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릴레이 페어] [인터뷰] 윤용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장
지난 1992년 8월 11일. 전 국민의 시선이 이제 막 올림픽 폐막식을 올린 바르셀로나에 머물러 있을 때, 남아메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기아나에선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 준비를 마치고 비로소 창공으로 날아오른 것.
국내 과학기술사에 한 획을 그은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약 30년. 그동안 착실하게 관련 기술을 쌓아온 우리나라는 그때와 같은 장소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또 하나의 도약을 이뤄냈다.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감시위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리안위성 2B호(이하 천리안2B호)’ 발사가 그것이다.
지난 19일 발사된 천리안2B호는 향후 약 10년간 3만 5786㎞ 정지궤도에 머물며 동아시아 지역 전반의 대기와 해양을 감시·측정할 예정이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국내 인공위성 연구의 산증인인 윤용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장을 만나 천리안2B호 발사의 의의와 국내 위성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 보았다.
지난 19일 발사된 천리안2B호는 향후 약 10년간 3만 5786㎞ 정지궤도에 머물며 동아시아 지역 전반의 대기와 해양을 감시·측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천리안2B호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감시위성, 기존 한계 극복한 쾌거”
천리안2B호는 지난 2018년 발사된 ‘천리안위성 2A호(이하 천리안2A호)’의 쌍둥이 위성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같은 시기에 개발을 시작해 본체 운용을 위한 태양전지판, 전력계통 및 자세제어 장비들이 대부분 동일하다는 것이 윤 소장의 설명. 하지만 쌍둥이라고 해도 다른 점이 있듯이 천리안2A호와 천리안2B호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는 탑재체입니다. 현재 우주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천리안위성 2A호에는 기상탑재체가, 이번에 발사된 천리안2B호에는 환경탑재체와 해양탑재체라는 두 종류의 탑재체가 있습니다.”
이중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초정밀 광학관측 장비로 알려져 있는 환경탑재체다. 에어로졸,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오존 등의 대기 환경 항목 20종을 가로 8㎞, 세로 7㎞ 간격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소장은 “이로써 대기 중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성분의 분포와 움직임을 주간에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대기 측정을 위해 보통 초분광 영상(Hyperspectral Imag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물체가 빛에 반응해 내놓은 파장 정보를 세분화하여 물체를 탐지하고 그 성분을 검출하는 것이죠. 문제는 환경탑재체와 같이 영상과 스펙트럼을 동시에 얻는 초분광영상기는 한줄기 복색광을 그 파장에 따라 수 백 조각으로 나누어 탐지하므로 검출기에 다다르는 최종 신호가 너무 약하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구로부터 거리가 먼 정지궤도상에서 초분광영상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윤 소장의 설명. 그러나 그는 “최근 눈부시게 발전해온 최첨단 전자광학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감시위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이는 기존의 위성들이 가졌던 한계를 극복한 뜻깊은 성과”라고 자부했다.
윤용식 소장은 “천리안 1호 및 2A·B호 개발을 통해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음 목표는 차세대 중형 위성”이라고 밝혔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미세먼지, 사막화, 플라스틱 쓰레기 등 다양한 분야 활용”
천리안2B호의 또 다른 축인 해양탑재체 역시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탑재체에 주목하고 있지만 해양탑재체 역시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특히 해상도를 상당히 높였는데, 2010년 발사된 천리안 1호와 비교하면 4배 정도 좋아졌다고 볼 수 있죠.”
윤 소장에 의하면 그 성능은 “지표면에서 250 미터 간격에 놓인 두 개의 물체를 구분 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적조, 녹조, 해류, 해무 등의 해양 정보는 물론 육지와 인접한 바다의 오염수 이동 및 확산, 해양 폐기물 투기 지역의 생태 파악 등 정밀한 해양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궤도 정밀 오차, 데이터 전송 속도 등 많은 부분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고성능 위성”이라는 것이 윤 소장이 짚어준 천리안2B호의 위상. 그는 “이를 통해 국내의 해양 및 환경오염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수립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생활 안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천리안2B호가 가진 진정한 가치는 그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동쪽으로는 일본, 남서쪽으로는 인도네시아 북부, 북쪽으로는 몽골 남부라는 광범위한 영역을 측정할 수 있기에 동아시아 전반의 대기 및 해양 연구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이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고, 어느 쪽으로 움직이며,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좀 더 상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 운동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유류 누출 사고가 생겼을 경우 펜스를 어느 영역에 쳐야 그 활용도가 극대화되는지’ 등 다양한 분야 연구에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죠.”
천리안2B호 모형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는 윤용식 소장의 모습. 그는 “최근 눈부시게 발전해온 최첨단 전자광학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 감시위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이는 기존의 위성들이 가졌던 한계를 극복한 뜻깊은 성과”라고 자부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다음 목표는 500kg급 차세대 중형 위성”
이야기는 국내 위성 기술의 수준과 앞으로의 개발 방향으로 이어졌다.
“약 30년이라는 짧은 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비 5~7위권의 경쟁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소장의 말을 증명하듯, 추진체를 포함한 천리안2B호의 본체는 설계부터 조립, 시험까지 약 90%의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특히 위성의 비행을 총괄하는 비행소프트웨어와 지상 관제 시스템, 관측영상처리 소프트웨어 등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결과적으로 천리안 1호 및 2A·B호 개발을 통해 이제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껏 해외에 의존하고 있던 정지궤도위성 설계 및 제작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다졌다는 의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다음 목표는 차세대 중형 위성이다. 올해 발사를 목표로 2015년 3월부터 개발 중인, 500kg급 차세대 중형 위성 1호를 시작으로 하여 차세대 중형 위성 시리즈에 적용될 표준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도 보다 체계적인 위성 개발을 통해 한반도의 실시간 관측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한편, 국내 인공위성 개발 기술의 자립화와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이 당당한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242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미세먼지 중에서도 가장 입자가 작은 나노미세먼지가 허파에 깊숙이 침투해 오래 머무르면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바이오융합연구부 홍관수·박혜선 박사 연구팀은 형광 이미징이 가능한 초미세·나노미세먼지 모델입자를 제작해 생체에 주입한 뒤 최대 한 달 동안 장기별 이동 경로와 세포 수준에서의 미세먼지 축적량을 비교·분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은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정보보호 연구반(SG17) 회의에서 우리나라 주도로 개발한 표준 4건이 사전 채택됐다고 23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장재범 교수와 전기및전자공학과 윤영규 교수 연구팀이 기존보다 5배 더 많은 단백질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멀티 마커 동시 탐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한 번에 15∼20개 단백질 마커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피카소(PICASSO) 기술은 동시 탐지 기술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단백질 마커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빨리 탐지한다.
2차 발사일이 잠정적으로 6월 15일로 잡혀 있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완벽 성공'에 재도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번 주에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누리호의 발사일과 시간을 확정한다. 기상 변수 등을 고려해 발사일 전후 약 1주가 예비발사 기간으로 함께 지정될 예정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3일 우리나라 주요 산림 수종 14개의 무게를 쉽게 측정할 '입목중량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입목중량표는 나무의 키와 가슴높이의 굵기만 알면 누구나 쉽게 무게를 알 수 있도록 표로 제시한 것으로, 부피 단위인 재적표와 함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산림 경영기준표다.
양자암호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인 'TF QKD'의 실험 검증에 한국 연구진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2일 한상욱 양자정보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작년 겨울 'TF(Twin-field) 양자키 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검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달 초 양자정보학 분야의 온라인 오픈액세스 저널인 'npj Quantum Information'에 게재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석으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을 분리하는 '자성 분리 기술을 이용한 방사성 오염 토양 정화 방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방사성 오염 토양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세슘은 지름 0.002㎜ 이하의 미세한 흙입자(점토)와 강하게 결합하는데, 점토는 표면이 음전하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