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알려주는 화석 기록을 분석한 기존 연구 결과, 지구상의 생물종들은 평균적으로 100만 종당 매년 0.1의 비율로 멸종했다. 만약 지구상에 1000만 종의 생물종이 있다면 매년 1종꼴로 멸종한 셈이다.
그런데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지난 2010년대에만 467종이 멸종되었다고 선언했다. 매년 46.7종이 멸종한 것이다. 인간이 목록화한 생물종은 약 100만 종이니 지난 10년간은 자연 발생적인 멸종 비율보다 467배나 높은 속도로 멸종한 셈이다.
2010년대에 멸종한 동물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례 중 하나는 ‘랩스 청개구리(Rabbs' Fringe-limbed Treefrog)’였다. 파나마 중부의 산악지역에서만 서식하던 이 개구리는 치명적인 곰팡이의 번식으로 인해 2006년에 거의 전멸했다.
때문에 곰팡이가 번지기 전인 2005년부터 미국 애틀랜타 식물원에서 살았던 ‘터피’라는 이름의 랩스 청개구리는 UN 뉴욕 본부 건물에 이미지가 투사될 만큼 멸종 위기종의 유명 동물이 됐다.
하지만 지구상에 딱 한 마리 남아 있던 랩스 청개구리 ‘터피’는 지난 2016년 9월 26일 식물원의 자기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생전에 체외수정 등 이 종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들이 모두 실패했기에, 터피의 죽음은 곧 랩스 청개구리의 멸종을 알리는 소식이 된 것이다.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포유류
지난해 2월에는 호주 환경부에 의해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Bramble Cay melomys)’의 멸종이 공식 선언됐다. 이 설치류는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의 작은 모래섬이 유일한 서식처였다.
2009년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발견되지 않자 호주 연구진이 2014년부터 이 동물을 찾기 위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생존 흔적을 찾지 못했는데, 이 종이 살았던 브램블 케이는 해발이 2.7m밖에 되지 않는다.
호주 연구진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모래섬의 식물들이 죽었고, 그로 인해 멜로미스가 멸종하게 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한 최초의 포유류로 기록됐다.
멸종은 아니지만 2018년 3월에 사망한 북부 흰코뿔소도 화제가 됐다. 그 개체가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수컷 북부 흰코뿔소였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두 마리의 암컷 북부 흰코뿔소만이 아프리카 케냐 인근의 보호구역에 생존해 있다.
과학자들은 수컷 코뿔소가 사망하기 전에 채취한 정자를 암컷 코뿔소의 난자와 수정시켜 배아 2개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배아를 아종인 남부 흰코뿔소에 이식해 북부 흰코뿔소의 명맥을 잇는 프로젝트가 추진될 계획이다.
북부 흰코뿔소만큼이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수생 포유류도 있다. 멕시코 코르테스해에서만 서식하는 바키타 돌고래(vaquita porpoise)가 바로 그 주인공. 몸무게가 약 45㎏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 바키타 돌고래는 눈 주위가 마치 판다처럼 생겨 인기가 높다.
1997년만 해도 약 600여 마리였던 바키타 돌고래는 매년 20%씩 감소해 2016년에는 약 30마리, 지난해 말에는 약 12마리가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부 및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개체가 2020년대에 살아남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멸종을 부추기는 5가지 요소
유럽의 한 연구팀은 인간이 지구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이후 멸종한 300여 종의 포유류를 대체하는 데 필요한 진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다. 몇 년 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300만~700만 년의 세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것은 동물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한 조사는 1750년 이후 571종의 식물이 멸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IUCN은 전 세계적으로 1만 6928종이 향후 수십 년 내에 멸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N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이 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지난해 5월에 발표한 것. 그에 의하면 전체 양서류 종의 40%, 산호류의 33%, 곤충의 약 10%가 멸종 명단에 포함된다.
IPBES의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위기의 근본 원인을 5가지로 파악했다. 첫째는 동식물이 서식하기 위한 공간의 감소다. 예를 들어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사라진 열대림만 해도 약 1억 헥타르(1ha는 1만㎡)에 이른다.
나머지 4가지 원인은 사냥 및 밀렵, 기후변화, 공해, 외래종 침입이 꼽혔다. 외래종 침입이란 세계화 현상으로 한 지역의 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토종 종들을 멸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블랙번 교수팀은 1500~2005년 사이 멸종한 생물 중 16%가 외래종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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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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