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주관하고, 현대-기아차가 후원하는 노벨상수상자 강연시리즈 9번째 주인공은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로스 박사(Prof. David J. Gross)였다. 강연회는 ‘물리학 근본에 다가올 혁명(The Coming Revolutions in Fundamental Physics)’이라는 제목으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그리고 동일하게 고려대도 개교 100주년인 것으로 안다. 이렇게 초대받아 감사하다"며 그로스 박사는 입을 열었다.
자서전에서 ‘자연의 비밀을 찾으며 보내는 인생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나를 신나게 했다’는 13살 소년의 고백은 64세의 그로스 박사에게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자연의 비밀을 찾고 있었고, 이날 강연도 자연의 비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끈 이론’, 물리학 근본에 다가올 혁명
그가 강연에 공을 들인 부분은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양자색역학(QCD : Quantum Chromodynamics)'이 아닌 ‘끈이론(String Theory)’이었다. 강연 내내 그는 유일한(unique), 아름다운(beautiful), 놀라운(marvelous) 등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끈이론을 설명했다.
자연계에는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重力), 전자들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전자기력(電磁氣力), 중성자가 붕괴될 때 작용하는 약력(弱力), 그리고 쿼크(quark) 사이에 작용하는 강력(强力)이 있다. 뉴턴은 사과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맥스웰은 전자기력을 통일된 공식으로 표현했다. 이후 아이슈타인은 중력과 전자기력처럼 전혀 다른 종류로 보이는 힘을 하나로 통합하는 이론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아인슈타인 이후, 많은 물리학자는 네 가지 상이한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하려는 ‘통일장 이론(Unified Field Theory)’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로스 박사가 끈이론에 열광하는 이유도 끈이론이 통일장 이론의 강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밝혀질 때, 박사가 말한 ‘다가올 혁명(coming revolution)'은 완성되는 것이다.
표준이론을 넘어, 통일장이론으로
그로스 박사는 원자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 단위인 쿼크(quark)가 서로 접근하면, 쿼크들 사이에 존재하는 강력(强力)이 매우 작아져서 입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점근적 자유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쿼크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수학모델로 설명한 양자색역학을 밝혀냈다. 양자색역학의 등장으로 전자기력, 약력, 핵력 3가지를 모두 동일한 ‘표준 이론(Standard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네 가지 힘을 모두 하나의 이론으로 묶어내고자 하는 물리학자의 열정은 표준이론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로스 박사는 “표준이론이 몇 가지 대답할 수 없는 의문”이 있음을 언급하고, “이것의 해답이 끈이론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양자장이론(Quantum field theory)에서 상상할 수 있는 힘은 여러 가지인데, 어떻게 그들이 나타나는지 표준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고, 표준이론에서 나타난 모든 힘의 길이와 양을 실제로 계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표준이론으로는 ‘왜(why)’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한다. 원자(10^-10), 핵(10^-14), 전자(10^-15), 쿼크(10^-18)의 단위를 초월해 10^-33을 단위로 하는 끈 이론은 끈의 진동 형태에 따라 입자의 질량을 비롯한 모든 물리적 성질들이 결정되고 우주도 이에 따라 형성된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지 37년이 되는 끈 이론은 ▲물리학의 논리를 모순 없이 확장시켰고 ▲양자중력 이론을 잘 설명했고 ▲자연을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해석하는 틀이 되었다.
그는 “끈이론이 양자 역학과 일반상대성 이론을 뒤엎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뛰어넘어 우주탄생의 빅뱅과 같은 물리학의 파라독스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끈이론이 진짜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며 이론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6년 전 나는 끈이론에 매우 부정적이었고, 이 이론은 다음 천년(next millennium)이 오기 전까지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과거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끈이론이 이번 천년(this millennium)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그것은 지금 이 자리의 젊은 물리학도에게 달려 있다“며 초끈이론의 발전과 비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 채은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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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5-09-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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