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지구 궤도에 갑자기 나타난 미스터리한 물체는 소행성이 아니라 1960년대에 발사된 로켓 부스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에 의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 구역에 있는 적외선망원경(IRTF)으로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NASA의 과학자들은 하와이에 있는 천체 관측용 망원경인 판-스타스1(Pan-STARRS1)을 이용해 지구와 가까운 소행성을 관측하던 중 특이한 궤적을 지닌 작은 물체를 발견하고 ‘2020 SO’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2020 SO의 궤도를 분석한 결과, 이 물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몇 차례나 지구에 근접했음을 밝혀냈다. 더구나 1966년에 이 물체는 지구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할 만큼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ASA 지구접근물체연구센터(CNEOS)의 폴 초다스(Paul Chodas) 소장은 2020 SO의 정체가 달 착륙 탐사선 서베이어 2호를 싣고 1966년 9월 20일에 발사된 센토(Centaur) 상단의 로켓 부스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물체의 길이(10m)와 직경(3m)이 센토 로켓 부스터의 크기와 너무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베이어 2호는 달에서 추락해 착륙에 실패했다.
폴 초다스 소장의 주장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행성 과학자 비슈누 레디(Vishnu Reddy) 교수팀은 IRTF를 이용해 2020 SO의 후속 분광을 관측했다. 분광학에서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특정 부분에서 나오는 광파를 측정해 물체의 화학적 구성을 알아낼 수 있다.
스펙트럼 분석해 화학적 구성 밝혀
그런데 처음 관측된 이후 2020 SO는 극도로 희미해졌기 때문에 특성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레디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거대 쌍안경우주망원경인 LBT에서 2020 SO가 소행성이 아님을 시사하는 관측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2020 SO와 서베이어 2호를 직접 연결할 만큼 충분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 물체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1960년대 센토 로켓 부스터의 재료인 301 스테인리스강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물체의 성분이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왔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레디 교수팀은 최근에 제작된 신선한 상태의 강철을 분석한 반면, 2020 SO는 지난 54년 동안 우주 공간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수십 년간 지구 궤도에 있었던 또 다른 센토 로켓으로부터 스펙트럼 데이터를 얻어서 비교해야 정확한 일치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12월 1일 아침(현지 시간), 레디 교수팀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1971년에 통신 위성을 싣고 발사된 또 다른 센토 로켓 부스터가 지구 궤도에서 공전하고 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 발견한 로켓 부스터는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었다.
이 새로운 데이터로 레디 교수팀은 2020 SO와 비교한 결과 스펙트럼이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2020 SO는 1966년에 발사된 서베이어 2호의 센토 로켓 부스터임이 밝혀졌다.
내년 3월부터는 태양 궤도 공전해
이에 대해 레디 교수는 “이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팀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였다”며 “판-스타스, CNEOS의 폴 초다스 소장, LBT, IRTF 등 전 세계 관측팀의 훌륭한 연구 덕분에 마침내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 SO는 더 이상 지구 궤도에 머물지 않는다. 이 물체는 짧은 기간 동안만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2020 SO는 약 3개월 동안 지구에서 150만㎞까지 뻗어 있는 ‘힐 구체(hill sphere, 지구 주위에 안정적 궤도를 지니는 위성이 생길 수 있는 한계 범위를 나타내는 반지름의 구체)’에 머문 후 내년 3월부터는 태양 궤도를 공전하기 시작한다.
NAS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수년간 이 물체의 이동 궤적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 SO 같은 로켓 부스터뿐만 아니라 지구 주변에는 수많은 우주 쓰레기가 있다. 노후한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이 분실한 연장에서 나온 파편 등이 우주를 떠돌다 서로 충돌하면서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NASA에 의하면 10㎝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만 해도 약 3만 개가 있다. 우주 쓰레기가 계속 늘어날 경우 앞으로 GPS를 포함한 우주 기술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유럽우주국(ESA)은 2025년에 우주 쓰레기 수거 로봇을 발사할 계획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0-1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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