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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6-26

체내 수분 흡수해서 모기를 죽인다? 다공성 돌가루로 코팅…유충 죽이는 미생물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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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모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관계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들까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모기의 기세는 해가 갈수록 더 맹렬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존 화학살충제에 모기가 내성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천연 물질 기반의 살충제를 만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팅제인 이머가드WP가 모기 다리에 뒤덮여 있는 모습 ⓒ NC State Univ.

모기 신체를 코팅하여 수분 흡수해 사멸

모기가 원인이 되는 전염병 중에 사람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질병은 말라리아다.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들의 숫자만 매년 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모기들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전염병으로 여겨졌던 말라리아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모기가 내성을 갖지 않도록 하면서도 퇴치하거나 사멸시키는 것은 전 세계 과학자들의 숙제였는데, 최근 들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연구진이 이와 관련하여 효과적인 살충제를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연구진이 개발한 모기 살충제는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된 ‘이머가드(Imergard) WP’다. 살충제라고는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코팅제다. 분사된 물질이 모기의 몸에 붙어 코팅이 되는 것이다.

코팅만으로 어떻게 모기를 죽일 수 있을까. 비밀은 ‘이머가드WP’의 주성분인 펄라이트 (perlite)에 숨어있다. 펄라이트는 화산 작용으로 생긴 화산암을 고온으로 가열하여 만든 인공토양을 가리킨다.

펄라이트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가열로 인해 소독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무균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주로 식물 재배나 건축 자재로 사용된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다공성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펄라이트 알갱이는 자신의 무게에 비해 약 3~4배에 달하는 수분을 머금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진은 바로 이 물성을 이용하여 모기 살충제를 개발했다. 분사하여 펄라이트 알갱이가 모기 몸에 붙을 경우, 수분을 흡수해서 모기를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코팅제의 주요 성분인 펄라이트는 다공성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 icibs.org

실제로 현장 테스트를 통해 이머가드WP의 살충 능력을 파악해 본 결과, 이머가드WP는 5개월간 80% 이상의 살충 능력을 보여줬고, 6개월이 지나도 78% 정도의 살충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화학살충제들은 5개월 동안 40% 정도의 살충력을 보여줬을 뿐이며, 그나마 6개월 째 부터는 25%까지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머가드WP를 상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인 이메리스(Imerys)의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 대표는 “이머가드WP의 장점은 화학적 살충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펄라이트는 단순히 모기의 체내 수분을 흡수하여 말라 죽이는 원리이기 때문에 내성이 생길 수 없어서 지속가능한 살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가 내릴 때는 코팅이 벗겨져 모기를 죽일 수 없다거나, 미세먼지가 다공질의 펄라이트 구멍을 막아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등의 단점도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생물 살충제는 유충 죽여 보다 근본적

이머가드WP가 다공질 돌가루 성분의 강한 흡수력으로 모기를 말려 죽인다면, 미생물인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는 모기의 유충을 죽인다.

미생물을 살충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 같은 어류나 곤충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BTI는 자신의 단백질을 사용하여 선별적으로 모기 유충을 비롯한 해충들의 유충을 죽이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들 미생물의 단백질은 사람이나 동물의 위에서는 활성화되지 않는 대신, 모기나 흑파리 유충의 상피세모 수용체에만 결합하여 활성화되면서 위장에 구멍을 뚫어 사멸시킨다.

미생물인 BTI가 모기 유충에 침투하고 있다 ⓒ researchgate

다시 말해 BTI는 살충 효능을 갖고 있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는 대상인 해충들에만 작용하는 선택적인 살충제로서, 사람은 물론 포유류와 조류, 그리고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수서 생물들에게는 독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BTI는 물에 들어가면 빠르게 확산된다. 빠른 수중 확산성을 통해 모기 유충이 BTI를 섭취하고 나면 5분 정도가 지나면서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면 사멸하기 시작하고,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이내에는 전멸하게 되는 뛰어나 효능을 자랑한다.

미국 및 OECD 국가들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에 무해하며 인체에 안전한 BTI를 통해 모기를 방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인정한 선진형 모기 방제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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