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은 84.4%가 기업을 세운 창업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으며,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은 불과 10.1%(2017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은 제조업이나 과학 및 교육 관련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는데, 기술이전의 주체 중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의 비중은 3% 내외로서 기술 창업을 위한 기술 공급 비율은 더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8일 연세대에서 개최된 ‘2019 산·학·연 협력 포럼’에서 발표됐다. 서울시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공공기술 창업을 통해 극복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기술사업화의 모델인 신기술 창업과 기술이전
‘공공기술 창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배정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기술이전이나 기술 창업과 같은 연구성과를 활용한 사업화 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COMPA)의 전신(前身)은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이다. 지난해 기관명이 변경되면서, 일자리 창출 및 연구 기능이 강화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R&D 사업 성과의 활용 및 확산 지원은 물론, 연구산업 활성화를 통해 실험실 창업 및 R&D 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배 원장은 기술사업화에 대해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더 나아가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실험실 창업과 같은 ‘신기술 창업’이나 보유기술을 양도하는 ‘기술이전’ 등이 대표적 형태”라고 소개했다.
기술사업화와 관련하여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최근 두 가지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공사업화 및 창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과 초기 단계 실험실 창업기업 6곳에 투자유치를 독려하는 ‘투자 데모데이’를 개최한 것.
UNIST와 맺은 업무협약의 출발은 양 기관이 추진 협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시작됐다. 협의체는 UNIST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창업자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공 연구 성과의 기술사업화 매칭을 위한 기술교류회 및 창업 상담 등을 주관할 예정이다.
운영은 공동으로 진행하지만 기관별 업무 분장은 조금씩 다르다. UNIST는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0대 연구 브랜드 육성 사업의 성과를 일자리로 창출하는 일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이들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것이다.
반면에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이들 연구 브랜드 사업과 연계된 창업이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와 공공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UNIST와 맺은 업무협약이 장기적 프로젝트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 주최한 ‘투자 데모데이’는 당장 필요한 자금을 수혈해 주기 위해 마련된 단기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열렸던 데모데이에서는 공공기술을 활용한 초기 단계의 실험실 창업기업 6곳이 벤처캐피털들에게 투자 받기 위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 바 있다. 그 결과 이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한 7개 투자 기관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공공기술 창업 활성화 핵심 전략은 플랫폼
공공기술 창업 활성화 방향의 전략으로 배 원장은 △전문성 있는 예비창업자 발굴 및 육성 △창업 혁신주체 간 상호 협력체계 구축 △신속한 신제품·서비스 적용을 위한 기술 흐름 강화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 육성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 ‘전문성 있는 예비창업자 발굴 및 육성 창업 전략’에 대해 배 원장은 “고경력 창업 전문가의 발굴 및 확보가 가장 절실하다”라고 강조하며 “민간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했거나 고경력의 과학인 등은 전문성 있는 예비창업자 발굴에 도움을 주고 때로는 직접 창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중심의 기술 창업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창업 혁신주체 간 상호 협력체계 구축 전략’은 죽음의 계곡 극복을 위한 상호 간의 협력이라는 것이 배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막 태어난 실험실 창업 기업은 제품 개발이라는 핵심 기능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연구개발 과정을 기능별로 나누고, 각 부문을 전문적으로 수행하여 혁신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그 비용을 낮춰 주는 혁신 생태계가 절실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핵심 지원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배 원장은 “진흥원만의 장점을 가진 기술 창업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익모델 발굴부터 시작하여 우수한 창업기업 육성 및 이들을 투자자로 연결해 주는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가 구축한 플랫폼에서 일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플랫폼 기술과 신시장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여 창업 및 기술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창업자 발굴 육성체계를 구축하는 조종자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배 원장은 “기술 사업화 영역에서는 더 과감한 `권한조정(power shift)`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신기술 사업화에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 과정을 전략적으로 이끌어가는 사업화 전문가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연구원은 개발 결과를 책임지고, 사업화는 해당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수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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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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