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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6

체세포 핵치환을 통한 동물 복제의 역사 김정화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 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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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소사] 1996년 7월 영국 에든버러에 위치한 로슬린 연구소에서 양 한마리가 태어났다. 이 양은 이안 윌머트 박사가 1997년 2월 「네이처」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됐는데, 곧바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동물인 된 복제양 ‘돌리’다.


돌리 전에도 복제 동물은 여럿 탄생해 있었다. 1938년 독일의 한스 스페만은 초기 배 단계 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하는 ‘핵이식 방법’을 제안해 동물 복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1952년 미국의 로버트 브릭스와 토머스 킹은 개구리의 수정란 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올챙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1981년 미국의 칼 일멘제와 피터 호페는 생쥐를, 1986년 영국의 스틴 윌라드센은 면양을, 1987년 미국의 프래터는 소를 같은 방식으로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수정란을 이용하는 ‘생식세포 복제’는 인위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반면 돌리에 사용된 ‘체세포 복제’는 이미 성장이 끝난 성체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켜 개체를 복제하는 방법이다. 체세포 하나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지닌 개체를 만들어내는 차원이 전혀 다른 방법인 것이다.


우리나라 세계 5번째로 성공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난 세계 최초의 포유동물인 돌리를 만드는데 윌머트 박사는 양의 유선세포를 이용했다. 가슴이 크기로 유명한 미국의 여배우 돌리 파튼에서 따와 돌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돌리의 탄생은 동물 복제 역사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신기원이었다.


양에 이어 복제된 동물은 소와 쥐였다. 1998년 7월 일본 긴키대 쓰노다 유키오 박사팀은 소의 난관 및 자궁세포를 이용해 소를 최초로 복제하는데 성공해 그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같은 해 뉴질랜드의 웰스 박사팀도 소의 과립막세포를 이용해 소를 복제했다. 한편 같은 7월 미국 하와이대의 류조 야나기마치 박사팀은 쥐의 난구세포를 이용해 쥐를 복제하는데 성공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1999년 2월 12일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세계에서 5번째로 체세포 복제된 포유동물이 태어났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젖소를 복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복제 젖소에는 한국의 과학기술이 영롱히 빛나라는 뜻에서 ‘영롱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젖소의 자궁 및 귀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영롱이는 난자의 파손을 최소화시키면서 핵을 짜내 제거하는 ‘스퀴징 방법’이 처음 적용돼 복제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의미도 지닌다. 황 교수팀은 같은 해 4월 27일에는 복제 한우를 처음 선보였다. 보통 소에 비해 체중이 더 나가고, 번식력이 뛰어나며, 병에도 강한 한우를 복제한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남긴 황진이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소가 되라는 뜻으로 ‘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생식 능력 없는 노새까지 복제

2000년 3월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PPL 세러퓨틱스사의 연구팀은 돼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인체에 장기를 이식해도 부작용이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로부터 다섯마리의 복제 돼지가 탄생했는데, 밀레니엄에서 딴 ‘밀리’, 심장이식 수술을 최초로 한 크리스천에서 딴 ‘크리스타’, 이식수술을 개척한 알렉시스 캐럴에서 딴 ‘알렉시스’와 ‘캐럴’, 인터넷을 반영한 ‘닷컴’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6월에는 중국 서북농림과학기술대학 장융 교수팀이 복제 염소를 최초로 선보였다. 그러나 ‘위앤 위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복제 염소는 폐의 발육 결함으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다 36시간 만에 사망했다.


2001년 1월 미국 생명공학회사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는 멸종위기 동물인 가우어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8년 전에 죽은 가우어의 피부세포를 젖소 난자에 집어넣어 복제한, 서로 다른 이종간 복제의 첫 성공사례였다. 복제 가우어는 노아의 방주에서 따 ‘노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질 감염 때문에 48시간 만에 사망했다.


2002년 2월에는 미국 텍사스 A&M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 고양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해 「네이처」에 발표됐다. 시시(CC)라고 이름 붙여진 복제 고양이의 탄생에는 한국인 과학자 신태영 박사가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3월에는 프랑스 농학연구소(INRA) 장 폴 르나르 박사팀이 복제 토끼를 만드는데 성공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2003년 5월 미국 아이다호대의 고든 우즈 박사팀은 생식 능력이 없는 노새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아이다호 젬’이라 이름이 붙여진 복제 노새는 노새경주 챔피언을 복제한 것이었다. 한편 8월에는 이탈리아 스파란트니 축산연구소의 체잘레 갈 리 박사팀이 말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목적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

지금까지 인간은 다양한 목적으로 여러 동물들을 복제해 왔다. 최초로 복제된 동물인 양은 양털과 고기, 젖을 제공하여 서양에서는 아주 중요한 가축이다. 소 역시 고기와 젖을 제공하여 동양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축이다. 좋은 품종의 양과 소를 복제하는 일은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쥐는 실험실에서 질병 연구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동물이다. 돼지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어 면역 거부반응만 해결하면 부족한 인체 장기의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우어의 경우는 복제가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양이 복제는 가족같이 지내는 애완동물이 죽을 경우에 복제하려는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토끼는 젖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유용하다. 노새나 말의 경우는 경주마 등 명마의 대량복제를 통해 산업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인간에게 유용한 다양한 동물을 복제하기 위해 치열한 연구를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동물 복제 분야에서 세계 최선두권에 진입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씌어질 동물 복제의 역사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2004-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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