관측했던 행성에 대한 지식이 E-ELT를 통해 획기적으로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E-ELT는 블랙홀과 은하계, 그리고 우주의 암흑물질 등 미지의 대상을 탐구하는 천문학의 핵심 기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태양계 밖 행성의 대기 중에 포함된 물이나 이산화탄소, 산소 분자 등의 존재를 찾아내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망원경은 분광법을 이용해 행성 표면에서 식물의 흔적을 찾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게리 길모어(Gary Gilmore)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E-ELT가 인류가 궁금해 하는 미지의 우주를 알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기의 왜곡 현상을 줄여주는 기술이 거대화 촉발시켜

20세기 들어 주요 국가들은 천체 망원경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동안 경쟁했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한 반사경을 만들어도, 공기의 방해로 더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런 경쟁은 사라졌다.

하지만 적응제어 광학(Adaptive Optics)과 능동제어 광학(Active Optics)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공기의 왜곡현상을 교정할 수 있게 됐다. 이들 기술로 지상의 천체 망원경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기의 흐름이 주는 제약을 대부분 극복하게 되면서 다시 거대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적응제어 광학은 대기의 난류를 완화하고 망원경의 시야를 개선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능동제어 광학은 렌즈의 형태를 제어하고, 중력이나 온도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일그러짐(distortion)현상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기술은 반사경을 여러 조각들로 만들 수 있게도 해준다.

E-ELT에도 적응제어와 능동제어 광학 기술이 적용된다. 그러나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ESO는 건설 부지부터 까다롭게 검토했다. 구름이 잘 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하늘이 맑고 공기 밀도가 낮은 지역을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수십 차례의 답사 끝에 결국 해발 3,060미터에 위치한 칠레의 고산지대 ‘세로 아마조네스(Cerro Armazones)’ 지역에 건설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E-ELT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ESO 관계자의 말을 빌면 이 지역의 높이도 높이지만, 천체망원경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앞으로 쉽지 않은 공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ELT가 건설될 칠레의 아마조네스산 정상
E-ELT가 건설될 칠레의 아마조네스산 정상 ⓒ ESO

ESO가 밝힌 E-ELT의 규모를 살펴보면 망원경 자체 부분의 무게만 2,700톤에 달하고, 덮개 역할을 하는 거대한 돔의 넓이는 축구장의 절반만한 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총 공사비는 10억 유로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ESO 관계자는 “E-ELT 크기의 구조물을 산꼭대기에 건설하기 위해서는 일단 산 정상을 평평하게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최근 첫 발파작업을 통해 5,000입방미터의 암석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산을 깍는다라는 말처럼 완성 때까지 총 22만 입방미터의 암석을 제거해 300미터×150미터 크기의 부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과거 ESO가 E-ELT에 사용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무려 100미터 급 반사경을 가진 광학 망원경도 개발을 검토했다는 사실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OWL(Over Whelmingly Large telescope)로서, 한마디로 E-ELT의 대형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100미터 급 초대형 망원경 프로젝트는 실현되기에는 너무 엄청난 건설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 됐고, 또한 설계상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면서 검토 단계에서 반려됐다. 결국 ESO는 E-ELT에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편 미국도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을 비롯하여 다른 초거대 망원경을 계획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것은 TMT(Thirty Meter Telescope)로서 글자 그대로 반사경 지름이 30미터 급 망원경이라는 뜻으로서, 하와이의 마우나케아 고원에 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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