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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05-06-15

천재화가들은 과학을 그렸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KIST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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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최근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을 초청, ‘과학과 미술의 교감’ 이란 주제로 과학자들이 화가를 만나는 콜로퀴움(공동토의)을 가져 주목을 받았다. KIST에서 전문 미술인을 초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향후 과학-미술 간의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이명옥 관장의 주제강연을 요약한 내용이다. [편집자 註]


14세기 이탈리아에는 지오토라는 천재화가가 살았다. 그를 시작으로 15세기 르네상스 회화에서는 큰 혁명이 일어났다. 미술사에서 지오토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를 통해 공간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미술계를 주도해오던 비잔틴 전통의 고전 미술은 상징을 중요시하면서 공간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오토의 가장 유명한 걸작 ‘예수의 죽음을 애도함’이란 그림을 보면 초기 원근법을 활용해, 예수의 죽음을 중심에 두고 주변 인물들의 슬픔을 매우 현실감 있게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본격적인 원근법의 태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세 미술에 있어서 원근법이 구체적으로 성취된 것은 지오토 이후 화가들에 의해서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투시도법에 의한 원근법이었는데 이 기하학적 원리는 마사치오의 작품에 의해 훌륭하게 구현된다. 마사치오의 위대함은 2차원의 화면에 원근을 이용해 3차원의 공간을 구축한 데 있다.


이후 등장한 프란체스카는 철저한 기하학자이면서 화가였다. 그는 철저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대표작인 ‘그리스도의 책형’을 보면 그 그림이 얼마나 정밀한 원근법에 의해 표현됐는지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공간을 정확히 그리는 데 있어 세계적인 혁명을 가져온 인물이다. 미술사는 물론 과학사에 있어 그의 공적을 들면 한이 없겠지만 특히 미술에 있어 그가 이룬 공적으로는 다빈치 특유의 그림 윤곽이 불분명한 명암 표현을 통해 원근법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킨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 그림들은 대체적으로 형상의 윤곽이 뚜렷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 ‘모나리자’를 보면 윤곽이 뚜렷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모나리자가 살아 있는 듯한 현실감과 함께 다빈치 특유의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빈치는 빛에 의해 다양하게 시각화되는 인체의 조소적 효과를 천재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원근법에 의해 현실적인 자각이 이루어진 후 화가들은 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빛을 가장 극적으로 활용한 화가는 16세기 카라바조다. 그의 대표작인 ‘바울의 개종’을 보면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기독교적인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당시 화가들에게 있어 ‘빛’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플랑드르(북유럽) 르네상스를 일으킨 화가들은 현실을 치밀하게 관찰하여 빛이 사물을 인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간순찰’은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빛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네덜란드 화가인 베르메르 또한 그의 특유한 방식으로 빛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을 보면 그림 전체에 있어 빛의 섬세한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레이스 뜨는 여인’ 역시 빛의 입자를 표현하고 있는데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이 그림을 보고 사상 최고의 걸작이란 찬사를 했다.


빛을 표현한 화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영국에서다.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의 컨스터블은 정확한 빛의 표현을 통해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시골 풍경 중에서도 특히 구름, 대기와 같은 하늘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정확성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터너 역시 컨스터블과 같이 자연에 있어 빛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밝은 빛을 그린 컨스터블과는 달리 어두운 빛을 그리면서 자연의 숭고함을 표현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빛의 화가들의 등장은 프랑스에서 인상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네는 그의 ‘일출’이란 작품을 통해 한 순간의 빛의 파장을 화폭에 모두 담으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그의 ‘루앙성당 연작’을 보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파장을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한다.


쇠라는 빛을 더 밝고, 강렬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점묘법을 창안해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신인상파 화가로 분류되는 그의 별명은 ‘꼬마과학자’였다. 널리 알려진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아르니에르에서의 목욕’ 등을 보면 빛을 세밀하게 표현하려는 그의 강렬한 집념이 엿보인다.


후기 인상파의 대표적 인물인 세잔느는 미술사에 있어 또 다른 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빛이 일방적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대표작 ‘생 빅토와르산’을 보면 사방에서 빛이 반사되고 있다. 세잔느의 다시점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세잔느의 그림은 엉터리 그림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주장은 후에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또한 다른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입체파 화가들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입체파 화가들은 물체의 면을 분할해 모든 면을 한 화폭에 담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은 대상을 기하학적으로 해체한 후 다시 조립한 그림이다. 앞뒤가 바뀌기도 하고, 동시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면서 20세기 화단의 최대 스캔들이 됐는데 이 같은 움직임 속에는 사물을 보다 더 정확히 그리려는 화가들의 과학적 욕구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시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있어 인간이 알고 있는 시간은 정확한 시간이 아니었다. 키리코의 작품 ‘출발의 멜랑콜리’를 보면 시간과 현실(그림자)이 일치하지 않는다. 달리의 대표작 ‘기억의 고집’ 역시 흐늘흐늘한 시계를 통해 이 세상에서 인식하는 시간이 아닌 원초적인 시간을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로 들어서면서 화가들은 인간의 상식을 전면 부인하면서 새로운 주제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그리트의 ‘만유인력’, 에셔의 ‘폭포’와 ‘웅덩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에셔의 그림은 2차원, 3차원 공간은 물론 4차원 공간을 그리고 있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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