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기관에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체험학습이 주를 이루고 있고 직업과 연계된 활동들도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추세다.
그 중에서도 국립서울과학관(관장 유남규)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과학수사대(CSI) 체험교실’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수사요원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우수성을 알리고 어린이의 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립서울과학관과 서울지방경찰청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현직에 있는 과학수사요원이 지도하기 때문에 현장의 사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과학수사요원이 참여한 것은 올해 7월부터다. 이전에도 CSI 체험교실이 있었지만 일반 강사가 운영해 현장감이 없었던 반면, 개편 이후에는 참가자들의 의욕과 열정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1~4학년) 학생만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현재까지 320여 명이 참가했다.
CSI 체험교실 1주차에는 과학수사 이론에 대한 강의가 이뤄진다. 이후 지문 및 족적 채취하기, 미세증거를 채취해 관찰하기, 몽타주 만들기, 숨겨진 글자 찾기 등의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4주차에 마지막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견학이다.
종이에 묻은 지문 채취하기 쉬워
지난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한 19명의 학생들은 최첨단 과학수사시스템이 갖춰진 경찰과학수사 버스의 내부를 구경했다. 이 버스에서 간단한 증거물 분석과 감정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2011년 경기도경찰청을 시작으로 각 지방에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 과학수사대가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지문, 족적, 혈액과 같은 증거물을 분석하는 경찰청 내 작업실 탐방이 이뤄졌다. 공기정화 지문현출기, 냉장 시약장, 배기 작업대 등으로 구성된 작업실은 현직 과학수사요원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재준 현장팀 경위가 액체와 분말을 이용해 지문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였다. 지문은 보통 임신 4개월째 만들어져 죽은 후에도 남는다. 따라서 증거물로 매우 유효한 역할을 하고 있어 용의자 검거의 단서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문이 잘 발견되는 곳은 의외로 종이라고 한다.
통상 지문에 있는 분비물을 조사하는데 분비물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백질 그리고 지방, 염분, 수분 등이다. 단백질을 염색시켜 열을 가하자 지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위조지폐를 만든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이 지문 채취를 통해 이뤄진다.
경찰청 과학수사대는 현장에 가서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형사가 수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자료를 기록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현장에 가면 증거가 1~2개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증거물을 채취할 때 신중하지 않거나 실수라도 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고 한다.
발 냄새도 유효한 증거
미드 열풍에 힘입어 CSI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지안(용인산양초, 1) 학생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부모님이 자동차를 도난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출동했던 것. 지문 채취 과정을 지켜본 이후 미세증거를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과학수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다.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는 허재준(성신초, 1) 학생은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번 견학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제 신발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거예요”
허재준 학생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재준 경위가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신발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은 유효한 증거입니다. 냄새를 분석하면 됩니다. 또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식의 취향이 다르죠.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분비물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분비물을 조사하면 됩니다. 그밖에 신발을 신고 다닌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분비물이 묻어 있을 것이니 이것도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수사요원이 되는 방법
견학 과정 내내 학생들이 유독 관심을 보인 사람이 있다. 2006년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로 서울지방경찰청 범죄분석팀에 입사한 이후 2009년 과학수사팀에 합류한 이은경 경장이다. 큰 키에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 것이다.
어릴 때부터 추리물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 사회교육학을 전공한 심리학과 석사 출신이다. 직업박람회를 통해 정보를 얻었고 특채로 입사하게 됐다.
이 경장은 “피의자와의 면담을 통해 성장과정, 범행을 저지르게 된 내면의 심층적인 동기 등을 알아본다. 한 개인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DB화해서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의 주된 업무는 범죄의 단서를 분석해 용의자를 잡고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이다. 2000년 초반부터 1~2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팀이 꾸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 범죄심리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프로파일러를 모집하면서부터다.
오순석 현장1팀 팀장은 “어릴 때 화랑도 교육을 통해 화랑도의 정신을 익혔다.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처럼 학생들이 과학수사대 견학을 통해 올바른 정신을 함양했으면 좋겠다”며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라면 분명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사람, 향후 커서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CSI 체험교실은 여름방학 이후에도 진행된다.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매월 테마를 바꿔 4회씩 진행되며, 인터넷 사전 접수와 현장 접수를 받는다.
-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 저작권자 2012-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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