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분야에도 활용되는 생체모방 기술

방수코팅 및 해수담수화 시스템에 응용…군사 용도로도 적용

잡초처럼 아무리 하찮은 미물(微物)일지라도 배울만한 점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생체모방(biomimetics) 기술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출발했다.

생체모방이란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행착오와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생명체들을 모방하거나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고자는 취지로 탄생된 기술이다. 그동안에는 이 같은 생체모방 기술이 벨크로(velcro) 같은 생활용품 제작에 주로 활용됐다.

찍찍이로 알려진 벨크로는 식물인 도꼬마리를 모방한 제품이다 ⓒ psu.edu

그런데 최근 들어 생체모방 기술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방수 코팅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곤충 표피의 나노 구조나 해수담수화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식물의 여과막 구조 등을 꼽을 수 있다.

표면에 난 돌기를 모방하여 방수 코팅 기술 개발

방수 코팅하면 떠오르는 식물이 있다. 바로 연잎이다. 연잎은 아무리 빗발이 거세도 빗방울을 그대로 튕겨내고, 잎 위에 고인 빗물은 고스란히 흘려버리는 용한 재주를 갖고 있다.

이를 ‘연잎효과(Lotus effect)’라고 부르는데,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연잎에 무수히 나있는 미세한 돌기와 연잎 표면을 코팅하고 있는 일종의 왁스 성분 때문이다.

연잎의 표면을 보면 마치 기름종이처럼 매끈하다고 느껴지지만, 이를 현미경으로 보면 아주 미세한 돌기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돌기에 물을 떨어뜨리면 퍼지지 않고 방울 형태로 맺히게 되는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액체가 최소의 표면적을 유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수축하는 힘인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연잎효과를 응용하여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면 칠을 해도 벽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은 방수 페인트나 비가 와도 자동차 유리에서 퍼지지 않는 코팅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곤충의 외골격은 뛰어난 방수 코팅 기능을 갖고 있다 ⓒ biomimicry.com

연잎효과처럼 물에 젖지 않는 방수 코팅 기능은 곤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곤충 같은 절지동물의 외골격은 뛰어난 방수 코팅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 같은 곤충의 방수 코팅 기능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 주목을 끌고 있다.

미 펜실베니아주립대의 ‘린 왕(Lin Wang)’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곤충의 외골격 표면에 형성되어 있는 나노(nano) 크기의 작은 돌기들이 방수 코팅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돌기가 방수 코팅 효과를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연잎 표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특히 돌기들은 공기층을 보존해 물에 대한 방수 능력은 물론이고 공기 역학도 좋게 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나노 크기의 돌기 구조를 안면 보호구 등에 활용하면 환자의 침이 달라붙는 대신 흘러내리거나 튕겨 나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새 비행을 모방한 초소형 비행체로 정찰 기능 강화

생체모방 기술이 첨단 분야에 적용되고 또 다른 사례로는 포스텍(POSTECH) 연구진이 개발 중인 저비용 고효율 해수담수화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기술은 물 부족에 시달릴 미래의 인류를 위해 반드시 개발해야 할 첨단 분야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담수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해서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데 있어 소요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아무래도 보급 확대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포스텍 연구진이 개발 중인 해수담수화 시스템은 아열대 지역 해안가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mangrove) 뿌리의 메커니즘을 모방했다. 염생식물(halophyte)인 맹그로브의 뿌리는 나트륨 이온을 여과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의 약 90%를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생식물이란 바닷가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염분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살 수 없지만, 염생식물들은 뛰어난 여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서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맹그로브 뿌리를 모방한 필터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기존의 해수담수화 시스템과 유사한 96.5%의 염분 제거 성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맹그로브 뿌리의 멤브레인이 나트륨 이온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 뿌리를 모방한 해수담수화 여과막은 제작 과정이 간단하다. 특히 소규모의 설비로도 작동이 가능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포스텍 측의 설명이다.

벌새 정지비행을 모방한 DARPA의 벌새 로봇 ⓒ DARPA

한편 새 중에서도 가장 작은 몸체를 가진 벌새를 모방한 초소형 비행체도 생체모방 기술를 활용하고 있다. 벌새는 독특한 어깨 근육과 날개 구조를 갖고 있어서 효율적인 비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벌새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초소형 비행체는 미 국방성 산하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하고 있다. ‘허밍봇(hummingbot)’이라는 이름의 초소형 비행체는 벌새만이 가진 독특한 날갯짓인 ‘정지비행’을 그대로 모방했다.

또한 공중에서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무게도 10g 미만의 초소형이어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눈에 띄지 않게 적진을 탐색할 수 있다. 특히 군사 용도 외에 무너진 빌딩에 갇힌 사람을 찾거나, 범죄자 수색 등 재난 및 수사 등 다양한 용도로도 허밍봇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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