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강 생명체의 약점 밝혀져

‘곰벌레’도 온난화 영향받을 가능성 있어

지구상에서 제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라면 곰벌레를 꼽을 수 있다. 독특한 생김새의 이 수생 무척추동물은 평균 길이가 0.3~0.5mm에 불과하지만,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지구 생명체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해양, 담수 및 육지에서 약 1300종이 발견됐다.

곰벌레는 삶거나 얼려도 살아남을 수 있고, 물 없이 10년 넘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한 환경에서 스스로 몸을 건조시켜 자체 대사 활동을 거의 중단시킬 수 있고, 그 상태로 다시 적절한 환경에서 수분을 공급받으면 되살아나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곰벌레에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됐다. 덴마크 연구진은 곰벌레가 다양한 온도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조사한 결과, 고온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일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되었다.

곰벌레의 일종인 ‘라마조티우스 바리에오나투스’는 고온에 약점을 지녔다. ⓒ Kazuharu Arakawa, Keio Univ.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리카르도 네베스(Ricardo Neves) 박사 후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곰벌레의 일종인 ‘라마조티우스 바리에오나투스(Ramazzottius varieornatus)’를 대상으로 여러 온도 조건에서 실험했다. 이 곰벌레는 지붕의 빗물 배수관처럼 일시적으로 축축해지는 곳에 주로 서식하며, 활동과 번식을 위해서는 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지난 14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네베스 연구원은 “곰벌레가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산소나 물이 없는 환경, 또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범한 능력 때문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섭씨 151도에서 최대 1시간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곰벌레가 1시간 이상 고온에 노출되면 어떻게 되는지 관찰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곰벌레와 마찬가지로 바리에오나투스도 신진대사를 멈추고 일종의 가사상태인 ‘잠복기( cryptobiosis)’에 들어갈 수 있다. 잠복기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연구진은 건조한 환경에서 물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곰벌레는 ‘건면’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 Eye of Science/SPL

곰벌레는 환경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완전히 건조시켜 ‘건면(Tun)’이라는 상태가 된다. 일 년에 여러 번 반복해서 건면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전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우 천천히 말라야 한다.

건면은 머리와 다리를 수축시켜 공처럼 둥글게 말리면서 형성된다. 신체 내부의 거의 모든 수분이 배출됐을 때, 곰벌레는 죽은 것처럼 가사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이슬이나 비가 내리거나, 또는 눈이 녹아 주위에 물기가 생기면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활성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연구진은 극한 온도에서 생존한 이전 연구 결과들로 미루어 곰벌레가 다른 조건에서도 상당히 잘 대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네베스 연구원은 “드디어 곰벌레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다”라면서 “흥미 위주의 과학 웹사이트들이 광고한 것처럼 거의 파괴할 수 없는 유기체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활동 상태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해

이번 실험에 사용한 샘플은 덴마크에서 채취되었다. 실험에서는 37.1℃ 온도에 24시간 동안 노출되면 활동 상태의 곰벌레 중 약 50%가 폐사했다. 그보다 더 낮은 온도부터 비교적 서서히 온도를 올렸을 때는 37.6℃에서 절반가량이 죽었다. 반면, 휴면상태에서는 82.7℃에서 1시간 동안 살아남았고, 24시간 노출되면 버틸 수 있는 최고 온도는 63.1℃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최고로 더웠던 여름에는 36.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활동 상태의 곰벌레가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온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곰벌레조차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하여 네베스 연구원은 “기후 변화는 여름을 차츰 더 따뜻하게 만들고, 오랜 폭염과 빈번한 가뭄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곰벌레는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고온에 버티는 능력은 분명히 상한선이 있다”라면서 “지구상에 서식하는 가장 회복력이 좋은 유기체인 곰벌레가 고온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라고 지적했다.

남극에 서식하는 곰벌레의 일종인 ‘아쿠툰쿠스 앤탁티쿠스’ ⓒ Ryosuke Nakai, AIST

기후 변화로 남극 곰벌레 멸종 우려

최근 일본 국립극지연구소는 남극 일부 담수호에 서식하는 곰벌레 종인 ‘아쿠툰쿠스 앤탁티쿠스(Acutuncus antarcticus)’가 30년 넘게 영하 20도로 동결된 상태에서 되살아났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생명체도 기후 변화로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2018년 발표 연구에 따르면, 남극은 점차 건조해지고 자외선량이 증가하면서 10년마다 환경 온도가 0.34℃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 결과, 아쿠툰쿠스 엔탁티쿠스의 개체수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지구 기온이 앞으로 2℃만 높아져도 인류가 멸종 위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면 상태의 곰벌레는 최소 24시간 동안 25℃ 이상 높아져도 50%가 생존할 수 있다. 연구진은 그런 점에서 곰벌레가 더 따뜻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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